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6 : 프로모션현장 -고약한 하노버 기후를 잠재운 미래와의 커뮤니케이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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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하노버 기후를 잠재운 미래와의 커뮤니케이션
  박 승 도 대리 | 스페이스팀
  sdpark@lgad.lg.co.kr


CeBIT 2002
- Future Concept Model
 
CeBIT 2002
- LG전자 DDM부스
 
CeBIT 2002
- LG전자 정보통신부스
 
CeBIT 2002
- 세원텔레콤 부스
 
CeBIT 2002
- Flower Season Color
바람과 비와 삭막함의 도시, 하노버
독일인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하노버 기후(Hannover Weather)’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세빗(CeBIT ; Center for Bureau and Information Telecommunication) 전시회 기간 동안의 변덕스럽고도 잔뜩 찌푸린 하노버 날씨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세빗이 열리는 2월말 혹은 3월초의 하노버 날씨는 너무나도 고약했다. 꽃피는 3월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시릴 정도로 매서운 날씨 그리고 잔뜩 찌푸린 하늘과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아, 김종서의 겨울비라면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하련만, 하노버의 비는 짜증만 난다.
참으로 을씨년스러운 날씨다.

세빗 전시회에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안다. 그리고 그들에게 출장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야기한다. “다시는 세빗에 가나봐라!” 물론 본인이 가고 싶다고 가고, 가기 싫다고 안 가는 출장이 어디 있을까마는, 특히 오랜만에 가보는 해외출장의 목적이 세빗이라면, 부푼 해외출장의 꿈을 한순간에 짓밟아버리는 세빗이라면, 이들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발바닥이 빨개요!
정말로 크다. 세상에서 이렇게 큰 전시장은 처음 본다. 물론 내가 알기로도 세계 최대의 전시장이다. 전체 면적이 약 100만 sqm(약 30만 평)이나 되며 전시홀도 27개나 가지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것이 얼마나 큰 건지 언뜻 가늠이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전시장이라고 이야기하는 삼성동 코엑스(COEX)의 크기가 1만 1,000평이라고 하면 좀 이해가 될까? 그러니까 하노버 메세는 어림잡아 코엑스의 약 30배 규모인 것이다. 물론 이 전시장은 전세계에서 몰려든 참가 기업으로 완전히 가득찬다. 금년의 경우는 9.11테러의 여파로 조금 줄었다고는 하나 전세계 약 58개국에서 8,000여 기업들이 참가하였으며, 관람자는 약 8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시기간이 8일이니까 하루에 약 10만 명의 관람자들이 이곳을 찾은 셈이다.

따라서 광고주를 위한 결과보고서 작성을 위해 혹은 출장보고서 작성을 위해 8,000여 기업을 조사하려면, 물론 전수조사(全數調査)는 아니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도 3박 4일은 족히 걸리는 것이다. 그러니 지친 몸을 이끌고 민박집으로 돌아오면 어찌 발바닥에서 열이 안 날 수 있을까. 정말 발바닥이 빨갛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러한 발바닥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주최측의 세밀한 배려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전시장이 이렇게 크니 단순 관람자뿐만 아니라 전시 참가 기업들도 힘들어할 것임은 주최측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바로 전시장 내 셔틀버스이다. 셔틀버스도 종류가 세 가지가 되는데, VIP만을 위한 미니밴이 첫 번째이고, 전시 참가자를 위한 미니버스가 두 번째요, 일반 관람객을 위한 버스가 세 번째이다. 물론 모두 무료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종종 퀵보드를 타고 다니는 어른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이 세빗에 단골로 참가하는 기업체 직원들이거나 아니면 전시기간 내 상주하는 부스 빌더(booth builder) 직원들이다.

스페이스팀 - 일석삼조의 쾌거를 이루다
세빗은 그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 명성에 어울릴 만큼 소프트웨어·전자상거래·IT 엔지니어링·음성 및 영상·데이터 시스템 등 첨단기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관련 산업의 방향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9.11테러의 여파 때문인지 인터넷 보안 기술과 신원 확인 카드가 눈길을 끌었으며, 기업 컴퓨터 네트워크와 인터넷 서비스의 통합이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였다. 이동통신 단말기의 경우는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고급 컬러화면 단말기와 디지털카메라가 부착된 단말기 그리고 동영상 송수신 및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3세대 신형 단말기가 선보여 시선을 집중시켰다.

세빗은 또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인 전시 디자인 트렌드를 가늠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 예로, SONY ·IBM·ALKATEL 등 대부분의 세계 메이저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초기 집중 투자를 통하여 재활용이 가능한 고품질의 스탠드를 디자인하여 다년간 사용하고 있으며, 그 디자인의 일관성을 통한 기업의 아이덴티티 확보, 재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법을 통한 디자인 완성도 향상 등의 폭넓은 효과를 누리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들이 전시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가히 천문학적인데, 많게는 국내 참가 기업의 수십 배에 이르는 예산을 투자한다고 한다. 물론 비용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훌륭한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중요한 변수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러한 예산의 단위가 다르다보니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부러움의 탄사만 쏟아낼 뿐 흉내를 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튼 이번 세빗의 경우, 우리 스페이스팀에서는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수주한 세원텔레콤과 LG전자 DDM사업부 및 정보통신 부문 등 3개의 스탠드를 동시에 진행하게 되어 일석삼조의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또 관련 담당자도 팀의 절반에 가까운 6명이나 되어 자연스럽게 팀 내부적으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전시 아이템이나 예산 그리고 각각의 광고주가 원하는 디자인 취향도 달라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힘들지만,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며 광고주로부터 최고의 만족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경쟁이었다.

LG전자 DDM사업부의 경우는 세빗뿐만 아니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A Show에도 다년간 참가한 관록이 있어 독일 전시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금년에는 전반적으로 전시 예산이 삭감되면서 작년의 구조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기본 방향이 세워졌는데, 아울러 작년에 미비했던 부분을 보완·개선해 달라는 광고주의 요구가 있었다. 아무리 재활용이라고는 하지만 기본 소요 비용은 있게 마련인데 줄어든 예산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내야 하니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을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일 현지 협력사와의 원만한 협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잡았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협력사 대표를 거의 그로키 상태까지 가게 하는 끈질긴 협상을 통한 성공적 오픈으로 전시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다는 광고주의 평을 들은 것은 다행이며 보람으로 남게 되었다.

한편 LG전자 정보통신 부문은 이동통신 단말기 사업이 활성화되고 단말기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해외 전시회 참가 규모나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세빗 참가 경험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럽시장이 중요하게 부각됨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세빗 전시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인데, 이미 미주·중남미·중국·동남아 등 세계 각국에서의 다양한 해외 전시회를 수년간 참가한 경험이 있어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단지 유럽의 선진 디자인과 비교하는 광고주 임원 및 담당자의 기대치가 높아 내심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다행히 전시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광고주가 만족한 가운데 내년부터는 올해 전시 면적의 약 두 배 규모로 4년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향후 더 좋은 스탠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원텔레콤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세빗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 규모는 작년의 두 배로 키워졌는데, 회사의 슬로건인 ‘The NEXT Mobile’을 테마로, 그리고 CDMA 뿐만 아니라 GSM시장에의 적극적인 진출을 목표로 세계의 관람객과 만났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CDMA2000 1X 및 GPRS 단말기, 새로운 감각과 디자인의 컨셉트폰, PDA폰, 워치폰 등 미래형 단말기들도 선보였는데, 관람객들은 세원텔레콤의 작고 예쁜 단말기들을 보고 너무나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세빗에서 많은 관심을 끌며 수출계약을 이루어 냈던 것처럼 올해 역시 좋은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는 하노버의 택시 운전사”
해외 전시 프로젝트 수행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스탠드 디자인·이벤트 프로그램·차질없는 운영 등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광고주를 모시는 일이다. 특히 하노버처럼 숙박시설이 부족하여 인근 100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광고주를 모시고 다니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에서 운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낯선 이국땅, 그것도 덩그러니 펼쳐진 들과 산 말고는 이정표 하나 제대로 없는 시골에서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산속의 호텔을 찾는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또 낮 풍경과 밤풍경이 왜 그렇게 다른지, 매번 길을 잘못 들어 칠흙같이 어두운 시골도로를 광고주를 모시고 2~3시간씩 헤매다 보면 앞은 캄캄, 땀은 주루룩, 바늘방석이 따로 없을 정도다.
하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출장기간 내내 하노버 시내는 물론 인근 지역을 헤매다니다 보니 오히려 현지 교포보다도 주변 지리에 밝아져 택시운전사를 해도 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돌아올 때쯤에는 어느 정도 지리도 익히고 운전에도 여유도 생겨 드라이빙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 사실 아우토반을 시속 210Km로 질주할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 짜릿한 전율이란, 아마 직접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짐작하기도 힘들 것이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세빗은 무사히 끝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아마 내년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과 추억도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