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6 : 광고제작현장 -짜릿한 나누기 한 판 ! 그 아날로그적 즐거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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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나누기 한 판! 그 아날로그적 즐거움
 
  정 은 진 | CR2본부
  ejjeong@lgad.lg.co.kr


 
 
















노스텔지어
트렌디는 힘이면서 또한 지루함의 대상이다. 이른바 복고는 이미 한국에서 적용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만큼 ‘전국구 컨셉트’였다. 영화는 말할 필요도 없고 패션 아이템, TV 프로그램 포맷,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복고로의 회귀를 즐겼다. 하지만 그렇게 트렌디화된 복고는 한국인의 냄비근성 마냥 서서히 기억 속에서 힘을 잃어, 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레발을 치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 엽기·키치 문화들처럼 꺼져가는 숨을 팔딱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식품 분야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최근 인터넷몰 초히트 아이템으로 떠오른 쫀득이와 아폴로, 그리고 뽑기로 대변되는 ‘불량식품’파와 스테디셀러의 왕인 새우깡(농심)·꼬깔콘(롯데)·조리퐁(크라운) 같은 영원불멸의 스낵파에 이르기까지, ‘나와바리(영역)’는 다르지만 ‘오까네(돈)’를 위해 ‘복고라는 사시미’를 치켜든 것이다.
복고의 제왕은?
사실 복고로 치자면 부라보콘을 따라갈 장사가 없다. 이미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부라보콘은 지금까지의 판매 금액만 총 4,400억원 규모, 수량으로는 32억 2000개에 이르며, 길이로 환산하면 지구 13.7바퀴를 가뿐히 돌아간다. IMF 한파 때에도 부라보콘은 식품업계에 복고바람을 일으키며 국내 아이스크림계를 이끌었을 만큼 복고에 있어서는 제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집행되고 있는 광고 또한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이라는 그 옛날 메시지로 회귀하여 광고 컨셉트까지 복고를 취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 쌍쌍바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다. 패키지에도 자랑스럽게 ‘since 1979’라고 찍혀 있지 않은가. 복고의 제왕 부라보콘의 ‘since 1970’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제품으로서, 1999년의 리런칭을 전기로 2000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신장을 이루며 복고의 대표주자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79년생 쌍쌍바, 1318에게 말 걸기
2002년 겨울, 쌍쌍바는 회춘을 꿈꾸기 시작했다. 유년시절 친구와 둘이 나눠먹던 100원짜리 쌍쌍바를 추억하며 쌍쌍바를 집어드는 사람들보다는, 500원짜리 쌍쌍바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 소위 1318에게 접근하고 싶어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스물 네 살 쌍쌍바가 1318의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멋진 매치메이커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그러자 제품 컨셉트는 자연스레 ‘나눠먹는 재미’에 맞춰졌다. 이것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다. 일단, 아이들은 먹는 거 갖고 장난치길 좋아한다. 또 세월이 제아무리 흘러 쌍쌍바의 패키지가 열두 번 바뀌고 가격이 펄쩍 뛴다 해도 나눠먹는 재미만큼은 변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는 세대를 포괄하는 한국인 고유의 ‘나눔’의 정서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여름날 화끈한 농구 한판을 끝낸 후 땀을 식히고 있는 열혈 1318들 뿐 아니라 힘든 작업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온 군인들, 쉬는 시간 잠시 숨을 돌리며 휴게실에 모여 있는 여직원까지도 모두 스틱 한쪽씩을 잡고 잠시잠깐 쌍쌍바를 나누는 재미에 빠져들 수 있다면!
물론 이와 유사한 컨셉트, 나눔의 개념을 가진 빙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쌍쌍바의 미투(me too) 제품들을 비롯하여, 반으로 쪼개 먹게 되어 있는 더위사냥(빙그레)류의 제품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 출시된 이 제품들은 쌍쌍바와는 달리 그 나눔의 방법이 다분히 디지털적(?)이다. 즉, 아날로그 형식으로 만들어진 쌍쌍바는 그 나누어짐의 비를 예측할 수 없고 정확한 나눔을 위한 장치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은데 반해, 더위사냥류의 제품들은 5:5라는 정확한 비율로 나누어지도록 나름의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쌍쌍바는 이들에 밀려 제대로 나눠지지도 않는 천덕꾸러기 제품으로 전락해야만 하나? 아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광고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말을 떠올렸다. “제품의 단점을 장점화하라!”
그래, 쌍쌍바가 어떻게 나눠질지 아무도 모르는 제품이라면 그 예측 불가능함을 한판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결투
2002년 1월 중순 어느 토요일, 경기고등학교 대운동장에서는 자그마치 100여 개의 쌍쌍바가 허공에서 두 쪽이 나고 있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운동장 바닥은 많이 젖어 있었다. 그래서 쌍쌍바 결투에서 패하고 땅에 무릎을 꿇는 역할을 맡았던 남자모델 조윤하 군은 바지의 무릎 부분이 젖어 연신 바지를 갈아입어야 했지만, 촬영 당일까지도 비 때문에 노심초사했던 우리로서는 그 정도의 수고로 그칠 수 있었던 그 날의 화창한 날씨에 너무나 감사했다.
윤하군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메인모델 정다혜 양은 드라마 <피아노>에서 인상적인 사투리 연기로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소녀로, 아직 어리고 경력도 짧지만 이번 촬영을 통해 당찬 연기를 선보이며 향후 광고모델로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였다.
훤칠하게 큰 키와 중성적인 마스크, 털털한 성격의 다혜양과, 마치 ‘리틀 조인성’을 연상시키는 곱상한 마스크에 내성적인 성격의 윤하군. 그 둘은 재미있게도 당찬 여학생과 조금 어리숙한 남학생이라는 쌍쌍바 콘티상의 성격과 실제의 성격이 흡사해 보였다. 그래서 촬영 내내 조금은 수줍은 듯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윤하군을 씩씩한 다혜양이 멋지게 리드해나가며 무리없이 콘티 내용을 소화해낼 수 있었다.
한겨울의 추위 속에 춘추복을 입고 쉼없이 “다혜! 다혜!” “윤하! 윤하!” 를 외치며 펄쩍펄쩍 뛰느라 목이 쉬고 무릎이 저렸을 30명의 엑스트라 학생들의 열연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촬영 도중 잠시 딴전을 피우다 카메라에 걸려 채은석 감독의 불호령과 함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했던 비운의 엑스트라 두 분께는 심심한 유감의 말을 전한다.

숨은 그림 찾기
문제를 하나 내보고 싶다. TV에서 보았던 쌍쌍바 광고의 기억을 한번 되돌려 보시기 바란다. 허공에서 두 쪽으로 갈라졌던 쌍쌍바는 오른쪽이 더 컸을까, 왼쪽이 더 컸을까?
정답은 오른쪽이다. 여기서 나는 개인적인 임상실험 결과 한 가지를 공개하고자 한다. 광고에서처럼 쌍쌍바 스틱을 한 쪽씩 잡고 실제로 나누기 내기를 해보면 흥미롭게도 열의 아홉은 오른쪽이 더 크게 쪼개진다는 사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진짜다. 그것이 제조과정상의 숨은 비법 때문인지 우연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향후 쌍쌍바로 내기를 할 일이 생기게 된다면 참고해 보시기를...
사족이지만 하나 더, 쌍쌍바를 반반씩 나누는 방법도 소개하고 싶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쌍쌍바를 광고에서처럼 양쪽 스틱을 잡고 나누면 한 쪽은 ㄱ자 모양으로, 다른 한 쪽은 반동강으로 허망하게 쪼개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스틱이 아니라 제품을 잡고 양쪽으로 가볍게 분질러줘야 양쪽이 반반씩 쪼개져서 먹는 것 갖고 싸우는 불미스러움을 방지할 수 있다. 뭐 나는 그런 거 생각해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다고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백문이불여일견, 오늘 저녁 집에 가는 길에 쌍쌍바 몇 개 사가지고 들어가 가족과 함께 짜릿한 나누기 한판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준 남양주시 H군에게 감사를 전한다. 물론 쌍쌍바 광고가 빛을 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밀어주신 광고주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