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08 : Special Edition - 문화 소비와 이미지 - 광고사례 리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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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가는 사람들
이 현 종 CD
hjlee@lgad.lg.co.kr

 
 
 
<광고 1>
 
<광고 2>
 
<광고 3>
 
<광고 4>
 
<광고 5>
 
 
<광고 8>
 
<광고 10>
 
<광고 13>
 
<광고 14>
 
<광고 15>
 
들어가며...
 
같이 사는 여자가 디스크라는 몹쓸 병에 걸리기 전까지 작은 농장을 운영한 적이 있다. 김제 촌구석에서 자란 여자인지라 흙에 대한 향수가 남달리 사무쳤던 모양이다. 덕분에 도회지 출신의 나로서는 파꽃이 어떻게 생겼으며, 잡초와 배추 싹은 어떻게 솎아내야 하는지, 참으로 갸륵한 재주까지 익히게 되었다. 그런데 나즈막한 야산을 개간해 만든 농장 옆에는 그만한 크기의 농장들이 사열대 앞의 병사들처럼 오와 열을 맞춰 둔덕 가득 자리잡고 있었다. 대여섯 평씩 분양 받은 농장에 각각의 문패를 꽂고 주말이면 가족 등속들이 삼삼오오 모여 씨도 뿌리고 상추도 따 가는 그런 농장들을 사람들은 ‘주말농장’이라고 불렀다. 사실 우리 농장도 그들 농장 중의 하나였
다. 나름대로 시멘트 숲을 벗어나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데다 아이들에게는 ‘콩 심은 데 팥 나지 않는다’는 것을 제 눈으로 보게 해준다는 데서 제법 교육의 효과도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는지, 언제부턴가 많은 이들이 주말이면 돈 내고 남의 땅에 가서 일하는 이 모임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나처럼 별 다른 취미가 없는 소수의 천연기념물(?)들을 제외하면 사실 주말에 집을 나서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가족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취미생활을 위해서, 비즈니스를 위해서, 데이트를 위해서, 혹은 그런 사람들에게 끌려서.... 잉여시간에 대한 투자는 이제 가진 자의 특권이며 삶의 질을 말해주는 잣대가 된 것 같다. ‘라이프’에 헉헉대던 시대에서 이제 ‘라이프 스타일’을 챙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낚시·등산 같은 고전적인 활동에서 스킨스쿠버·번지점프·산악자전거·스노보드·래프팅·행글라이딩·인라인 스케이팅·서바이벌 게임·제트스키 등등. 아드레날린과 산소를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이런 모임들의 종류와 수는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아, 카우치 포테이토들이여! 휴일의 오롯한 게으름은 이제 시대의 악덕이 돼버렸는가.
 
광고 사례 15選
 
사망 사고의 28.4%가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이 끔찍한 위협소구 광고는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온다. 대형 영화관 광고인데 영화 한편 보러 나오라는 광고를 이렇게까지 무지막지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외출을 유혹하는 크리에이터의 대담한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세상은 여가를 즐기지 않는 인간들을 용서치 않을 기세다<광고 1, 2>

이성이 우상이 된 이래 지적 진화에만 골몰한 인간에게 신은 비만과 스트레스라는, 다소 아름답지 못한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동시에 인간의 에너지는 침대와 소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걷고 뛰고 땀흘리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제 심신을 리프레시(refresh)시키는 일은 생산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며, 이에 대한 투자는 사회 시스템 유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권익 신장, 소득 증대, 건강과 여가에 대한 관심, 자가용 시대의 도래 등으로 아웃도어 라이프는 라이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문 밖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광고 또한 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매일 매일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 중 백미는 단연 나이키다. 나이키의 커뮤니케이션은 알다시피 ‘Just do it’이라는 걸출한 슬로건을 통해 뛰고 땀흘리며 도전하는 용기를 찬양한다. 여기 나이키 정신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시리즈물을 소개한다<광고 3~5>.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당신은 그 소리를 듣습니다.
‘Just do it’
강속구 치는 법을 배우십시오.
왼손 슛을 연습하십시오.
더 열심히, 더 오래 연습하십시오.
연봉을 올리십시오.
미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당신은 그 소리를 듣습니다.
‘Just do it’
음식을 줄이십시오.
외국어를 마스터하십시오.
호수를 헤엄쳐 건너보십시오. 암벽을 오르십시오.
도서관에 가서 전기의 원리를 공부해 보십시오.
미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당신은 그 소리를 듣습니다.
‘Just do it’
당신의 몸무게 만큼을 들어올려보십시오.
마라톤을 완주해 보십시오.
백핸드를 개발하십시오.
직종을 바꿔보십시오.
미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은 깨닫습니다.
진짜 미친놈만이 그 소리를 듣지 못함을.
‘Just do it’
이 영혼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카피를 읽노라면 숨이 차고 피가 끓는다. 정직하고 순수하고 거칠고 원초적이다. 용기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콜럼비아의 광고를 보자. 캠핑이나 스노보드를 위한 재킷들을 소개하면서 아웃도어 라이프의 매력을 꽤 인텔리전트한 헤드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썰매가 다반사이던 시절, 논바닥에서 스케이트 한번 타면서 으스대던 일이 엊그제 같건만... 금석지감이 느껴진다<광고 6>.
<광고 6>
다음은 그 유명한 팀버랜드의 최근 캠페인이다. 에릭 메올라의 신비로운 사진들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흥과는 다른 모던하고 다소 감각적인 어프로치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정비례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통해 팀버랜드가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호화시켜 전달하고 있는데, 그래프를 굳이 말로 풀어서 설명해 본다면 이런 식이다.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다.’‘걸으면 걸을수록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
‘상쾌한 공기와 잘 될 것 같은 기분은 비례한다(사랑하는 여인과).’‘높이 오를수록 자신감은 커진다’<광고 7>.
<광고 7>
 
이들 아웃도어 라이프족에게 사륜구동 차량은 애인과도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야성의 마력에 온 몸이 전율한다. 포효하며 흙먼지 속을 달리는 이 야수들의 광고들을 보자. 거친 물살을 건너는 랜드로버 행렬. 보행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카피의 너스레가 웃음을 자아낸다. ‘강을 건너기 전에 양 편을 잘 보고 건너시오’ 암~ 랜드로버에겐 이런 거친 강도 아스팔트 도로니까...<광고 8>. 남성의 근육을 거친 지형으로 비주얼라이징했다. 닛산의 4x4, 티라노 아웃랜더의 당당함이 느껴진다<광고 9>. 코 끝을 스치는 향긋한(?) 기름 냄새. 지글지글 타오르는 그 거친 불꽃. 지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갖고 있는 라이터일 것이다. 이 유명한 라이터를 위한 최근 캠페인의 테마는 아웃도어 라이프의 필수품임이다. 카피를 보자. - 낚시편, ‘결코 하지 말 것 ; 초과남획, 와이프 동반, 지포 라이터 분실’ - 캠핑편, ‘절대로 피할 것 ; 곰, 귀신 나올 것 같은 집, 지포 라이터 분실’<광고 10>.
<광고 9>
다음은 여성들만을 위한 아웃도어 라이프 용품 사이트 광고이다. 여자라는 이름 속에 안주해 있는 천부적 역할들을 나열하며 그들이 새로운 여성상과 라이프 스타일을 갖기를 권유하고 있다. 산악자전거인으로서, 스노보더로서 혹은 하이킹 전문가로서<광고 11>.
 
<광고 11 >   <광고 12 >
이번엔 조금 가벼운 어프로치들을 살펴보자. ‘당신의 발은 여름 준비를 끝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의 데크 슈유즈 캠페인인데, 여름철 아웃도어 라이프의 즐거움을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잘 표현했다<광고 12>. 아웃도어 라이프는 당연히 청량음료 광고의 단골 소재이다. 각종 스포츠의 액티브한 장면을 콜라의 시즐로 표현한 펩시콜라의 광고물들은 절묘한 비주얼 처리가 가히 압권이다<광고 13>. 뭐니뭐니해도 여행보다 즐거운 아웃도어 라이프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여행을 권하는 광고들을 소개해 본다. 웨일즈관광공사쯤 되는 곳의 광고인데, 런던에 거주하는 도시인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2시간이면 백만 마일쯤 떨어진 것 같은 그런 별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주장이 거짓같아 보이지 않는다. 광고는 오전과 오후의 콘트라스트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피로에 찌들어 출근하는 도시인의 아침, 그러나 래프팅을 즐기는 퇴근 후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후련하다. 다음은 부부싸움 한 것 같은 아침 장면과 해변에서 키스하는 밤 장면이 대조를 이룬다. 카피 또한 에로틱하다. ‘그들은 상대의 목 속 깊은 곳에서 서로를 확인했습니다’<광고 14>. 이번엔 쿠바 여행 광고이다. 서인도제도의 일몰이 홍진에 묻힌 속인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8명의 미국 대통령도 도저히 못했던 일-쿠바 침공-이제 당신이 하십시오’라는 카피가 미국인들을 교묘하게 자극한다.<광고 15>
 
나오며...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취미를 물어 보니까, 제일 많이 나온 대답이 ‘산책’이었다고 한다. 많이 걸어야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인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많이 걷는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꽤 저명한 의학박사의 말을 빌자면 발바닥을 자극하는 것과 뇌 활동은 직결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고 애꿎은 머리털만 쥐어뜯지 말고 밖으로 나가 한두 시간 거리라도 배회하고 오는 것이 어떨지... 머리를 위로 두고 발을 밑으로 둔 조물주의 이치가 거기에 있으니...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