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08 : 밀레니엄 인터뷰 - '우비소년'의 이동우감독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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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데다... 어수룩하긴... 그래서 인기라구?
- 플래쉬 애니메이션 '우비소년'의 이동우감독-

 

2년 전인 1999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제46차 세계광고주대회’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했던 ‘Red Sky Interactive’사의 CEO 팀 스미스(Tim Smith)는 “서울에 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용선이 갖춰진 PC방에서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즐기는 모습”이라고 말했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인터넷 환경을 갖춘 놀라운 나라”라는 감탄(?)과 함께.‘인터넷 강국 -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의 인터넷 열기는 뜨겁다.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인터넷 사용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며, ‘쌈장’을 계기로 프로 게이머가 10대들 사이에서 선망 직종으로 떠올랐고, mp3 플레이어 기술에 관한 한 세계 종주국의 위상을 굳히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둘리’ 이후 거의 볼 수 없었던 순수 국산 캐릭터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하여 ‘플래시 애니메이션(flash animation)’이라는 것을 통해 널리 알려진 ‘우비소년’ ‘마시마로’ ‘졸라맨’ 등등. 이 캐릭터들은 휴대전화 줄·인형·문구 등 팬시상품을 비롯, CF 모델로 데뷔하기도 하고(졸라맨), ‘우비소년’의 경우에는 TV용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다.
특히 ‘우비소년’은 ‘처음부터 캐릭터 사업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세계 최초의 성공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른한 햇볕이 쏟아지는 평일 오후, 이 작품을 만든 로이비쥬얼사를 찾아가 우비소년과 그를 만든 이동우 감독과의 대화를 살짝 들어보았다.
 
우비소년 : 감독님, 축하해요. 요즘 저보다 더 유명해졌더라구요. 신문, 잡지 안
나오는 데가 없던데...
이동우 : 너까지 왜 이래? 그렇잖아도 부담스러운데. 그리고 ‘감독’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그랬잖아. 우리 로이비쥬얼 가족들과 함께 만드는 거지, 나 혼자 만드는
거냐?
 
첨 내가 e-카드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인기를 끌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럼, 너도 진짜 용 됐지. 사실 그때 www.cardrock.co.kr은 e-카드의 후발주자였잖아. 딴 덴 벌써 수천 종류의 카드를 서비스중이어서 다양함에서는 잽이 안되니까, ‘뭔가 차별적인 게 없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게 플래시를 이용한 짧은 동영상 카드였지. 덕분에 3개월만에 3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특히 ‘화풀이’ 시리즈는 인기가 대단했어.
 
참 나... 날 그렇게 두들겨 맞게 하고선... 그 바람에 가뜩이나 홑꺼풀 작은 눈에 주근깨 투성이라고 놀리는데, 스타일 완전히 구겼잖아요!
네 외모가 내 책임이야? 널 만든 건 엄준영 디자이너였잖아.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의 노란 우비 복장이 인상적이어서 만들었다지?
 
그래요, 말하자면 그 분은 엄마, 감독님은 아빠. ^^;; 게다가 날 만들어준 인연 때문에 얼마 전 두 분이 실제로 부부가...
야아∼ 개인적인 생활을 공개하면 어떡해?

어쨌든 e-카드로 인기를 얻었지만 인츠닷컴의 김정영 영상사업부장님의 눈썰미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비소년’ 이야기는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맞아! 김 부장님이 많이 도와줬지. 덕분에 52회까지 연재되는 시리즈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아까 난 배두나 누나한테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고 했는데, 나머지 우거지맨션 식구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거예요?
작년 9월 기획에 들어갔을 때 제일 고민한 게 바로 캐릭터들이었어. 왜냐하면 우린 처음부터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붐업을 일으키고 그를 바탕으로 캐릭터 사업,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등으로 확장하는, 이른바 ‘원 소스 - 멀티 유즈(one source - multi use)’ 개념을 갖고 시작했으니까.
 
오우∼ 영어 좀 되는데요? :-)
가만 좀 있어봐. 암튼 그래서 캐릭터가 중요했기 때문에 쉽게 만들 게 아니었지. 며칠 동안 인터넷으로 정신병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서 비슷비슷한 증상들을 그룹핑한 후에, 그 중에서도 보통 사람들도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만한 증세들만으로 만들었어. 이름에서도 쉽게 알 수 있지만 오타 군은 ‘오타쿠(お宅)’에서 따왔고, ‘뱃살공주’니 ‘뭘더’니 ‘뻥도사’니 ‘슬로우 밧데루’니 다 그렇게 만들어졌지. 개인적으론 ‘빠다킹’에 제일 애착이 가.
 
그럼 어떤 성격을 넣고 싶었나요? 정의감에 불타는 착하고 순수한 소년?
-_-;;; 그건 아니고...
 
T..T
넌 말야. 나를 포함한 우리 로이비쥬얼 가족들 모두를 하나로 만든 캐릭터야.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이 인정받는 요즘 세상에,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어설프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고집하는 그런 사람. 너도 맨날 봐서 알지만 로이비쥬얼 가족들 모두 ‘우비소년’의 ‘엘비수’처럼 오토바이 몰고 다니면서 폼 잡고 이런 거 전혀 못하잖아. 다들 어수룩하고 착한 사람들이지.
 
헤헤... 듣고 보니 어째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리지만 암튼 좋네요.
그게 역설적으로 네티즌들이 널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 엽기가 판을 치는 인터넷 세상에서 ‘마시마로’나 ‘졸라맨’ 같은 다른 플래시 캐릭터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고.
 
그럼 우거지맨션의 이야기는 언제까지 계속되나요?
별 문제 없이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내년 초쯤? 아마 절반쯤까지 진행되고 나면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방영될 거야.
 
원래 감독님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죠?
그래. 제작비가 적고 인터넷을 통해 관객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우비소년’을 플래시로 만들었지만, 사실 플래시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지. 내 꿈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반딧불이의 묘(火垂るの墓)’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건데, 그건 좀더 공력을 쌓아야만 되는 거고, 지금은 아직 젊으니까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나 ‘패트레이버(Patlabor)’처럼 미캐닉 디자인이 돋보이는 SF펑크 장르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
 
이야∼ 갑자기 막 존경스러워 보이는데요. 이런 모습 처음이야! 어? 벌써 시간이 다 됐네. 마지막으로 광고성 멘트 하나! 저를 캐릭터로 만든 상품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짝퉁 말고 라이센싱 계약을 맺은 진짜들만! 자, 그럼 지금 바로 www.woobiboy.com으로 들어오세요..
 
인터뷰 : 박정인 대리 / CW | 김창호CD
  jipark@lgad.lg.co.kr
사 진 : 박상일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