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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영국에서는 총선거(General Election)가 있었다. 영국의 정치 시스템이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한국의 6월 지방선거와 시기도 비슷하고 민주주의의 태동국이라 할 영국의 선거 풍경은 한국의 선거와 비교해 볼만한 부분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영국의 총선을 마케팅적 관점에서 분석해보고, 총선의 결과가 마케팅 혹은 광고산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알아보려 한다. ‘트위터 선거’·‘페이스북 선거’ 선거 시작 전 영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2010년 영국 총선을 ‘디지털 선거의 첫 해’라고 명명했었다. 어떤 이는 유튜브 선거(YouTube Election)라 정의했고, 어떤 이는 트위터(Twitter) 혹은 페이스북(Facebook) 선거라고 명명했다. 실제로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영국의 각 정당들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기존의 단순한 온라인 프로모션이 아닌 쌍방향 네트워크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소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을 포함한 영국의 6개 정당 모두 페이스 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채널에 선거를 위한 페이지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한 토론활동을 개최했고,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정책 설명과 그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노동당의 집권에 도전장을 내민 보수당은 공격적인 내용의 포스터를 온라인에 게시하고, 인터넷을 적극 이용했다. 집권당이었던 노동당은 아예 전국적인 오프라인 광고는 하지도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당의 재정적 이유를 들었지만, 아마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유세가 효과적이고 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반인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정책을 위한 투표(Vote for Policies)’라는 웹 페이지는 유권자들에게의 올바른 정보 제공, 투요 참여율 제고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영국의 6개 정당의 이름이 가려진 채 정책만을 구별해서 보이게 해놓고 가장 올바르고 효과적일 것 같은 정책에 먼저 투표한 뒤 나중에 그 정책이 어느 정당의 것이었는가를 확인해 볼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방문자들은 정당의 이름을 모른 채 정책을 선택하고 나중에 실제 정당과 정책을 맞춰 보고, 자신이 지지했던 정당의 이름이 아니라는 점에 흥미를 느낀다. 재미있는 점은 가장 높은 10% 이상의 정책 지지율을 보인 정당은 노동당도 보수당도 아닌 녹색당(Green Party)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디지털 효과를 노린 정당들의 목적은 아주 간단하다.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시청각 효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효과적인 정책 전달, 선거와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젊은 유권자 층 공략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투표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한 유권자들의 반응에 대해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 대비 고효율도 가난한 소수 정당들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이다. 디지털 선거, 선거의 흐름을 바꿨을까? 최근 스마트폰과 휴대용 넷북, 테블릿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2010년 5월의 영국 총선을 디지털 선거의 시발점이라고 예측했던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난 지금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재미있는 평가와 분석이 잇따른다. 영국 대부분의 전문가와 칼럼니스트들의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이다. 한 유명 칼럼니스트는 자신이 예측하고 명명했던 ‘유튜브 선거’는 완전히 잘못된 예측이라며 자신을 스스로 비난했다. 결론적으로 보수당이 18년 만에 자민당과의 연합을 통해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보수당의 승리에 디지털 선거라는 효과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선거 후 다양한 분석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영국 IAB(Internet Advertising Bureau)는 선거 직후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과 온라인을 통해 소셜 미디어가 크게 유행했지만 실제로는 TV·라디오·신문·옥외광고 같은 전통적인 매체가 변함없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수 만 명의 방문객을 남긴 홈페이지보다 90분 동안 방영된 TV토론회가 더욱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자체적으로 개설한 총선 페이지에 하루 평균 9천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고, 유튜브의 디지털 토론과 각 정당의 소셜 미디어 채널에 수 만 명이 참여했다는 결과 역시 선거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많은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지만, 이는 기존의 지지 정당을 변화시킬 만큼의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단순한 지지의 연장선상일 뿐이며, 많은 방문객 수는 대부분 일정 인구의 중복적 방문이지 실제 참여자 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보수당에 연립내각을 요청할 만큼 꽤 많은 의석을 확보한 자민당의 닉 클레그(Nick Clegg)는 TV토론회를 통해 똑똑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내보이며 가장 크게 부각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제3당의 위치를 확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선거기간 동안 노동당은 오프라인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보수당은 옥외광고를 영국 전역에 2천 개를 설치하는 등 기존 마케팅 방식을 고수하면서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칼럼니스트는 이번 선거를 ‘평범한 선거(Old Election)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마케팅 툴의 혁신적인 변화는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정치라는 산업(Industry) 측면에서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이라는 방식은 다양화를 불러일으키되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블랙베리의 사용으로 대선 때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스마트폰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주목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스마트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더욱 컸다. 오히려 TV토론회를 통해 훌륭한 언변과 젊은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미국 대형 신문사들의 공개적인 지지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잘못된 선택’과 정치 마케팅의 본질 디지털 선거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빗나감에 따라 정치 마케팅에 대한 반성적인 분석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엿보인다. 일단은 섣부른 예측과 마케팅 툴의 잘못된 선택은 각 당이 고용했던 사치 & 사치 같은 대형 광고 에이전시의 무능함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되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과 집중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을 뿐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는 평이다. 단순히 유행과 일종의 사회현상에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와 영향력을 분석했어야 하는데, 정치라는 특수한 배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자연스럽게 각 당의 정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치란 궁극적으로 좋은 정책을 통해 국민들이 행복하고 잘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고 볼 때 각 당은 포퓰리즘을 따라가는 ‘시장/소비자(=유권자)중심 전략’이 아니라 올바르고 훌륭한 ‘제품(=정책)중심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내의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는 한국의 선거에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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