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0 : off the record - 시대의 시선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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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ff the record 

시대의 시선들

 

시대의 시선들은 집요하게 보고싶어 한다. 우리가 기존 광고에만 머무를 것인지 크리에이티브로 나아갈 것인지. 답은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응시해주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 후손들이 역사적으로 정의해주겠지만, 미시적으로 본다면 너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시대여서, 과연 정의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최근에는 K-POP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후후〜

 


‘Brand’로 다가가지 말고 ‘Friend’로 다가서기
그렇다면 ‘광고’하는 우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번 부산국제광고제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시선들이 볼 수 있었다. 브랜드 유니언(The Brand Union)의 아시아지부 CEO인 알랜쿠드리(Alan Couldray)는 자신의 세미나에서 지금의 시대를 디지털 휴머니즘의 시대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는 Dog Consumer가 아니라, 눈앞에 가서 ‘나 좀 보소 나 좀 보소’ 해야 슬쩍 눈길 한 번 주는 Cat Consumer라고 칭했다. 이들은 온라인 콘텐츠들을 아무 거리낌없이 다루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들을 더 이상 Consumer로 보아서는 안 되며, Product 그 자체로 봐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람들이 까다로워지고 복잡해졌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닐 듯싶다. 문제는, 그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예전의 소비자들이기를, 예전의 Dog Consumer이기를, 온라인 콘텐츠를 다루는 초보자이기를 희망하는 데 있다. 왜 그 희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스스로가 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서? 약간의 뒤처짐을 인정하기가 두려워서? 아직도 브랜드를 다루는 사람들은 소비자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고집 때문에?
알랜 쿠드리가 한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로 다가가지 말고 ‘프렌드’로 다가가라는 말이었다. 브랜드가 프렌드가 되면, 그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친밀하고 치밀해진다. 친구라는 '관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담론들이 브랜드를 위한 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뻔한 얘기로 보이지만, 실제로 콘텐츠 개발의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이들에겐 결코 쉽지않은 일이라는 것, 대단한 용기와 대담함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아주 흥미진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No one remember what you say, they only remember how you make them feel(말하지 말아라. 느끼게 해줘라.)” 알랜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사실 카피의 기본이었던 원칙이다. 광고의 기본이었던 원칙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더 절절하게 요구되는 일이다.

정말 성공한 브랜드, 성공하는 브랜드 캠페인이 되려면 말이다. 친구에게“ 난 네 친구야”라고 백 번을 말하는 것보다 정말 친구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방법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말만 쉽게 하는 친구들은 너무나 많고, 그것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들은 그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 그것을 소비자들도 결코 모르고 있지 않다.

 

Code Writer와 Art Director, 혹은 Idea Writer와 Creative Technologist

또 하나 흥미로웠던 시선은 덴츠 뉴스쿨(Dentsu New School)의 학장이자 덴츠의 전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가가미 아키라(鏡 明)의 시선이다. 광고회사 제작팀의 직무를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의 조합으로 나누지 않고, 코드라이터와 아트디렉터의 조합, 혹은 아이디어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의 조합으로 나눈 것이다. 이 시선을 처음 접했을 때는 세상의 모든 카피라이터들이 카피한 줄도 못쓰게 될까봐 걱정이 앞섰지만, 그의 시선이 의도하는 바는 기존에 일하던 방식만으로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컨셉트를 잡는 것 이상으로 코드를 읽는 것이 중요하고, 카피를 쓰는 것만큼이나 아이디어 시놉시스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능력을 키운다면 누구나 코드라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운 일이면서도 진정으로 용기가 있거나 남다르게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테크놀로지’는 몇 년 전부터 거의 모든 광고제와 세미나의 화두였다. 스마트 라이프를 생성해내는 기술들을 광고하는 사람들이 숙지하지 못한다면 유니클로의 ‘유니클락’과 같은
캠페인은 결코 만들어낼 수가 없다. 그저 감탄만 하는 참관인에 머무를 뿐. 나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비주얼 테크놀로지에 대한 공부를 간간히, 아니 조금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면
테크놀로지는 앞으로의 크리에이티브에 없어서는 안 될 ‘코드’임은 분명하다.
시대의 시선들은 집요하게 보고 싶어 한다. 우리가 기존 광고에만 머무를 것인지 크리에이티브로 나아갈 것인지. 답은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응시해주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조성은

ACD | chocopy@hsad.co.kr
매력적인 오답에서 예기치 못한 정답으로.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