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MZ세대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 10대부터 40대까지를 넓게 아우르는 이런 세대 규정이 무척 애매하기 때문이다. 세대 규정은 보통 어버이와 자식 간의 차이인 30년간을 기준으로 두지만, 한국 사회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변화한 사회 양상으로 인해 10년을 하나의 세대로 봐도 무방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사회에서 MZ는 그 누구도 올바르게 지칭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예능 콘텐츠에서 다뤄지는 MZ세대 회사원들을 보면, MZ는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는 편이 그나마 명확해 보인다.
또한 MZ는 그 지칭의 의도에서 드러나듯 하나의 세대를 통째로 폄하해 다루기 위한 호명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분석한 대표적 사례를 보면, “사흘”이란 단어가 3일인지, 4일인지 혹은 “심심한 사과”가 사과가 어떻게 심심할 수 있느냐 등의 웹상 논란을 바탕으로, MZ의 문해력이 미숙해졌다는 식의 결론이 나오곤 한다.
이외에도 인터넷에 떠도는 MZ와 함께 일했던 회사 경험담들을 보면, 이들은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다거나, 모두가 동의한 사안에 애매한 자기 소신으로 분위기를 깨는 등 몇 개의 사례로, 마치 모든 “MZ세대”의 경향이 그런 것처럼 말하곤 한다. 이 치우친 일반화 사례들은 무척 불편하다. MZ를 대상으로 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MZ 자체가 아직 계몽이 필요한, 대단히 연령 위계적 사회 구조에서 학습되어야 하는 세대로 정의하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를 다루는 데 있어, MZ가 아닌 다른 단어를 고르는 데는 상당한 고민을 요한다. 그중에서 이런 세대의 경향성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단어를 뽑자면 “반문화”(Counter Culture)라는 단어가 차라리 적합하지 않을까. 반문화는 어느 시대고 존재했다 여겨지지만, 특히 현대 매스미디어의 시대 이후 두드러졌다. 60년대, 명분 없는 이데올로기 전쟁에 반대해 일어난 전 세계적인 히피 문화가 가장 대표적인 반문화의 아이콘이라면, 한국에서도 그즈음에 남성 장발이나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모두 권위주의적 사회에 대한 대표적인 반문화였다.
시대를 관통하며 80년대는 군부독재에 저항한 정치적 운동으로서의 반문화가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고, 딱딱하고 전형적인 엄숙주의를 넘어서 개성 있는 문화를 깨운 것은 90년대 X세대의 반문화이기도 했다. 이처럼 매 시기마다 현재의 주류 문화, 혹은 주류 사회를 넘어서, 새롭게 등장한 자기 세대만의 저항을 나타내는 일련의 행위들을 어떤 양상에서든 곧 반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새로운 세대가 만드는 반문화적인 행동이 비교적 가늠하기 쉬운 편이었다. 보통 당시에 유일한 매스미디어였던 TV매체가 보여주는 주류의 모습은 대체로 뻔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적 권위를 내세우고 전형적인 문화를 답습하는 것이 주류의 전형성이라면, 반문화는 이와 반대로 진보적인 정치, 파격에 가까운 문화를 주로 취했다. 반문화의 지향점은 비주류로서의 맥락 그 자체였다. 지금의 반문화는 어떨까.
지금 새로운 세대의 반문화는 과거와 같은 비주류적 경향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 반문화가 내세우던 민주적, 사회적 배려 등등의 가치가 급속히 주류로 일부 포용되며 대항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잃었다. 표류하던 반문화는 오히려 과거에 지닌 자신의 가치를 되묻고 대항하는 경우가 생겨났는데, 대표적으로 2000년대 이후 일베와 같은 혐오 기반의 ‘유사 반문화’다. 더욱이 이런 최근의 유사 반문화가 갖는 형식은 과거 반문화가 콘텐츠 중심이었던 것을 탈피하여, 주류에 대항하는 규모의 정치화, 세력화를 우선 도모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최근의 디지털을 대표하는 커뮤니티, SNS가 지금의 유사 반문화가 가진 형식을 구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와 비슷하게 태동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디지털 매체인 웹의 등장은 기존 매체에 대항하는 형식으로서의 의미가 컸다. 일방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빅브라더였던 TV 매체에 반하여, 콘텐츠의 질이나 자본의 응집력은 떨어졌지만, 저항하는 세대만의 오픈된 세상이라는 매력으로 웹만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그 힘은 곧 그 당시 반문화가 가진 속성과도 맞아떨어졌다. 주류에 반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문화를 요구하는 반문화는 웹과 만나, 2000년 초반에 벌어진 정치적 선거나 약자들과의 연대와 같은 이벤트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보여줬다. 이후 이런 웹이 가진 영향력은 돈이 될 만한 것은 그대로 두지 않는 주류 자본에 편입되며, 짧은 기간에 양상이 많이 바뀌게 됐다.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웹 분석 기업이었던 컴피트에 따르면 2001년 미국 상위 10개의 웹사이트가 전체 페이지뷰의 31%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2006년은 40%, 2010년에는 75%에 이르렀다. 그만큼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몇몇 기업의 서비스는 자본을 토대로 작은 트래픽을 빨아들이며 본래적 의미의 반문화까지 잡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의 사례도 미국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포털이라는 종합적인 웹 비즈니스에 대부분 커뮤니티가 종속된 국내의 사정상 상위 10개 웹사이트가 미국의 사례, 그 이상 점유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서 ‘반문화’는 지금 역시 존재한다. 때문에 반문화가 어디에 존재하느냐는 질문은 어느 매체를 통해서 지금의 새로운 세대들을 만날 수 있느냐의 말과 동일하다. 다만 이 쉬운 문제는 지금의 반문화가 어디에 존재하느냐를 알 수 없다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되고 만다.
우리는 가볍게 그런 문장을 자주 쓴다. “MZ세대를 만나기 위해 디지털을 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MZ세대가 누군지 알 수 없고, 디지털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반문화의 경향을 가졌던 웹은 빅테크에 의해 주류 매체 형식으로 변화되며 커뮤니티, SNS, 영상 VOD 안으로 수렴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라기보다는 광고를 강제로라도 보여주기 수월한 매체 형식이 우선되어 웹에 남았다. TV와 유사하게 말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대를 아우르는 반문화적 매체는 이제 찾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어디에 존재할까, 그들은 하지 않음으로써의 실천을 어디선가 지금 해내고 있지 않을까.
* 참고 : 무슨일선집 2호, “투명한 장벽, 플랫폼을 배반하기” (박재용 옮김, 후)
* 참고 :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리 매킨타이어,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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