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0 : 세상 낯설게 보기 - '오늘'을 관찰하신 적이 있습니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세상 낯설게 보기
‘오늘’을 관찰하신 적이 있습니까?

 

오늘을 잘 사는 것,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진리입니다. 기발한 무언가를 찾을 땐 쉽게 잊고 마는 소재이기도 하지만요. 누구나 살아가는 ‘오늘’은 공감의 힘을 갖고 있고 또 그렇기에 감동을 만들기도 쉽습니다. 

 

‘오늘’.
오늘은 ‘오늘’을 한 번 관찰해 보세요. 어제와도 같고 내일과도 별 다를 게 없겠지만, 재미있는 사실들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늘 오늘을 살기에‘오늘’이 가장 평범하며, 잘 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잘 안다고 생각되는 순간, 관찰을 멈추게 되고요. 새로울 것도 설렐 것도 없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오늘’ 안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 누군가의 희망, 누군가의 좌절. 많은 이야기가 숨겨진 보물섬입니다.
이 보물 같은 오늘을 찾아 새롭게 만든 광고들. 오늘에서 찾은 이야기이기에 쉽게 공감하게 되고 많이 감동하게 됩니다.

 

어제 중요했던 건 오늘도 중요합니다
가구부터 전자제품·의류·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을 파는 영국의 오래된 브랜드 존 루이스(John Lewis).
존 루이스는 1925년부터 소비자와 함께했습니다. 90초의 따뜻한 광고는 그 오랜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분할된 화면 구도. 호주 록그룹 INXS의 <Never tear us apart>가 리메이크돼 울려 퍼집니다. 왼쪽은 1920년대쯤의 풍경인듯하고, 오른쪽은 현재인 듯합니다. 시대가 다르니 복장도 다르고 거리 풍경도 다릅니다. 이야기는 데이트를 준비하는 남녀의 모습에서 시작됩니다. 오래된 그림에선 여자가 외출 준비를 하고, 현재에선 남자가 외출 준비를 합니다. 그들은 한 공간에 있는 듯 데이트를 하고 영화를 봅니다. 때론 다투기도 합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미안하다’는 편지를 쓰고, 남자는 여자에게 이메일을 씁니다. 그리고 다시 카페에서 마주치는 남녀. 존 루이스는 시대는 달라져도 ‘진정한 사랑’과 같이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분할 구도의 광고는 많이 쓰는 기법이라 새로울 건 없지만, 담아낸 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여자는 옛날극장에서, 남자는 3D 극장에서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는가 하면, 여자는 옛날 춤을 추고 남자는 클럽에 있습니다.

두 시대를 함께 보여주면서 존 루이스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들과 늘 함께했음을 보여줍니다.
1925년부터 시작된 존 루이스. 그들은 ‘Never Knowingly Undersold’ 정책을 지켜왔습니다. 존 루이스에서 물건을 산 소비자가 더 싸게 파는 데를 찾으면 차액을 지불하는 거죠. 하지만 최근엔 그 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전자제품의 경우, 대부분의 소매점이 1년간의 보증기간을 제공하지만 자신들은 2년을 제공하기에 더 비쌀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고객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꺼낸 듯합니다. 의도야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 있지만, 광고 속엔 영화처럼 몇 년 간의 오늘이 따뜻하게 담겨 있습니다.


기술이 우리의 오늘을 바꿨습니다
일본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SHING02. 그는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분할 구도를 통해 풀어냅니다. 기술이 사랑을 이어주고 마음을 전한다는 건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여느 광고에서 늘 듣던 얘기고요. 하지만 SHIONG02의 생각은 다릅니다. 기술이 우리를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게 만드는지 비교를 통해 풀어냅니다.
상하로 분할된 화면. 위의 여자는 책을 들고 강아지와 산책을 합니다. 아래 화면의 여자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스마트폰을 보며 강아지와 산책을 합니다. 잠시 후, 그녀가 쉬고 있는 벤치에 남자가 와서 앉습니다. 위 화면의 남자는 신문을 읽지만, 아래 화면의 남자는 역시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여자가 데리고 온 강아지를 만져주지만, 여자의 반응은 달라집니다. 책을 읽던 여자는 남자에게 말을 걸죠. 남자도 여자에게 가까이 앉아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요. 반면 헤드폰을 낀 여자는 오로지 스마트폰과 음악에만 몰두합니다. 남자도 통화에 열중합니다. 간간이 엇갈리는 남녀의 시선은 안타까움을 자아내죠. 그들은 헤어지고, 화면은 남자의 뒷모습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엔딩이 이어집니다. 위 화면의 남자는 주머니에 여자의 전화번호가 적힌 듯한 쪽지를 넣지만, 아래 화면의 남자는 스마트폰을 넣습니다. 늘 손에서 떼지 못하는 필수품이 돼버린 스마트폰과 헤드폰. 이 기술들이 두 남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버린 거죠. 그들의 만남은 ‘만남’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오늘’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라 뭉클해집니다. SHING02는 ‘오늘’의 모습을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Benetton은 불편한 오늘을 꺼냈습니다
늘 논란의 중심에 기꺼이 올라서는 베네통. 인종차별뿐 아니라 신부와 수녀의 사랑을 다루기도 하고, 오바마와 후진따오의 키스 광고로 칸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베네통이 올해 꺼내든 화두는 ‘Unemployee of the year’입니다. 세계 불황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88만원 세대로 표현되는 젊은이들이 있고요. 베네통은 이들에게 존엄성을 되찾고, 그들의 지원을 받으라고 합니다. 18세에서 30세 나이에 속하면서 아직 구직 중이라면 자신이 믿고 있는 프로젝트를 베네통의 ‘Unhate foundation’에게 제출하는 거죠. 그 중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100개의 프로젝트는 각각 5,000유로를 지원받는다고 합니다.
이 캠페인은 TVC와 인쇄를 통해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TVC에선 월스트리트 시위와 같은 풍경이 보이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데모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연출됩니다. 인쇄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얼굴이 등장합니다.
늘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 논란을 부추기는 베네통. 오늘은 ‘가장 안타깝고 불편한 오늘’을 꺼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젊은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찰이 만들어 낸 캠페인인 듯합니다.

 


하이네켄은 ‘오늘’을 실험합니다
돈 없이 5,187km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하이네켄 싱가포르는 한 젊은이에게 돈 대신 하이네켄 맥주만을 주고 여행을 보냈습니다. 준비물은 약간의 위트라고 합니다. 몽골에서 태국까지, 그 거리는 5,187km. 이 여행은 ‘Your Road to Sensation’이라고 불립니다.
여행자 오스틴은 몽골에서부터 히치하이킹을 시작합니다. 하이네켄을 건넨 후 경운기를 얻어 타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얻어 타기도 합니다. 몽골의 외진 마을에서 하이네켄을 나눠 마시며 우정을 쌓습니다. 수많은 히치하이킹 속에 마침내 상하이에 닿게 되죠. 촬영 스태프들은 그를 따라 다니긴 하지만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리얼한 여행의 연속입니다. 그의 여행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아니지만 이 무전여행가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몽골인의 모습이나 풍경들이 그려집니다. 몽골에서의 ‘오늘’을 경험하며 맥주 하나만 갖고 친해지기에 도전하는 거죠. 누군가와의 만남엔 늘 맥주가 있듯이, 길 위에서 만남에도 맥주는 오히려 당연한 매개체인 듯합니다. 때론 많은 돈보다는 맥주 한 병이 사람 사이엔 더 큰 값어치를 하니까요. 맥주만으로 떠나는 여행. 하이네켄은 길 위의 젊은 오늘을 풀어냅니다.

 

 

365일 그 어떤 날보다 오늘이 소중합니다
오늘을 잘 사는 것,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진리입니다. 기발한 무언가를 찾을 땐 쉽게 잊고 마는 소재이기도 하지만요.
누구나 살아가는 ‘오늘’은 공감의 힘을 갖고 있고 또 그렇기에 감동을 만들기도 쉽습니다. 좋은 광고다, 라고 느껴지는건 어김없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늘’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이면 날씨를 확인하는 사람들에게, 날씨가 찍히는 토스터기는 그래서 기발해 보입니다. 토스터기 안에 온도계와 기압계가 들어 있어 식빵에 오늘의 날씨를 찍어내는 토스터기입니다. 사람들의 아침을 잘 관찰한 디자이너가 만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을 다르게 보는 시선이 기발한 토스터기를 만들어 낸 거죠. 오늘, 그래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풀어낼거리가 많은 소재입니다.

 

 

 

 

신숙자

CD | sjshina@hsad.co.kr
몇 주간의 여행으로 일년을 광고하며 삽니다.
여행하는 광고장이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