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6 : Global Report 1 -미국의 히스패닉 마케팅 사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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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미국인 바로 알기'가 시작되었다
   조 희 창 I 미국 Cornell University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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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맥주 사이트
들어가는 말
 
얼마 전 필자는 인텔(Intel)의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Dr. Genevieve Bell이라는 사람과 미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매우 특이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그곳의 문화와 생활 습성을 파악하고, 이와 같은 문화인류학적인 요인들이 향후 이들 나라에 새로운 정보통신 기기를 도입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Dr. Bell이 이야기 한 것 중에 기억이 남는 것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5년쯤 전에 런던에 갔을 때 Bell의 눈에 띈 것은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이나 미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미미했는데, 유독 영국에서만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게다가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광경은 Bell에게는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이에 대한 영국인들의 설명은 간단했다. 런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런던 외곽의 소도시에 살면서 기차로 출퇴근하는데, 매일 2~3시간씩 기차여행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기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메시지 주고받기나 게임을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영국은 팝 레스토랑이나 클럽 문화가 유독 발달한 곳이라서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많은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Bell은 왜 인도에서는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이 안 되는지를 인도 사람들의 종교적 습성에서 찾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도인들은 집을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기 때문에 외부와의 연결과 직결되는 가정용 컴퓨터 사용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Dr. Bell은 각국의 문화와 생활 습성이 새로운 정보기기의 도입 및 사용행태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의 인지나 지각구조를 ‘조사’하는 기존의 연구방법보다는, 그들의 생활현장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소비자들의 행위가 일어나는가를 ‘관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한가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 사람에게 한국의 문화는 어떤 식으로 정의될까? (실제로 Dr. Bell은 2 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 비슷한 연구를 하고 간 적이 있다). 그 반대로 우리는 다른 나라의 문화, 그리고 그 안의 소비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요즘 글로벌 마케팅(global marketing)이라는 구호들을 수시로 접한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또 광고회사가 앞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글로벌 마케팅은 필수적인 조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다른 나라의 소비자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쉬운 예로 우리의 가장 큰 해외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미국의 소비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런데 공교롭게도 요즈음 미국에서는 ‘cultural marketing’ 또는 ‘diversity marketing’이라는 말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미국 내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들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접근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글은 최근 미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 새로운 경향,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 내 히스패닉(hispanic: 중남미 인종의 통칭) 계열을 타깃으로 하는 diversity marketing 전략을 분석해 보고, 이를 통해 미국인들이 자국인들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또 우리는 미국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Cultural Marketing - Hispanic Marketing


지난 1~2년 사이에 미국 광고계에 떠오른 화두 중 하나는 역시 히스패닉 마케팅이다. 이는 지난해 발표된 2000 센서스 데이터에서 촉발됐다. 조사 결과, 미국 내의 제 2인종은 일반인의 예상과는 달리 흑인이 아니라 중남미 계열 인종(hispanic)임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미국 인구 중 13%를 차지하고, 연간 소비지출액이 4,500억 달러가 넘는 이 인구집단에 대한 조사 발표는 미국 마케팅 업계에는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아무리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결집체라고 하는 미국이라 할지라도 미국 주류사회의 자국 문화에 대한 인식은 매우 간단하다. 이를테면 미국문화는 주류인 백인문화와 비주류인 흑인문화라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마케팅 업계 또한 거의 모든 마케팅 전략을 백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기껏 색다른 시각이라면 영화·음악·스포츠에서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는 흑인들, 그리고 도심 곳곳에서 새로운 유행을 창출해 내는 흑인 청소년들에 대한 주목 정도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마케팅 업계는 더 이상 히스패닉들의 마케팅 파워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비록 현재는 미국인의 총 구매력의 6.4%에 불과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10년 전에 비해 무려 118% 나 성장한 것으로 미국 내의 그 어느 인구집단보다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50년에 히스패닉 계열은 미국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증가할 인구의 80%는 히스패닉을 비롯한 비주류 인구집단이 차지한다는 사실은 미국 마케팅 업계에 새로운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이렇듯 가장 빠르게 팽창하고 있고, 아무도 선점하지 않은 이 인구집단에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미국 광고업계와 마케터들은 이미 발빠르게 그 작업을 시행중이다.
 
 
사례 1. 웬디스(Wendy’s)의 히스패닉 마케팅
웬디스는 미국 패스트 푸드 업계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미국의 히스패닉 사이에서는 인지도조차 거의 없는 회사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업계 1, 2위인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히스패닉 계열을 주요 고객군으로 파악하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가령 금년만 하더라도 맥도날드는 2,700만 달러, 버거킹은 2,000만 달러라는 광고예산을 세워놓고 있을 정도이다. 아울러 한 조사(Yankelovich Hispanic Monitor Poll)에 따르면, 약 61%의 히스패닉인들이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맥도날드에서, 45%는 버거킹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웬디스의 경우는 구매는커녕 브랜드 인지도조차도 미미한 것이다. 더욱이 이는 최소한 23%의 히스패닉인들이 피자헛·타코벨·도미노 피자 등 웬디스에 비해 떨어지는 업체들에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들른다고 대답한 것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심각한 결과였다.
향후 히스패닉 계열이 미국 내 소비지출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결과는 웬디스의 미래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셈이다.
웬디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올해 1,000만 달러에 달하는 광고예산을 책정했다. 그 결과 중 하나로 웬디스가 히스패닉을 타깃으로 시행한 TV광고는 이 회사의 브랜드가 히스패닉에게 얼마나 알려지지 않았는가를 역설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 광고는 한 의심 많은 주부가 자기 남편의 비즈니스 수첩을 훔쳐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적혀 있는 Wendy라는 여자 이름에 놀란 이 주부는 남편을 구박하게 되고, 이를 통해 Wendy가 아주 유명한 패스트 푸드 체인점이란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브랜드 이미지 호감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웬디스가 이처럼 브랜드명을 알리는 데 급급한 광고를 제작할 정도라면, 과연 지금까지 미국 마케팅 업계가 비주류 사회에 얼마나 무심했는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례 2. 밀러(Miller)의 히스패닉 광고
히스패닉 소비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들에 대한 오래된 통념,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둔 낡은 광고 전략도 차례차례 깨지고 있다. 사실 히스패닉 계열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떨어지며 소비능력이 뒤떨어져 있다는 통념 역시 최근의 조사결과에 의해 뒤집어졌다. 즉, Tomfis Rover Policy Institute의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의 1/3이상이 중산층 이상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중산층이란 두말 할 나위없이 미국 마케팅 업계의 주요 타깃이다. 이는 연간 소득 5만 달러 이하인 가정의 경우 총 수익의 90% 이상이 고정지출에 들어가는 반면, 일단 소득이 5만 달러를 넘어서면 추가 소득 중 50% 이상이 소비자의 가용지출에 속한다는 점에서 마케터들이 파고 들어갈 점이 많다는 점에 기인한다.
맥주회사인 밀러의 최근 광고 메시지는 이와 같은 새로운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광고는 히스패닉 계열로 보이는 가족이 이웃 동네의 수퍼마켓 공사 현장을 쳐다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윽고 중남미 특유의 흥겨운 라틴음악이 울리자, 이들은 돌아서서 자기 동네(히스패닉 타운)에 새로 들어서는 웅장한 슈퍼마켓의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자랑스럽게 바라본다. 이 광고의 소구 포인트는 바로 히스패닉 계열의 ‘아메리칸 드림’인 것이다. 히스패닉의 성공에 대한 열망, 그리고 이에 대한 성취감을 시원한 맥주 한잔에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광고 업계의 새로운 인식은 매체 전략에도 적용되고 있다. 기존의 히스패닉 대상 광고는 스페인어로 전달되는 라디오 채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60% 이상의 히스패닉인이 미국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주로 쓴다는 점,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인터넷이나 위성방송 등 새로운 채널 수용에 능동적이라는 점 등은 기존의 매체 전략에 수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 3. 광고 업계의 움직임
히스패닉 계열에 대한 마케터들의 관심 증가는 궁극적으로 광고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곳 대형 광고회사들은 기존의 히스패닉 계열 광고회사들을 인수 합병하거나 공동출자를 하는 등, 소위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가령 2001년 3월 Publicis Groupe는 히스패닉계 광고회사인 Siboney를 인수했고, 마찬가지로 Omnicom계열의 DDB Worldwide 또한 미국 내 히스패닉계 광고회사 중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뛰어나다는 Del Rivero Messianu라는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또한 WPP Group 같은 경우는 이미 Mendoza·Dillon & Asociados·Brove 등 다수의 히스패닉계 광고회사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와 달리 일련의 광고회사들은 자사의 조직 내에 히스패닉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Cordiant Communication Group의 Bates는 최근 자사의 마이애미(Miami) 지역의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전통적으로 히스패닉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조직을 정비함으로써 향후 히스패닉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광고주들 역시 히스패닉 마케팅에 열을 더하고 있다. 가령 세계 최대 광고주인 P&G는 아예 푸에르토리코에 히스패닉 마케팅 전략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65명이나 되는 인원을 배정했는데, 이 부서는 연간 6,60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광고예산을 집행한다. 이렇듯 굳이 미국도 아닌 중남미 지역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부서를 설치한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라틴문화에 더 깊숙이 파고들고, 미국 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히스패닉 출신의 고급 마케팅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이와 같은 히스패닉 마케팅에 대한 열기는 광고/프로모션 뿐만 아니라 다른 마케팅 분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가령 펩시나 코카콜라와 같은 음료업계에서는 과일 맛이나 강한 향을 좋아하는 히스패닉들을 겨냥해서 새로운 향음료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제 2위의 화장품인 Cover Girl도 짙은 화장을 좋아하는 히스패닉인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색조 화장품들을 내놓고 있다.

 
맺음말

비록 많은 광고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히스패닉 시장에 접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문화적 생활 습성에 둔감한 이곳 업체들은 기존에는 생각치 못했던 딜레마에 빠져 이를 해결하는 데 고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P&G의 키친타월 제품인 Bounty의 광고 메시지는 “행주걸레를 버리세요(Throw away the rag)”이다. 이는 히스패닉의 토속신앙이 주방의 걸레에 아주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제품 도입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에서 착안한 광고이다. 마찬가지로 폴크스바겐의 너무나 유명한 광고 문구 “운전사 구함(Drivers wanted)” 또한 히스패닉 마케팅에는 부적절한 광고 메시지이므로 수정되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상당수가 저소득자인 히스패닉인에게 이 메시지는 원래의 “드라이빙을 좋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진짜 운전사를 모집하는 구인광고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미국 광고인들이 그러한데 하물며 우리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글로벌 마케팅을 꿈꾸는 우리 역시 ‘미국인은 백인 아니면 흑인’ 정도로 파악하는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집단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의 마케팅 활동의 주요 타깃층일 수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중·저가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임을 고려할 때,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이 중남미에서 이민 오거나 또는 미국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아직 강력한 브랜드 선호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브랜드 파워가 미미한 우리나라의 마케터들에게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