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10 : Creator@Clipping - 유머광고에 대한 몇 가지 진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더 많은 것을 얻으려면 더 많이 버려야 합니다  
 
 유머광고에 대한 몇 가지 진실, 리처드 커쉔바움(Richard Kirshenbaum)
 
이 현 종 CD | CR1본부
hjlee@lgad.lg.co.kr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렀군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여태껏 아무 것도 엎지르지 못한 생이었지만
이 순간, 그대 쟈스민 향기 같은 웃음에
내 마음 온통 그대 쪽으로 엎질러졌으니까요.
고백하건대 이건 진실이에요. - 유 하, <농담>
 
확실히, 먹고 살 만한 사회가 되어 갈수록 사랑사냥꾼들의 무기도 가슴팍의 털보다는 유머 쪽이 더 진보적으로 보인다. ‘명랑사회가 선진 사회’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가보다. 의학적으로도 엔돌핀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경계를 늦추게 한다. 실제로 고대 희랍에서는 환자의 발바닥을 깃털로 간지르는 치료법이 존재했다고 하니 웃음이 명약이요, 일소일소(一笑一少)가 명의 화타(華駝)의 처방전에라도 오를 법한 비법인 것 같다.
그럼에도 웃음에 인색한 것이 우리 시대의 풍경인 듯, 얼마 전 월드컵을 겨냥해 만든 한 공익광고에서는 미소짓기를 나라의 화두로 내세운 적이 있다. 이 땅의 사람들이 그리 재미없는 사람들도 아닐진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융숭 깊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기질 때문인지 서양인들
눈엔 화난 사람들 같다는 핀잔 아닌 핀잔을 받기 일쑤인 것 같다. 유머가 교양인과 문명인의 필수품처럼 되어 있는 그들에게 한국 사회가 꽤나 딱딱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기야 전쟁 통에서도 유머를 잊지 않고 깔깔대는 이들인 걸 보면...... 아마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풀 메탈 자켓>에 나오는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데, 한참 시가전 중에 병사 하나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흑인 다섯 명이 백인 여자를 겁탈하려고 하는데 위기를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뭔지 알아?” “……” “걔네들한테 농구공을 던져주는 거야”. 한 다발 웃음 위로 총알이 피웅~
그 병사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뒤집기’를 잘 해야 유머가 꽃필지니...
어쨌든 유머는 커뮤니케이션의 꽃이다. 대화를 향기롭게 하고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유머가 유머로서 꽃을 피우려면 상당한 감각이 필요하다. 어정쩡한 실력으로는 B급 코미디로 끝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술과 외설의 차이만큼 심각하다. 그러기에 진짜 판매에 도움이 되는 유머 광고를 만나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에게 우스운 것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깐느에서 만난 한 면도기 광고는 유머 광고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한밤, 자기 전에 욕실에서 열심히 면도를 하는 아빠.
그리고 면도를 끝낸 아빠는 딸애의 방으로 살짝 들어와 곰 인형을 안고 자는 아이의 볼에 굿 나잇 키스를 한다. 그리고 슬그머니 나가려고 하는데 아빠 등 뒤로 잠꼬대 같은 딸애의 목소리가 들린다. “굿 나잇, 맘~”
아니, 면도가 얼마나 매끈하게 됐으면 애가 아빠를 엄마로 착각했을까!

유머의 성공 여부는 사실 ‘전복력’에 달려 있다. 일종의 ‘뒤집기의 미학’인 셈이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의 말처럼 ‘1더하기 1은 2요’라고 하면 대중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1더하기 1은 51’이요 혹은 ‘48이요’라고 할 때 대중은 귀를 기울이고 흥분할 준비를 한다.

 
 
<광고 1>을 보자. 한 노신사가 카메라를 보며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남자들은 절 보면서 제 알몸을 상상하지요. 저의 이 예쁘고 늘씬한 다리를 늘 부드럽고 매끈하게 보이도록 얼마나 가꾸는지 아세요. 저한텐 비키니가 정말 잘 어울려요. 공사장 인부들은 제가 지나가면 언제나 휘파람을 불어대며 난리죠. 카메라들도 절 참 좋아하구요.”

기가 막히다. 교양 있어 보이고 점잖게 생기신 분이 어쩌려고 이런 해괴한 말씀을 하시는지.
그러나 끝까지 보면 이 광고는 한 퀴즈게임의 광고였고, 노신사는 지금 패션모델이라는 정답을
위해 힌트를 주고 있다는 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광고 2>에서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정도 몰고 다닐 것 같은 터프가이가 등장하는데…
“지금 쉬할 거야. 내 트럭을 누가 집어갔어. 인형 사도 돼? 난 동생 있는 거 싫어. 싫어.
엄마, 엄마 어딨어?”

이처럼 정답을 위해 어린애 흉내를 내는 모습에서 전복과 도치의 카타르시스를 접하게 되며,
그것이 곧 웃음이라는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은 커쉔바움 본드사(Kirshenbaum, Bond & Partners)의 91년도 작품이다.
창업자인 리처드 커쉔바움(Richard Kirshenbaum)은 코미디 스타인 조안 리버의 구성작가이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에 이 광고회사에서 유머가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대 광고에서 유머는 판매를 하는 데 있어 가장 가치 있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유머가 제품의 품위를 손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색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유머를 바르게만 사용한다면 소비자들이 광고에 갖고 있는 적대감을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커뮤니케이션에 미소 짓고, 제품에 미소 짓고, 그리고 그 제품과 즐거운 관계를 유지한다면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타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타깃들이 우습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제품과는 잘 어울리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유머가 제품이나 소비자와 동떨어져 있다면 당연히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죠. 광고회사들에선 늘 여러 종류의 유머를 사용하려고 안달을 내겠지만
그것이 특정 제품 또는 소비자와 적합한지(relevant) 다시 한번 꼼꼼히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도 잘 안 하고 어눌하기만 한 전유성이 개그맨들 사이에선 제일 재미있는 사람으로 손꼽힌다.
아이러니컬하지만 그건 그가 오히려 말을 아끼기 때문인지 모른다. 결혼할 때 그가 보냈다는
청첩장만 봐도 그렇다. 구구절절 사설이 없다. 단 한마디. ‘비가 와도 합니다.’
아마 이런 것이 광고에서 보면 펀치라인(punch line)이라고 할 수 있다. 비수처럼 던지는 한마디, 사람들을 한방에 보내버리는 재주… 그건 아마 천부적인 센스일 수도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