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2 : Special Edition - '광고,광고를 말하다!' 4- 광고 아이디어 - ② '아트'를 말하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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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 ② ‘아트’를 말하다
 
  Social Graphic으로서의
광고아트…
 
이 영 희 |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교수
yhlee@ewha.ac.kr
 

아트와 디자인

‘아트’는 화가 혼자 알아도 그만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나만 알아서는 안 되고 보는 사람 모두가 알아야 한다. 광고에 있어서의 아트는 당연히 ‘커뮤니케이션 아트’다. 알쏭달쏭하거나 때로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를 추상미술과 같은 파인 아트가 아니라, 빨간 불이 켜지면 서고 파란 불이 켜지면 출발하듯 즉각적 해독이 가능한 ‘전달언어’여야 한다. 디자인은 손이나 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고, 즉 두뇌에 관한 것이다. 루돌프 아른하임(R. Arnheim)을 비롯한 많은 지각심리학자들은 “디자인은 고등 사고과정의 산물이며, 디자인 결과물은 디자이너의 사고 결과”라 했다. 그것은 손끝이나 우연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도출된 지적 활동이다. 그러므로 광고아트는 예술이라는 의미의 자의성이 아니라, 전략 아래 채용되어지는 디자인으로서의 객관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번과 같은 ‘아트를 말하다’라는 칼럼에서 ‘좀 쉬어 가자’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아트는 제품이나 기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집약된 텍스트로서 즉각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함의를 지닌 종합이요, 때로는 정교한 계산의 결과다.
예전의 모 속옷 모델이 왜 이덕화인가 하면 남편 속옷의 실구매자인 아줌마들이 그의 팬이기 때문이다. 어떤 식용유 광고에 모자 쓴 주방장이 등장하는 것은 경쟁제품보다 ‘전문회사 제품’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앱솔루트 광고마다 왜 앱솔루트 용기가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느냐 하면, 품질에서나 명성에서 절대적(Absolute)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메시지로서의 표현 재료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명제처럼 매체 자체는 메시지를 수반한다. 수채화는 맑고 서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유화는 풍부하고 강렬한 이미지다. 판화는 깔끔하거나 때로는 경직된 느낌을 준다. 와트만지의 크레파스는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주지만, 컴퓨터 이미지는 물감 대신에 빛으로 그려 냉랭하다. 수채화 터치로 지난날을 회상하는 껌 광고, 제품의 격을 높이고자 명화를 패러디한 세제광고, 정보통신 관련 제품에서의 팝아트 스타일, 유명 목판화가에 의해 그려진 기업광고는 재료 자체가 메시지를 지닌다.
최근 광고표현 트렌드의 하나로 일러스트레이션이 많이 사용됨을 볼 수 있다. 광고표현 역사를 보면 초창기에 인쇄 여건이 열악했을 당시 비주얼 없는 활판에 의한 카피 위주였다가, 선묘(Line Drawing)에 의한 간단한 비주얼의 첨가 시대가 있었고, 60년대부터 상업사진 제작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사진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90년대 들어 컴퓨터 환경이 구축되면서 자유로운 표현구사가 가능해졌고 그 테크닉도 놀랄 만큼 다양해졌다. 그런데 최근의 ‘손맛 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활용도 증가는 어찌 보면 자연스런 순환의 과정이 아닌가 보인다.

통찰기재로서의 표현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그림 한 장이 소비자의 마음·기대·욕망을 대변한다. 광고아트는 소비자를 양적으로 조사연구(Study)하거나 피상적인 이해(Understand), 단순한 배려(Care)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마음을 통찰(Insight)하는 비주얼이어야 한다.
사전에 따르면 ‘연구’는 ‘어떤 사물을 과학적으로 분석 관찰하는 일’, ‘이해’는 ‘사리를 분석하여 해석함’, ‘배려’는 ‘보살펴 주려고 이리 저리 마음을 써줌’, ‘통찰’ 은 ‘살피어 온통 밝힘’으로 되어 있다. 마케팅 과정에서 ‘연구’라는 용어는 목표고객이라고 생각되는 소비자군을 피조사자로 하여 인구통계적, 지역적, 사회심리적 특성을 살피는 것이다. ‘이해’라 함은 연구과정에서 피조사자의 객관적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조사자의 경험에 의해 그들의 삶, 마케팅과 관련된 단서들을 유추함으로 이루어진다. 즉 연구나 이해는 어디까지나 직접 체험되지 않은 것으로 피상적 사실의 자료화로 그칠 수 있다. 어느 남성 광고인이 생리대를 뜯어서 얼굴에 대어보며 연구했지만 도저히 가늠할 수 없자 사용자의 그것을 이해해 볼 양으로 일주일 동안 착용하고 다녔다는 실화는 웃음과 함께 소비자 연구나 이해라는 것이 얼마나 피상적인가를 실감하게 해준다. ‘배려’라 함은 소비자의 필요(Needs)나 요구(Wants)를 알아채어 그들의 원하는 바에 마음을 써 주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통찰’이란 한 걸음 더 나아가 ‘꿰뚫어(通) 알아내는(察)’ 것이다. 대상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거나 분석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비타민C를 많이 먹이고 푹 쉬게 한다.’ 이는 감기 걸린 사람에 대한 배려다. 그러나 ‘감기에 걸리면 어린애가 된다’고 하는 것은, 감기에 걸린 사람은 심신이 나약해지므로 마음으로 위로하고 달래야 함을 ‘통찰’하고 있다.

문화 텍스트로서의 비주얼

광고아트라고 하면 예쁜 그림이나 멋있는 장면, 때로는 ‘크리에이티브하다’고 하여 디자이너들의 장난기에서 나온 재미있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광고는 그 시대, 문화 속에서의 텍스트로서 존재해야 한다. 한국광고, 일본광고, 미국광고의 지역적 특수성은 세계적 보편성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 집단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일본의 작위적 특수성은 여럿이 같은 복장을 하고 나와 같은 몸짓으로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는 광고들로 나타난다. 우리가 이런 걸 따라하면 그건 생소하다. 우리는 틀에 넣어서는 자연스럽지 못한, ‘스스로 그러한’ 민족이다.
우리나라에서 선정적 광고는 광고회상(Recall)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설득에는 부정적이라는 연구와 견해가 일반적이다. 누드모델을 사용한 광고는 소구력, 품질 및 기업에 대한 평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강한 성적 소구는 저속하다고 지각되어 부정적인 태도를 형성한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외국광고에는 선정적인 것이 더 많은데 왜 우리나라 광고가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정보전달에 있어 국가 간, 문화 간 차이에 대한 연구가 대답이 될 것이다. 광고에서 거의 옷을 걸치지 않은 여자를 보여주는 것이 충격적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에 프랑스 응답자의 53%, 그 중 남자 66%, 여자 41%가 ‘충격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 2003년 프랑스의 광고검사국 BVP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선정적인 광고에 익숙해져 있는 18~24세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절반 정도의 충격만을 받는다고 보도하고 있다(<광고정보>, Vol.2, No. 263, 한국방송공사, 97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모를 공경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진 보일러 광고. ‘고향의 맛’을 내세운 광고, 정(情)으로 대변되는 초코파이 광고 등을 좋아한다. 세계광고제에서는 찬밥이지만 번번이 국내 광고대상에서는 표를 얻는다. 바로 문화적 텍스트의 힘이다.

성별 타깃에 따라 차별된 시각언어

성적 어필이 전략이라면 성인 남성이 타깃일 때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직접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여성이 타깃이라면 로맨틱한 분위기의 간접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페미니즘광고를 분석한 연구(여훈구, 1998, ‘페미니즘 마케팅을 통한 광고의 크리에이티브전략에 대한 연구’)에서는 그 크리에이티브 유형을 로맨틱형(Romantic Style), 바이섹슈얼형(Biesexual Style), 레이션형(Ration Style), 파워풀형(Powerful Style)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로맨틱형은 남편과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현모양처 타입으로 낭만적 분위기를 선호하며, 여행·레저·생일 등 가족 단위의 행사를 즐긴다. 바이섹슈얼형은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고자 한다. 멋과 패션을 추구하고 밖에서의 인적 유대를 좋아하는 편이며, 내면적으로 남녀평등을 주장한다. 레이션형은 가사를 중시하는 프로 주부로 취사·세탁·청소 등 가사 전부를 자기 손으로 관리한다. 파워풀형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립을 도모, 학업이나 직장을 양립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한국광고작품연감>에 수록된 4대 매체 광고 245점의 표본 중 로맨틱형이 전체의 47.35%로 가장 많았다.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포함한 사회적 행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감성적인 표현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는 직접적인 노출의 섹스어필 광고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없으며 오히려 간접적인 사랑의 기호화인 낭만적 광고가 섹스어필 광고보다 우수하다는 견해와 상통한다.

여성 소비자를 통찰하는 언어

오늘날 구매나 사용에서나 여성 소비자를 주목하는 시대가 되었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다른 차이, 즉 신체적, 정신적 특수성을 지녔으며, 육아와 가사, 전문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역할자이며, 관찰자와 피관찰자 양면에서의 미적 존재다. 그 바탕 위에서 구매자, 사용자, 생활자, 헌신적 제공자, 나아가 프로슈머로 존재한다. 따라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여성이 삶을 사는 동안 진정으로 ‘자아’를 발견하도록 하는 실천적 배려, 남성 이데올로기 세상에서 주변인으로서의 여성 자신들의 ‘자존’을 회복하도록 하는 비주얼, 주체적이고 능력 있고 창조적인 자아를 가진 모습의 표현은 분명 여성의 마음과 눈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여성통찰광고는 감동·정·사랑·모성성 등에서 그 방법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시지각(視知覺) 원리광고는 주목력 높다

창조적 행위에서 직관이나 천부적 감각에 의한 부분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제작이나 평가에서 어떤 척도나 질서의 필요성을 느껴보지 않은 크리에이터는 없을 것이다. 잘 그리는 방법, 조형요소들을 옳게 배치하는 방법, 그리고 잘 보는 방법에 대한 법칙이 있다면 감각이나 경험 위에 그 방법들을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슈탈트(Gestalt)심리학은 자칫 아무 규칙이나 질서도 없는 듯 보이는 직관의 세계인 표현에 과학적 질서를 부여해 준다.
‘디자인은 질서다(Gyorgy Kepes, Language of vision 1944)’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서 정서적이고 이지적인 생활에 적응하고 살며, 시각적 무질서라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과학과 미학의 결속을 설파한 것이다. 게슈탈트심리학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어온 인지심리학의 한 방향으로서 우리 눈이 시각경험을 어떻게 체제화, 조직화(Grouping)하는가에 대한 심리학적 기초를 제공해 주는데, 그 이론의 핵심은 ‘부분으로 대상을 지각함이 아니라 체제화, 조직화된 전체로서 대상을 지각하는 것’이다. ‘부분의 합’은 전체 그 이상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잘 조직화된 시각형태가 대뇌의 시각투사영역에 균형적인 조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광고 3>은 한 장의 사진을 늘어놓아 전체로서 지각시키고 있다. 파워풀해진 펀치를 나타내고 있다.
훌륭한 광고 아트워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꼭 시지각(Visual Perception)원리가 있다.

Social Poster로서의 예술언어광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앱솔루트 보드카 인쇄매체광고. 그것을 광고라 생각하지 않고 컬렉션하며 예술품처럼 보고 즐기기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페이스 팝콘의 저서 <미래생활사전(Dictionary of the Future)>에는 ‘예술 벤처(stARTups)’라 하여 앱솔루트를 소개하고 있다. 베네통 광고는 운 좋은 사진작가 토스카니가 만들던 사회 이슈 시리즈가 끝나 요즘에는 보기 힘들지만 몇 년 전까지 충격적인 것이 오히려 신선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이런 것들은 광고라기보다 차라리 ‘그래픽아트’라 해야 옳다. 그건 기업광고가 아니며, 제품광고는 더더군다나 아니며, ‘사회 그래픽(Social Graphic)’ ‘사회포스터(Social Poster)’에 가깝다. 광고학도들이 좋아하는 이 광고들은 광고에 대해 맹목적인 선호를 보이게 하지만, 이런 유의 사회적 광고는 오늘날 마케팅 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