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2 : 배고플 땐 ‘얼러머(饿了么)’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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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땐 ‘얼러머(饿了么)’

- 중국판‘ 배달의민족’, 플랫폼 전략으로 경쟁자를 물리친 다윗


손 호 진

중국법인 IMC 사업부 부장 / soohojin@hsadchina.com


3세대로 진입한 중국 O2O 시장

맥킨지는 중국 소비자의 무려 71%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맥킨지, 2015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 상무국 역시 2015년 3월 기준 전체 O2O 시장을 2014년 대비 80% 성장한 3,000억 위안(약 55조 원)의 규모로 발표했다.

이처럼 중국의 O2O 시장은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바야흐로 3세대 시장을 맞고 있다. 1세대는 따중디엔핑(大众点评)으로 대표되는데, 이는 LBS(Location Based Service) 기술을 이용한 주변 맛집 검색과 소셜커머스 할인쿠폰과의 결합이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오프라인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작은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이어 2세대는 2014년 이후의 띠띠따처(嘀嘀打车) 열풍으로 대변된다. 이 또한 LBS 기술을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택시를 호출해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현재 띠띠따처는 중국 전역에서 일 평균 8천만 건의 이용 건수를 기록하며 중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1세대와 2세대 O2O는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기반의 LBS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1세대의‘ 찾아 간다’에서, 2세대의‘ 이용자가 원할 때마다 찾아오게 한다’로 바뀐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중국 시장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양상인데, 이를 통틀어 요즘은‘ 온 디맨드(On-Demand)’라 부른다. 온 디맨드 시장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은 바로 우리 주변에서 다양하고도 세분화 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네일 아트의 방문 서비스, 청소업체와 청소가 필요한 가정의 연결, 찾아오는 세차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이동이 가능한 많은 서비스가 과거‘ 소비자를 기다리는 것’에서 이제‘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형태로 변했다. 이것을 곧‘ O2O 시장의 3세대’라 부른다. 이에 중국 O2O의 3세대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바로 중국판‘ 배달의민족’이라 할 만한 배달앱,‘ 얼러머(饿了么, eleme)’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모바일 배달 앱 시장

모바일을 이용한 배달 외식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주문을 중개하는 형태이다. 이 과정에서 배달 앱을 운영하는 기업은 소정의 중개 수수료를 가져간다. 

둘째, 직접 배달원을 고용해 주문 접수와 동시에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보다 폭 넓은 형태이다. 2015년 중국전자상무연구중심은 모바일을 이용한배달 외식 시장 규모가 약 1,200억 위안(약 21조 원)이며, 2014년 기준 주문량 3억7천만 건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중국 배달 앱 시장은 현재 대표 4대 기업이 시장 점유율 80%를 점하고 있다. 그 중 1위가 얼러머로 전체 시장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메이투안와이마이(美团外卖) 28%, 타오디엔디엔(淘點點) 11%,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卖) 9%로서 1위와 2위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배달 앱 시장을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전망하는데, 이미 중국 국내 대형 투자사들의 통 큰 투자금이 배달 앱 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현재 시장 1위인 얼러머는 2015년 말 기준 약 10억 달러 정도를 투자 받아 세간을 놀라게 했다. 또한 검색 포털로 유명한 바이두(百度)역시 4년~5년 내 관련 시장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향후 3년간 자신의 자회사인 바이두와이마이에 32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창업 스토리가 곧 브랜딩이 된 얼러머

얼러머는 이름부터가 특이하고 재미있다. 한국식으로 해석하자면‘ 배고프지?’ 정도의 의미이다. 사실 정확히 하자면 의문형‘ 얼러마(饿了吗?)’가 맞는 표현인데, 요즘 중국 젊은 학생들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언어습관을 그대로 옮겨 와‘ 얼러머’라고 마지막 접미사를 살짝 비튼 것이다. 이처럼 형식을 깨는 그들의 브랜드 네이밍 아이디어는 홈페이지도 메인 주소로까지 이어진다. 중국어로 읽을 때 발음 그대로의 음을 도메인 네임으로 (www.ele.me)로 표기한 것인데, 마지막 .me는 몬테네그로라는 국가의 공식 도메인 명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닷컴(.com) 기업으로 표기하지 않고 도메인 자체에도 브랜드의 발랄함을 녹여둔 것이다.

얼러머는 이름 못지않게 재미있는 창업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2008년, 상하이 명문 찌아통대학(交通大学)의 대학원생이었던 장쉬하오(张旭豪)는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인 캉자(康嘉)와 한창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저녁 10시가 넘자 배가 출출해진 장쉬하오가 학교 주변 식당에 배달음식 주문 전화를 했지만 음식을 배달해주려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이런 불편함에서 문득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은 장쉬하오는 룸메이트인 캉자와 함께 12만 위안(약 2천200만 원)을 모아 음식배달에 관련된 소규모 창업을 했다. 창업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이 아니었기에 기숙사 방 한 켠에 일반 전화기를 놓고 배달원을 모집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학교 주변 식당에 명함을 돌린 다음 주문전화가 오면 배달원들이 직접 음식을 찾아 배달해주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이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네 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1년 만에 십여 명으로 늘어났고, 따로 사무실까지 얻게 되었다. 어쩌면 얼러머의 본격적인 창업 신화는 2009년 4월‘ 얼러머’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후발 주자 얼러머, 선두 기업을 꺾다

2015년 2월 기준 얼러머 앱의 유효 사용자 수는 690만 명에 달한다. 학교·사무실·가정 배달 시장에서 얼러머가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거래액은 3,000만 위안(약 58억 원)을 웃돈다. 중국 소비자들은 하루 평균 약 3.22번 얼러머를 스위치 온, 즉 이용하는 것이다. 과거 네 명의 직원과 두 대의 자전거로 시작한 사업은 8년 만에 직원 3,800여 명, 하루 주문량 150만건, 브랜드 가치 1억 달러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처음부터 예견됐던 건 아니다. 젊은 CEO인 장쉬하오가 얼러머를 창업하던 시기에는 이미 동일한 업종의 선두기업 샤오에당즈(小叶子當家)가 버티고 있었다. 샤오에당즈 역시 또래의 대학생이 창업한 기업으로 얼러머보다 앞서 시장에 진출했으며, 자본금도 얼러머의 10배가 넘게 성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얼러머는 단 5년 만에 샤오에당즈를 꺾고 상하이는 물론 중국 전역 260개 대도시에 진출하며 전체 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얼러머가 당시 1위 기업인 샤오에당즈를 넘어설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❶ 시장의 룰을 바꿔라

중국 역시 초기 배달 앱의 높은 수수료가 항상 불만이었고, 그것이 문제가 됐다. 수수료가 적게는 8%~12%로, 특히 매출이 크지 않은 중소형 식당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졌다. 샤오에당즈는 이 문제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으나 시장 후발주자이고 도전자였던 얼러머는 여기서 시장을 바꿀 핵심적인 차별화의 길을 발견했다.

얼러머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배달 앱의 이용 수수료를 과감히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얼러머가 직접 개발한 나포스(NAPOS)라 ‘식당 주문 관리 솔루션’을 점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배포해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자신들의 앱을 설치하라고 홍보하는 대신 식당 운영에 꼭 필요한 고객 관리, 메뉴 관리, 주문 관리, 회계 정산 등이 포함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점주들을 설득했다. 가격 역시 연간 4,800위안(약 88만 원)으로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던 식당 점주들이 점점 마음을 돌렸다. 시장에 널린 일반적인 배달 앱이 아니라, 식당 운영에 꼭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얼러머는 확실한 성공을 위해 솔루션만 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솔루션을 교육하거나 식당 마케팅과 운영 컨설팅까지 해주는 순회 사원을 나포스를 설치한 각 식당으로 보내며 점주들과의 신뢰를 쌓았다.


❷ 눈에 보이는, 측정 가능한 목표를 만들어라

얼러머는 젊은 기업이지만 주먹구구식 경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목표를 숫자로 정량화해 엄격히 관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가령 기존 배달 앱사용자가 최소 다섯 번 이상의 터치나 버튼을 누르며 불편해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앱은 이용자가 세 번의 버튼 클릭만으로 주문이 되도록 간단히 설계했다. 또한 배달 서비스의 핵심인 배송시간 단축을 위해 자체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 평균 배송 시간을 45분 내외로 일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도입해 추진력 있게 실행했다.


❸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라

초창기 시장을 선점한 배달 앱들은 중대형 또는 브랜드 음식 프랜차이즈들,가령 맥도날드나 버거킹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들 위주로만 제휴하며 시장을확장하려 했다. 맛이 표준화돼 있고 서비스나 브랜드 신뢰까지 갖춘 중대형 음식점들과의 전략적 제휴는 어쩌면 당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얼러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대학가 시장을 중심으로 출발했으며, 자연스럽게 대학가의 중소형 음식점들을 공략 타깃으로 삼았다. 기존 배달 앱들이 매번 주문해서 먹기 부담스러운 반면 대학가의 분식집들은 몇 번을 시켜 먹어도 부담이 없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얼러머는 박리다매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향후 배달 앱 시장 전망

작년 말부터 베이징에서 예전에 보지 못했던 광경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주문하려고 줄을 서다 보면 그 줄에 꼭 두세 명 정도 배달 앱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는 배달원들이 서 있는 것이다. 적게는 한잔, 많게는 열 잔 이상의 커피를 포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또한 배달 앱은 사무실의 점심시간 풍경도 바꾸어 놓고 있다. 얼마 전 알게된 중국 오길비(Ogilvy)의 홍보 담당인 리우(Liu)는“ 예전에는 사무실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늘 고민이었는데, 이제 배달 앱을 활용하게 되면서 취향에 따라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한 발 더 나아가“ 요즘은 다이어트식으로 일주일 식단을 만들어 배달해주는 업체가 생기면서 그 업체 도시락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배달 앱들은 단순히 음식 배달을 넘어 중국인의 라이프스타일마저 바꿔 놓고 있다. 그 선두에 바로 앞서 소개한 배달 앱들이 서 있는데, 그들의미래 성장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접근해 볼 수 있다.

첫째, 거대 오프라인 기업들의 투자방향이다. 초기에 온라인 기업들의 공세에 대해 경쟁적 자세를 보였던 그들은 이제 대세를 따르는 분위기다. 실제로

타오바오가 작년 11월 11일 하루 매출액 16조 원을 달성한 것은 중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둘째, 8% 성장의 신화가 깨지고 생산 실물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재고 문제를 걱정하고 서민들은 생활의 합리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배달 앱은 기

업 입장에서는 판매망을 더 확장하는 기회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망확장에서 일어나는 할인이라는 혜택을 보게 된다. 실제 얼러머는 성장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 서브웨이(Subway)’와의 협업을 통해 22위안짜리 샌드위치를 단 6위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한 달 이상 지속했다.

셋째, 중국 역시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의 대학생들은 오히려 취업보다 창업에 더 큰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상황을 볼 때 중국의 배달 앱, 나아가 O2O 시장의 성장 가속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