최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이벤트가 연달아 유럽에서 열렸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1년 늦게, 3년 만에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와 이미 엔데믹을 맞은 듯한 유럽의 분위기 속에서 열린 아트 바젤 입니다.
혹자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계의 ‘올림픽’이라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은 ‘챔피언스 리그’에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목적도 매력도 다르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멋진 작품들을 통해 영감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아트 축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벤트입니다. 아트 버블이라는 말까지 언급될 정도로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다는 미술 시장, 오늘은 전 세계 아트 피플이 모이는 두 이벤트, 베니스 비엔날레와 아트 바젤에 대해 소개해 드립니다.
3년 만에 돌아온 미술계의 올림픽 < 베니스 비엔날레 >
팬데믹은 격년 행사로 열리던 비엔날레마저도 미루게 만들었습니다. 1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엔날레’의 원조 격인 베니스 비엔날레. 3년 만인 올해 개최된 미술전은 힘든 시기를 보낸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함께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59회를 맞이한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는 ‘꿈의 우유 (Milk if Dreams)’로 예술 총감독을 맡은 수석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 (Cecilia Alemani)가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이 상상의 프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삶의 마법 같은 세계를 그린 동화책의 제목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번 비엔날레를 ‘신체의 변경,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의 연결’이라는 세 갈래의 소주제로 기획하였다고 하는데요. 기획 의도만큼,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다양성과 초현실주의에 포커싱 된 인간의 상상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4월 20일 프리 오픈을 시작으로 올해 11월 27일까지 이어지는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감각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거대 예술 축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올림픽이라는 별칭이 붙게 만들어준 국가관 :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 (Giardini Della Biennale)
국가별로 별도의 전시관으로 운영되는 국가관은 베니스 비엔날레를 예술 올림픽으로 불리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본 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와 비엔날레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자르디니 공원에는 29개국에서 영구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이 위치하고 있어 국가관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장소입니다. 올해는 이외에도 임시로 대여한 장소와 메인 전시장 등을 활용하여 총 81개국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요. 국가관 전시의 매력은 각국을 대표하는 선정 작가들과 기획자들이 전시의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보여주는지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구 전시관을 가지고 있는 한국관은 올해 여러 아트 매체에서 꼭 가봐야 할 국가관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방문객으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작가로 선정된 고등과학원의 연구책임자로 활동하고 전자 음악가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예술가 김윤철 작가의 ‘Gyre(나선)’을 주제로 예술과 과학, 음악을 결합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혼란스러운 현재와 부풀어 오른 미래의 경계를 의미하는 ‘나선’은, 중앙에 설치된 Chroma V를 통해 안과 밖의 공간을 연결하며 소통합니다.
비엔날레의 오랜 역사와 국가관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꼭 방문해볼 전시로 이번 독일관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작가 마리아 아이호른 (Maria Eichhorn)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독일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관 1909년에 지어진 바이에르관을 1912년 독일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1938년 증축을 걸쳐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 아이호른은 ‘기억과 저항의 장소’로서 원래의 공간을 발견하기 위해 1938년 파시스트 철학을 반영한 리모델링을 해체하였습니다.
첫 여성 흑인 작가인 소니아 보이스의 영상, 노래를 융합한 작업으로 올해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가져간 영국관과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과 마치 영화 스튜디오처럼 꾸며져 영상을 보는 듯한 구성으로 생동감 있는 참여가 가능하게 한 프랑스관도 꼭 보아야 할 추천 장소입니다.
그 해 비엔날레의 주제의식이 가장 잘 나타나는 본 전시:
아르세날레 전시장 (Arsenale Exhibition Spaces)
베니스의 국영 조선소와 무기고가 있던 곳에 세워진 아르세날레 전시장은 국가관과 함께 비엔날레의 두 축을 이루는 핵심 전시장입니다. 특히 국가관과 달리 예술 총감독이자 큐레이터가 기획한 본 전시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단연 가장 메인이벤트인데요. 그 해의 주제와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세계 예술계의 트렌드를 점검하기에 아르세날레만큼 좋은 장소는 없습니다. 특정 테마 아래 다양한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콜렉터부터 큐레이터, 작가 및 일반 관람객들이 모여듭니다.
이번 아르세날레에는 58개국 출신의 213명의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이중 90프로가 여성으로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작가가 남성보다 많은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미로와 같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인 규모감을 자랑하는 설치 미술들이 곳곳에 위치한 아르세날레는 올해의 주제를 아티스트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한 다채로운 작품들을 하나의 동선으로 흘러가며 즐길 수 있습니다.
도시 곳곳의 유명 공간들에서 열리는 연계 전시와 아트 이벤트
비엔날레 본 전시와 더불어 베니스 시내 곳곳에 위치한 역사적인 장소와 건물 들에서 열리는 장외 전시 (Collateral Exhibition) 역시 세계적인 대가들의 대표작 및 신작으로 채워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커다란 미술관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요.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운영하는 재단의 특별 전시와 더불어 베니스의 역사적인 장소를 빌려 열리는 전 세계 거장들의 특별전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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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의 절대 강자 < 아트 바젤 >
작년 아트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슈가 되었던 뉴스가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페어 피악이 아트 바젤에게 밀려, 그랑팔레를 내어주었다는 소식인데요. 이제 더 이상 3대 아트페어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단연 독보적 위치를 가지게 된 아트 바젤,그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970년부터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이벤트는 단연 미술계 인사들과 콜렉터들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베니스 비엔날레가 예술성에 좀 더 포커싱 된 전시 성격이 강한 이벤트라면, 아트페어는 상업적 목적의 미술 시장이 주목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 바젤은 오랜 역사만큼, 본래의 작품 거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시 전체가 다양한 연계 이벤트로 하나의 축제처럼 즐기는, 비엔날레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대표적인 예술 축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불과 얼마 전인 6월에 열린 올해 아트 바젤 행사를 통해, 아트 바젤의 특별한 이벤트들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갤러리들이 밀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곳, ‘언리미티드 (Unlimited)’
지난 6월 13일 오후 '2022 아트 바젤'의 VIP 프리뷰가 오픈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초청된 VIP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공개된 언리미티드(Unlimited)’전시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모여 있어 가장 볼거리가 많은 행사 중 하나인데요. 아트바젤의 '언리미티드'는 전 세계 유명 갤러리들이 대표 작가를 소개하는 미술관급 전시로 페어에서 볼 수 있는 부스 형태를 벗어나 관람의 자유로움을 제공합니다.
전 세계 콜렉터들의 놀이터,
메인 전시장 메쎄(Messe Basel)와 콜렉터스 라운지(Collectors Lounge)
아트바젤의 정체성은 예술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아트 마켓이라는 점입니다. 가장 메인인 갤러리들이 모이는 메인 전시장, 메쎄 바젤에서는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그들의 블루칩 작가들의 가장 핫한 작품들을 모아 출품합니다. 연간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여겨질 만큼 갤러리들은 심혈을 기울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합니다.
아트바젤의 특별함은 비롯 판매에 초점을 둔 페어임에도 나름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운영을 보여준다는 점인데요. 참여 갤러리들의 자율적인 작품 공개와 판매를 존중하는 메인 섹터 ‘갤러리즈(Galleries)’를 비롯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를 조명하는 ‘피쳐(Feature)’, 신진 작가를 위한 ‘스테이트먼트(Statements)로 나뉘어 방문객의 관람 편의를 제시합니다.
특히 각 섹터에서 접근이 용이한 위치에 VIP 패스 소지자와 그 동행만 출입이 가능한 아트 바젤을 후원하는 후원사들의 라운지가 모여있는 콜렉터스 라운지가 있어,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라운지 기능 외에도 아트 바젤의 공식 후원사의 특별 컬렉션 공개 및 프라이빗 이벤트 등 VIP 대상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됩니다.
아름다운 도시 속 작품들을 볼 수 있는 파쿠어스(Parcours) +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게 하는 아트 콘텐츠 프로그램
본 행사가 열리는 메인 전시장 외, 도시 곳곳에서도 이 기간을 맞춰 다양한 예술 행사가 같이 진행됩니다. 바젤을 중심으로 위치한 유서 깊은 미술관에서는 특별 전시를 개최하고, 저녁 시간이면 글로벌 갤러리들이 주최하는 VIP 파티 및 행사가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데요. 특히 아트 바젤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도심 곳곳에서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전시 파쿠어스는 아트 바젤을 방문하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주요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트 바젤은 이벤트 기간 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컨퍼런스 룸에서 NFT 등 요즘 주목하는 주제들로 세미나 및 아티스트 토크가 열리고, 디자인 마이애미라는 별도 전시를 통해 디자인 작품들도 소개합니다. 특히 아트 키즈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 프로그램 및 놀이 활동을 통한 보육 지원으로 아이와 함께 방문한 고객들의 만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언어를 넘어서 느끼는 비언어적 소통,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던 2020 봄, 유네스코에서는 예술의 회복력, 리질리아트(ResiliArt) 운동을 제안했습니다. 코로나19로 제한된 문화생활로 어려움을 겪던 예술인들 위해, 그리고 예술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와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이 회복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인데요. 팬데믹은 보수적이던 예술계를 변화시키는 큰 구심점이 된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초기의 어려움을 넘어 이제 예술계, 특히 미술계는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죠. 그리고 재테크의 관점이든 콜렉터의 시선이든 저마다 다른 이유로, 아트를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예술을 통해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과 생각에 대해 경험하고 공감하기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꼭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짧은 기간에 전 세계에서 모인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시각을 통해 색다른 감상과 경험을 제공하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이벤트는 한 번쯤 꼭 가볼 만한 글로벌 행사인데요. 집적 가서 보기 힘들더라도 한 해의 트렌드를 확인하고 아티스트의 새로운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보길 원하신다면 관련 정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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