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4 : 3분짜리 광고 하기… 30초 광고 6번 하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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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풍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멀티미디어 영상과 교수 / chpy@codacm.com
서울대 산업미술과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세종문화 CM Director를 거쳐 CODA Production을 창립, 대표감독으로 있다. 2005년 골든디스크 뮤직비디오 부문 최우수 작품상, 2004년 대한민국광고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얼마 전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최종 소재를 무려 8가지 방식으로 변환해 제공했다.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용은 여전히 SD급인 디지-베타(Digi-Beta) 방식의 테이프로 했으나, 인터넷용으로 세 가지 방식의 데이터를, 그리고 전광판 및 미디어폴(Pole)용으로 또 다른 방식의 데이터를 제작하면서 이제는 정말 많은 미디어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임을 절감했다.

RED One Camera
영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리소스(Resource) 대부분이 촬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보았을 때, 그동안은 필름을 소재로 한 작업과정중 SD급이 가장 최상급 작업이었음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720×486, 우리는 이 정도의 리솔루션(Resolution; 화면해상도)을 SD급이라고 이야기하고, 1024×768, 1280×1024, 1920×1080 등 그 이상의 리솔루션을 HD급이라고 한다.
그런데 HD시대를 맞이해 영상의 기본이자 최상급으로 각광받던 필름이 물러나고, 데이터 방식이 그 뒤를 이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공중파 방송이 이를 선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2012년 이후로 모든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다고 홍보중이다.
아리(ARRI)·파나비전(PANAVISION)·소니(SONY) 등 기존의 필름시대의 강자들은 이러한 시대를 대비해 각각의 준비를 해왔고, 영상제작에 관련된 많은 분야의 사람들은 그들이 간혹 발표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기자재 및 작업과정이 곧 앞으로의 환경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레드원(RED One)이라는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HD가 대세이며 그에 따라 많은 HD 카메라가 개발되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필름 카메라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수용하고 있지 못해 사용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레드원은 기존의 필름 카메라가 갖고 있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데이터 방식의 장점을 극대화한, 가히 파격적인 기술개발의 결과이다.
처음 사용해 보았을 때는 이러저러한 의구심과 데이터 방식의 후반작업 여건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 필름 카메라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보조 카메라로 사용했다. 사실 많은 부분들이 불편했다. 레드원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또 눈에 보이는 몇 가지 단점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촬영한 결과물을 화면으로 구현하는 트랜스퍼 과정에 대한 연구가 태부족이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의 효율성을 지니고 있는 이 새로운 촬영시스템을 앞서서 익히기 위해 노력해왔고, 최근에는 상당한 노하우들을 갖게 되었다. SD급인 필름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화질, 오랜 시간의 촬영에도 적합한 비용 효율성, 웹환경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재 제작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기에 이제는 대부분의 촬영을 레드원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초의 한계
그런데 모든 영상물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여하는 ‘영상광고’는 아직도 기존의 미디어인 공중파 광고에 대한 지나친 편중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올림픽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고는 실 방송시간을 기다려서 시청하기보다는 인터넷이나 IPTV 등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그램만을 선택해 즐기는 시대이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지만, 예전처럼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시대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월 20억 원 이상의 매체비를 사용하는 공중파 광고는 내용이 어떻든 대중들의 기억에 확실하게 인지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간혹 학생들에게 “혹시 이러이러한 광고를 본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갸우뚱하면서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곤 한다. “에이~요즘 누가 TV보나요?” 그들은 유투브 등의 동영상 포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영상들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데이터 방식의 새로운 촬영시스템과 공중파 방송의 제한된 길이의 매체를 벗어난 시대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웹환경이나 거리의 미디어폴 등 새로운 매체의 특징은 기존 공중파 매체의 30초·20초·15초 길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인데, 정작 우리들은 아직도 기존 방식의 길이에 최적화된 구성법으로 제작하고 있다. 즉 주어진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혹자들은 “그래도 아직은 공중파 광고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15초 위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하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뒤늦게 대응한 결과 레드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듯한 기업들을 타산지석의 마음으로 봐야 할 것이다.

‘영상광고’가 그립다
광고회사의 기획자들이나 제작사의 감독들은 기존의 30초 이내의 구성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구성법을 연구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의 광고들 중에는 ‘과연 영상광고일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들도 눈에 띈다. 마치 광고주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디자인적으로 훌륭하게 구성한 6~7컷의 인쇄광고를 붙여 놓은 듯한 느낌으로만 보이는 것들이 많은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영상광고를 인쇄광고의 나열처럼 제작하는 것을 단지 ‘15초의 한계’로만 치부하기에는 시대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영상광고가 갖는 힘, 그 강력한 파급효과를 기대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는데, 오히려 공중파 광고가 힘을 잃고 있다고 나약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혜안을 의심받을 일이다. 최근의 칸국제광고제나 클리오·뉴욕페스티벌 등의 수상작들을 보아도 공중파 광고에 매몰되어서는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중파 광고가 대부분의 광고효과를 책임지고 있던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디어들이 각각의 특성에 따른 역할을 부여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영상구성법을 적용해 제작되어야만 각각의 미디어를 통한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광고가 늘 새로워야 하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그렇지 않고는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중파 광고의 제한된 길이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 희한한 의상에 특이한 말과 몸짓을 앞세우는 것은 너무도 지나간 시대의 방식이다. 물론 아직도 공중파 광고가 갖고 있는 힘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 다만 우리가 그 역할부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짧은 길이의 영상에 5단 신문광고에 들어갈 법한 분량을 요구해 영상 본연의 힘을 약화시키지는 않았는지, 혹은 3분 이상의 길이로 제작되어도 무관한 웹상의 미디어에 30초 광고를 6번 이상 반복해 사람들의 짜증을 유발하지는 않았는지 재고해 볼 일이다. 공중파 광고가 모든 것을 끌어안고 힘겨워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공중파 광고는 자신이 할 일만 하면 된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영상광고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그 외의 역할들은 새롭게 등장한 많은 미디어들이 도와줄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지금의 시대변화는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의 시대로, 어떤 사람에게는 무기력의 시대로 다가올 것이다. 레드원의 등장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망감으로 다가오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천지를 열어준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