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2 : It's Good! - NISSAN 'Infiniti'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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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Good!_ NISSAN 'Infiniti'
 
  제품 디자인에 목숨 걸다,
카피 크리에이티브에 숨죽이다
 
김 원 규 | communications Of Course 대표 
wkkim@ofcourse.co.kr

 

닛산의 좌절과 인피니티의 부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나가보면 가장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일본 차'들의 질주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일본 자동차는 마치 자국 내 도로를 주행하듯 달리고 있다. 한국 사람으로서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쳐다보면서 '저 중에 반만 우리나라 메이커의 차로 바뀌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해본다.
일본 차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는 빅 3는 도요타(TOYOTA)·닛산(NISSAN)·혼다(HONDA). 이 3개 자동차회사는 일찍부터 북미시장은 물론 유럽, 남미를 거쳐 아프리카에서까지 세계 유수 자동차 브랜드와 생존을 건 시장 쟁탈전을 벌여왔다. 특히 처음에는 중저가 모델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다가 어느 정도의 성공과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고급 브랜드로 승부를 걸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나온 브랜드가 바로 혼다의 아큐라(ACURA), 도요타의 렉서스(LEXUS) 닛산의 인피니티(Infiniti).
이 세 개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성공의 축배를 올린 것은 렉서스였다. 렉서스는 출시와 동시에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면서 단숨에 명차 반열에 오르고, 최근에는 벤츠나 BMW와 같은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아큐라의 경우는 꾸준한 마케팅 노력과 투자로 스타트는 늦었지만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피니티는 뛰어난 제품력에 비해 거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피니티는 초기에 '젠(Zen, 禪)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툴로 시장을 공략했다. '자동차 광고에 꼭 자동차가 나와야 하느냐'는 발상에서 자동차 대신 일본식 정원과 아름다운 돌, 나무 등을 광고 소재로 등장시켰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참담했다. 마케팅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했다는 평가와 함께 아직 북미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기 전에 'Made in Japan'를 드러내 사람들로 하여금 외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도요타가 렉서스를 철저하게 일본차임을 숨기고 런칭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989년, 북미 고급 자동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닛산에서 전략적으로 출시한 인피니티는 불황과 과다경쟁에서 오는 재정적 악화는 물론 광고전의 대 실패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출시하고 10여 년을 이렇다 할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일본 내 경쟁사들의 축배에 박수만 쳐주는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지지부진하다가 닛산이 파산선고를 맞은 해,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피니티는 재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르노가 1999년 닛산을 인수한 뒤 부임한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회장이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인피니티는 부활의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이다.

도발적 아름다움으로 날개를 달다

사실 1999년 3월 르노와 닛산의 제휴 협정 체결을 위해 나리타공항에 르노 최고 경영진이 내릴 때 많은 일본인들은 마치 2차 세계대전에 항복해 연합군이 들어오는 순간처럼 느꼈을 것이다. '자본 및 기술 제휴'라는 이름으로 조인식을 가졌지만, 닛산이 르노에게 사실상 경영권을 내주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많은 일본 사람들은 착잡해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사례를 닛산에서 다시 경험하게 되자 일본 전역이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르노는 닛산을 접수하자마자 전통적인 일본의 경영방식과는 다르게 대대적인 구조조정, 생산성이 낮은 공장들의 연이은 폐쇄, 그리고 과감한 개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카를로스 곤 회장은 닛산 살리기에 나서면서 인피니티를 재평가했다. 그가 NRP에서 가장 강조하고 혁신시킨 것은 '디자인' 분야.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어떤 차종인지 엄밀히 분석한 후 결정한 것이기에 르노닛산은 인피니티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렇듯 '닛산 재활'의 선봉장으로 지목된 인피니티는 'Vibrant Design,' 즉 '가슴 설레는 디자인' 이라는 기치 아래 탄생했고, 이는 성공을 거두는 단초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경쟁사인 도요타의 렉서스 성공이 큰 자극이었을 것이다. 또 '경쟁사는 되는데 르노닛산이 안 되겠느냐'는 오기도 발동했는지 모른다.
드디어 2003년,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출시한 G35 쿠페와 세단은 가격 대비 고성능으로 자동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고, 'MOTOR TREND'가 '2003 올해의 차'로 선정할 정도로 그 평가도 환상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2003년 'JD POWER'가 실시한 미국 고급차 시장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경쟁 브랜드들보다 우수하다는 평까지 받았다. 이런 객관적인 데이터에 힘입어 인피니티는 치열하게 경쟁한 벤츠·BMW·렉서스 등의 판매기록을 앞지르기 시작했으며, 최근 2~3년 동안 미국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비약적인 판매 실적을 올린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G35시리즈의 성공에 고무된 르노닛산은 2005년 2월에는 M35·M45 등 'M'시리즈의 이노베이션 모델을 출시,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또 하나의 '러브마크(Love Mark)'가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피니티의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우수한 성능과 예술의 경지로 승화된 디자인,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마케팅 감각,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며 이루어낸 작품이다.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

인피니티는 런칭 초기에 집행한 '젠 스타일'의 광고 캠페인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좀더 '프로덕트 오리엔트'된 광고를 만들고자 했다. 특히 자동차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아졌고, 전문가들의 평가도 어느 브랜드의 고급 차종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고무적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제품 지향적인 광고를 만들면서 이들은 기존 광고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 두 페이지 스프레드 광고 형태로 집행되었는데, 왼쪽 페이지에서는 타이포로 어프로치하려는 의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광고의 소재나 컨셉트,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왼쪽 페이지에서 카피와 함께 타이포의 형태적인 변형을 통해 소화해내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어프로치는 수많은 경쟁사 광고와 차별화를 이루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이다.
소비자들이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다가 인피니티 광고를 보면 우선 기존 광고에서 별로 보지 못했던 타이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들 '더 잘 보이게' 하고 싶어하는 게 광고주들의 일반적인 속성이지만, 인피니피의 카피는 오히려 잘 안 보이게 하려는 듯하다. 바로 이 점이 더 잘 보이고, 더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인피니티를 말하는 'Best Ad' 7

<광고 1>을 보면 현대 미술사에 나왔던 모든 사조들이 다 거명되고 있다.
왜 이런 카피를 선보이고 있을까? 아마도 'G35 Sport Coupe'가 이런 사조들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디자인 개념이라는 자부심에서 시도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 '디자인에 목숨을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피니티는 디자인의 혁신으로 고객들에게 탄성에 가까운 만족을 주고 있다. 또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자동차 비주얼도 뭔가 다른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카피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마치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그 동안 현대예술계를 점철했던 많은 사조들을 보여주고, 자동차가 있는 마지막 페이지에 'Movement'라는 카피로 제품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그 카피를 보자.
'바우하우스 데스타일, 아트 데코, 인상주의, 바로크, 큐비즘, 팝, 표현주의, 포스트 인상주의, 반인상주의, 포비즘 모더니즘, 매직 포토리얼리즘, 누보 로코코, 네오 인상주의, 아트&크래프트, 입체파 리얼리즘, 미니멀리즘, 미래파, 리얼리즘, 추상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상징주의.'

 

<광고 2>는 자동차의 기본 컨셉트라고 할 수 있는 '스피드'를 현장감 넘치게 소구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카피를 읽는 순간 이 광고의 노림수를 알게 될 것이고, 비주얼을 보면 더욱 확신하게 만들고 있다.
'아내가 분만중이예요. 신호를 봤어야 했었는데, 전 그렇게 빠른 줄 몰랐어요.
제 비행기가 12분 안에 뜬다고요. 65마일이었다고 맹세할 수 있어요. 난 영어 못해요. 당신이 본 게 내가 확실해요? 그들이 최근에 바꾼 게 분명해요. 중요한 미팅에 늦었어요. 미안합니다 선생님. 다신 안 그럴게요.'
오른쪽 자동차가 있는 페이지에 있는 'Please use responsibly'라는 카피가 묘한 여운을 주고 있다.

<광고 3>은 더 함축적이다. 절묘하리만큼, 자동차의 컨셉트를 무리 없이 전달하고 있다.
카피를 보자. 'you leave the house'만 보이고 전부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에 'and then you arrive'라는 카피가 다시 선명하게 보인다. 무엇을 말할까? 집을 떠나고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것도 생각나지도, 보이지도 않고, 그렇게 빠르고 즐겁게 운전한다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구구절절한 카피가 다 지워져 있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가 빨리 달리면 주변 경관이 카피의 모습처럼 지워지듯이….
'당신은 집을 떠난다. 그리고 도착한다.'

 

<광고 4>도 앞서의 광고와 같은 맥락에서 집행된 것으로, 드라이빙의 안락함을 소구하고 있다.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서 느끼는 여유라고 할까. 도로의 굴곡을 차체가 흡수하면서 기분 좋게 달리는 차 안에서 보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 광고의 카피가 얼마나 절묘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이 사라진다. 얼굴이 형체를 잃는다. 빛이 줄을 긋는다. 나무와 산과 빌딩이 흐려진다. 형태는 더 이상 형체를 갖지 않는다. 현실주의는 인상주의다. 색이 다른 색과 섞인 또 다른 색으로 섞인다.'
옆 페이지에 있는 'Enjoy the view'라는 카피는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질 정도다.

<광고 5>는 자동차 컬러에 대한 소구를 독특한 방법으로 하고 있다.
블랙 컬러의 자동차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식상하지 않고 차별되는 방법으로 어프로치하고 있다. 블랙이 컨셉트이기 때문에 카피도 블랙 배경에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블랙 인피니티를 계약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광고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것은 모든 컬러 스펙트럼의 맨 마지막에 친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금욕적이고, 타협하지 않는. 이것의 어둠 속에 미스터리가 얽혀있다. 가장 깊은 그림자의 혈족. 밤과 친구가 되는 것. 심플한. 복잡한. 항상 당신을 밀어내면서 때로는 당신을 끌어당길 수 있는.'

 

<광고 6>은 앞에서 광고한 블랙과 정반대 컬러인 화이트를 소구하고 있다. 자동차의 컬러를 가지고 만든 것이기에 단순히 컬러 이미지를 전하는 광고는 아니다. 또한 인피니티가 초기에 실패한 이미지 광고의 경험에서 '학습'을 했기 때문에 소위 '새 날라 가는 카피'로 구성하지는 않고 있다. 철저하게 제품에서 광고 아이템을 찾고, 그것을 어떻게 경쟁사와 다르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광고를 만들어 가고 있다.
'컬러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가장 본질적인 색일까? 최소한을 극대화하는. 고요히 비명을 지르는. 조금은 덜 많이 흥청거리는. 순수한. 꾸밈없이 벗은. 당당한. 신선한. 패셔너블하게 낙관적인. 독이 있는 우아함. 더럽혀지지 않은. 흠이 없는. 그 어떤 색상 중에서도 가장 풍부한 색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오른쪽 페이지에서 명쾌하게 주고 있다. 자동차의 컬러인 'White'라고….

<광고 7>은 레드에 대한 광고인데, 레드 컬러를 표현하는 기법이 독특하다. 물론 단순히 레드 컬러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동차와 연관되어진 컬러의 느낌을 소구함으로써 고객의 취향에 맞는 자동차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만약 Fast가 색이라면 그것은 Blue보다는 더 고집이 센 색이 될 것이다. 그것이 Black이라면 좀더 혼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Green보다 더 당돌하고 Yellow보다 덜 주의 깊다. 만약 Fast가 색이라면 그 색은 Red일 것이다.'
당신이 만약 카피라이터라면 이렇게 시적으로 레드 컬러를 표현할 수 있겠는가? 대단히 시적이며, 다른 경쟁사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카피가 아닐까.

인피니티의 광고를 보면 인간의 상상력에는 끝이 없고, 차별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집행된 광고를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에서 보면 '뭐 별거도 아닌데'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카피의 형태적인 것, 즉 타이포를 비주얼화해서 광고의 컨셉트를 전달하겠다는 발상이 한 수 위라는 것이다.
또한 이 시리즈 광고는 런칭 시 실패한 제품의 판매를 비약적으로 높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르노의 '닛산 정상화'에 선봉장 역할을 한 인피니티는 오늘도 일본의 심장인 도쿄는 물론 뉴욕에서 파리에서 서울에서 달리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