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0 : WiseBell - 피에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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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seBell
피에타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이나 양조장,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윤 때문이다.”
참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게 말하고 있는 이는 그 유명한 애덤 스미스다. 보이지 않는 손이 어쩌니, 자유방임주의가 어쩌니 하며 미팅 나가서 몇 마디 아는 체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 외에는 나에게 눈곱만큼도 고마운 일 한 것 없는 사이지만, 어쨌든 그이의 <국부론>으로부터 이윤의 역사는 시작됐다. 그 후 반작용으로 노동과 자본의 대립이 부록으로 딸려와 수많은 열혈독자를 거느리며 시대를 풍미했지만, 어느덧 지나간 옛사랑의 그림자가 돼버린 지 오래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 우리는 그 어떤 역사의 단계보다도 균질화된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돈이 있다.
“점심은 나약한 놈들이나 먹는 거야.” 1987년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나온 고든 게코의 대사는 비정하다 못해 폭력적이다. 아직도 고든 게코로 나온 마이클 더글러스의 야비하고 냉혹한 표정이 눈에 선한데, 영화의 교훈적 결말과는 달리 월스트리트의 브레이크 없는 벤츠들은 속도전을 이어가며 끝장 질주를 해댔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금융위기, 대공황의 공포, 99%의 분노, 대안 자본주의의 대두 등등이다. 이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가는지 혹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나 한 건지 망망한 심정으로 자본주의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쯤 얘기하다 보니 내일 뭐 입을지도 모르는 작자가, 시대가 어디로 표류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 다만 자본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지뢰밭도 마다치 않고 용감무쌍하게 돌진하던 광고부대의 일원으로 잠깐 작전타임을 가져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몹시 나쁜 사람, 나쁜 사람, 나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 그리고 좋아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사실 나쁜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불행하지만 인간 노력의 결정체가 돈으로만 환산되는 메커니즘이 견고해질수록 바로 이 사람들, 나쁜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통사람의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할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썩으면 냄새나고 곪으면 터지는 이치가 아직은 힘을 잃지 않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좋아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탐욕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새로운 의료기기-디지털이라고 해도 좋고 인터넷이라고 해도 좋고 SNS라고 해도 좋은-가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아직은 부작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음). 그 와중에 최근 몇 년 동안 내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있으니‘, 진정성’이라는 단어다. 물론 콘택600 입자 세어보듯 일일이 헤아려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나의 귀엔 사랑만큼이나 흔한 말이 돼가고 있다. 물론 그렇게 진부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진정성은 이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도 연예인들에게도 기업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처럼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심히 곱씹어봐야 할 가치가 되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머리의 시대에서 가슴의 시대로 이동 중이다.

 

 

이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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