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0 : 광고제작 현장 - LG칼텍스정유 TV-CM ‘세상 끝까지-바다’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대자연처럼 큰사랑, 이 세상 끝까지
 
 
 LG칼텍스정유 TV-CM ‘세상 끝까지-바다’편
 
박 용 무 부장 | 기획6팀
ympark@lgad.lg.co.kr
 
“기름만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세상 끝까지-바다’편은 1차편과 마찬가지로 대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보기만 해도 시원한 푸른 바다를 소재로 계절감을 살리는 데 중심을 두었다. 또한 석유화학에서부터 전력·유전개발·대체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종합에너지 기업인 LG칼텍스정유가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 사업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편안한 삶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표현함으로써 생산 중심의 전편과 대비시킨 것이 특징이다.
돌아보면 13개월 전 LG칼텍스정유라는 회사 이름으로 기업광고를 시작했을 때 광고 목표는 ‘단지 기름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었다. 또한 지난 2000년에 선포한 ‘Energy Leader’라는 비전을 담을 수 있는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구현이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이렇듯 광고목표가 너무나 명확해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역시 기업광고는 어렵다는 생각을 이번에 다시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늘 두려운 것은,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CM의 배경이 된 ‘맑고 푸른 바다’는 국내 회사 중 항상 국제신용등급 최고를 자랑하는 LG칼텍스정유의 투명경영과 환경친화경영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LG칼텍스정유 사업 영역의 근간인 석유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각종 연료로써 움직이는 운송수단들, 즉 비행기·배·자동차 등을 타고 고객들이 도심을 떠나 대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맛보고 또다시 LG칼텍스정유의 전력이 밤을 밝히는 도심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로 이번 CM이 구성되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에너지 영역 중에서 특별히 전력이 부각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남성이 ‘에너지=자동차 연료’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오히려 ‘에너지=전력’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국내 에너지 기업 중 LG칼텍스정유만이 유일하게 이 두 가지 사업 영역을 다 지니고 있는, 명실상부한 에너지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촬영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찾는다’는 사명 아래 캐나다·터키·필리핀 등지를 한달 여 수소문한 결과, 마침내 호주 동북부 해밀턴 아일랜드(Hamilton Island)를 중심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CM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장면은 헬기를 동원해 촬영한 것으로,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실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도록 함으로써 우리가 기대하는 커뮤니케이션 효과의 달성과 더불어 시원한 볼거리를 선사한 데에도 촬영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의 기억’ 8選

# 1. 촬영지로 가면서
‘그림 좋다’는 CM의 촬영지가 어디인가 확인해 보면 예상했던 대로 호주·미국·캐나다 등이 대부분이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기억이 분명히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카메라를 들고 그림을 담으려 하면 도무지 셔터를 누를 수 없으니……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부터 앞세워 아름다운 자연을 잊고 사는지 모른다.

# 2. “어디 갔어? 대한민국의 파란 하늘”
최고의 CM 제작을 다짐한 제작진의 당초 계획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국내 최장 연륙교라 할 수 있는 서해대교에서 탱크로리 행렬 장면을 찍고, 그 필름을 호주로 가져가서 현지 촬영 필름과 함께 호주 최고의 NTC 기술을 활용해 퀄리티를 한껏 높이려 했지만, 서해대교 촬영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파란 하늘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김포공항에서 기다리는 헬기도 지치고, 멍하니 다리를 바라다보는 제작진도 지쳐 안타까운 마음을 간직한 채 호주로 갈 수밖에 없었다.

# 3. 비에 울고, 비에 웃다
호주는 연간 쾌청일 수가 300일이 넘는 나라다. 일년 대부분의 날씨가 쾌청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해대교 촬영을 아쉬움 속에 포기하고 호주로 눈을 돌리니 이게 웬일, 비가 오고 있다는 소식. ‘과연 이번 CM 제작이 제대로 될까’하는 걱정을 애써 감추며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함께한 광고주께서 하시는 말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갑니다. 분명 날씨 좋을 겁니다. 비 그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덕담을 위로 삼아 무작정 잠을 청한 한참 후, 호주에 도착하니 희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밤에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촬영기간 내내 날씨는 그야말로 햇빛 짱! 그 후 다시 비가 내린 건 우리가 촬영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호주가 빗속에 잠겨가고 있었다. ‘흐흐흐~’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크게 웃지는 못하고 그저 조용히 웃을 수밖에, 반달을 보면서…. 그런데 호주의 반달은 위가 보이지 않고 아래만 보이는 반쪽 달인데, 우리나라에서 보는 반달은 왼쪽이 보이지 않고 오른쪽만 보이는 반쪽 달. 참 이상했다.


 

#4. 장난감 같은 헬기
배에서 배를 찍는 컷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다시 촬영용 헬기가 있는 롱포드 아일랜드(Longford Island)로 이동했는데, 우리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자 이 섬을 지키는 보안관 같은 멋진 남자와 여자가 우리를 마중하는 게 아닌가. 마치 007영화처럼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헬기는 분명 헬기였지만 흡사 귀엽고 예쁜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감독은 연신 담배를 피우면서 “몇 번을 타봤지만 헬기는 역시 무섭다”고 넋두리다.
다시 우리는 바다로 나와 이윽고 헬기 촬영 시작. 여기저기 무전기에서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크루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아담한 섬에서 떠오른 헬기는 바다를 스치듯 달리다가 다시 배를 스치듯 날고는 한껏 하늘 위로 솟구쳐 산호섬과 크루즈를 한폭의 그림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진행된 오전의 크루즈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모두 모여 간단한 점심을 했다. 크루즈 안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 5. 천국의 표정
크루즈가 떠나고 어디선가 사뿐히 날아온 수상용 비행기!
스태프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다시 헬기가 떠오르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데, 대기 선박에서 바다를 보니 수족관에서 본 열대어들이 바로 발 아래에서 오락가락, 그리고 한편에서는 범선 하나가 미끄러지듯 우리 옆을 스쳐가더니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다이빙 쇼를 시작하는데, “하~ 여기가 천국!”
수상 비행기와 촬영 헬기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수없이 반복한 끝에 날이 저물어 갈 때쯤 촬영이 끝나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지치고 긴장이 풀려서였을까, 한결같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다시 서둘러 베이스캠프인 골드코스트(Gold Cost)로 돌아온 일행은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다시 돌고래를 찍을 Sea World를 찾아 다음날 촬영을 점검하였다.

# 6.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CM의 엔딩에서 보이는 다리 촬영은 브리스베인(Brisbane)에서 진행됐다. 처음에는 다리 옆에서 몇 번을 점검하고 촬영을 했는데, ‘그림이 안 나왔는지’, 감독이 갑자기 이웃의 고급아파트를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는 옥상에서 좀더 근사한 앵글로 찍게 되었다. 그런데 옥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감독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으아~ 괜찮을까” 모두가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정상으로 작동,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감독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넘나들며 헬기를 타야 하는 작업, 때론 한컷을 위해 온몸을 던져야하는 일까지, 많은 상념이 스쳐갔다.

# 7.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진다
바다의 장관을 화면에 잡아내기 위해 제작진은 강행군을 펼쳐야 했다. 물론 다른 촬영과 달리 자연을 소재로 하는 CM은 결코 인위적으로 연출해 낼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연출 없이 담아낸 자연이야말로 한편의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기에, 이러한 촬영은 제작진의 기다림과 인내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등대를 촬영하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면서, 촬영 스태프들은 “등대 컷은 후반작업에서 구름을 심는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해야겠구나”하며 서둘러 촬영을 진행했다. 그런데 누군가 “어, 저기 구름이 몰려오네…… 저 구름이 등대 뒤에 턱 걸쳐주면 좋으련만” 하는 중얼거림이 들렸다. 그때 또다시 누군가 “그래, 기다려 보자. 혹시 알아? 정말로 저 구름이 우리한테 올지”하며 말을 이었다. 이런저런 소란 속에 촬영을 일시 중단하고 30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역시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뭉게뭉게 흰구름들이 거짓말처럼 등대 뒤로 와 있는 게 아닌가! 이로써 CM에서는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헬기가 등대 주변을 돌다가 사라지기를 여러 번,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바다를 보니 돌고래 떼가 여기저기서 릴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누군가 한마디, “우리 스토리보드처럼, 돌고래 떼다!”
비 내리는 브리스베인공항을 뒤로한 채 서울로 돌아오는 가슴 속 한가득 대자연이 숨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마디, “촬영 성공!”
그런데 다시 국내 촬영이 걱정되면서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 8. 남해로 가보자
귀국하자마자 마저 찍어야 하는, CM에서 가장 중요한, 다리 위를 달리는 탱크로리의 행렬을 찍기 위한 노력이 다시 시작되어 여기저기 전국을 뒤졌다. 하지만 그때까지 서해안 날씨는 고르지 못해 결국 남해안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사천연륙교에서 하늘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촬영을 대기했는데…… 결국 불안정한 날씨 때문에 또 한번 포기하는 아픔을 겪고, 다시 점을 치듯 날을 잡아 무사히 촬영을 마치게 되었다.

LG칼텍스정유의 기업PR CM은 이렇듯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성공적으로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광고주의 OK 사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 모든 노력 뒤에도 조마조마한 마음뿐이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작든 크든 CM 한편을 탄생시키는 데에는 그렇듯 수많은 산고의 아픔이 주어지는 것 같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