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02 : Special edition - Silver 세대와 커뮤니케이션 - 편견의 탈피, 세분화 전략의 몇 가지 당위성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이인수 I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1. 실버산업의 정의와 전망

UN의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정의하고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이상일 때를 ‘고령화사회(aged society)’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93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5.7%를 차지했고, 2000년도에 6.8%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기에 수년 내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사회에서 발생하는 두드러진 인구학적 특성은 핵가족화의 확산과 여성노인 비율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의식전환이 크게 이루어져 60대 이후 한국 노인들 중 40% 정도는 자녀와 별거하여 단독가구나 노인전용 주거시설에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성비율(sex ratio)에서 여성이 남성을 훨씬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표 1).

우리나라도 이제 고령화사회를 맞이하면서 노인복지와 실버산업 분야에서의 시급한 과제가 부상하는 바, 선진국에 비해 더욱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부양 부담에 대비한 국가적 재정확보, 핵가족화에 대비한 노인전용 주거시설의 확장, 여성노인 위주의 건강관리 체계 수립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실버산업(silver industry)’이란 50세 이상의 장·노년층이나 또는 장애인들처럼 다소 젊더라도 특별한 정신적, 신체적 이유로 노인들의 생활과 유사한 생물학,
사회학적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주 고객대상으로 하는 영리목적의 사업을 일반적으로 총칭한다. 그리고 사회사업(social work)이나 사회복지(social welfare)와 같은 비영리 구호활동은 그와 상반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실버산업은 철저한 영리목적 사업이므로 그 대상자가 노인이나 장애인일지라도 ‘구매자(consumer or client)’이지 결코 ‘수혜자(beneficient)’는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실버산업은 다른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무궁무진한 아이템을 독창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는데, 선진국에 정착된 실버산업의 기본 유형은 서비스산업(service business), 여가(recreation)산업, 의료·보건관리사업(health care business), 주거관리사업(housing business), 장·노년층 혹은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을 판매하는 사업(sales of goods for the aged)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10∼20년 이내에 노인부양이 국방과 맞먹는 중대과제로 부상될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20∼30년간 국민연금을 불입한 사람들이 노후에 완전 연금급여를 받는 시기와 맞물리므로, 실버산업에 있어서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황금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실버산업에 연관된 광고산업 또한 지금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성장을 이룰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2. 실버세대의 소비패턴

그러면 노인 계층의 라이프 스타일, 특히 소비패턴은 어떠한가?
이와 관련해 지난 93년 미국 Syracuse대학에서 60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을 위한 마케팅 조사보고’는 향후 우리의 상황을 감안해 눈여겨 볼 만하다.



조사대상 전체 노인을 ‘건강의 정도’와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분석한 이 조사의 결과는 각 노인계층에 적합한 상품, 가격에 대한 관심도, 적절한 구입 장소, 계층별 판촉전략 등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 조사에서 건강하며 왕성한 구매력을 지닌 노인층은 전체 노인 중 약 13%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은 집 밖 생활(outdoor life)에 필요한 대부분의 상품 및 서비스(예: 스포츠용품, 여행패키지 등)로 파악됐으며, 가격 면에서 볼 때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지불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품의 구입을 위해 스스로 상점이나 기타 영업장소를 직접 찾아다니기를 원하는데, 판촉전략에서 볼 때는 우편물을 통한 판촉이나 판매장소에서의 적극적인 설명이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노인 중 건강하지만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은 약 38%인데, 외모나 타인에 대한 과시보다는 자신의 내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상품 및 서비스(예: 건강식품, 골동품, 보험상품 등)가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일 것이다. 이들은 또 대중적인 유행이나 시세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가격을 평가하는 경향이 크고, 방문판매 및 우편물이나 TV, 신문광고 등을 통한 판촉전략이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음, 건강이 약하지만 외출을 좋아하는 노인은 전체의 약 34%인데, 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데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예: 여행, 사교모임 활동)로서, 이들은 사교를 증진시키는 일에는 액수가 많아도 기꺼이 지불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품의 구입방법으로는 상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방문판매에 응하기도 하는데, 이들에게는 방문판촉과 매스컴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전체 노인 중 건강이 약하면서 주로 집안에만 있는 사람은 약 15%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은 일상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가정 건강용품인데, 이들은 가격과 연관해서 상품의 수명이 아니라 상품으로 인해 생활이 얼마나 편해지는가 하는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띄고 있다.
이들에게는 가정방문 판촉 후의 판매 및 배달 판매가 효과적이며, 판촉 전략에서는 언론홍보, 판매 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서비스 등이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표 2>.


3. 커뮤니케이션 전략

노인촌락 형성의 유도


노인을 한 명씩 일일이 방문하여 대화하고 수발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오랜 시간을 요한다. 그렇기에 노인부양 부담이 급증하는 우리나라 경우 개개 방문보다는 집합보호의 원칙이 보다 합리적이기에, 노인들로 하여금 일정장소에 대규모 촌락을 형성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한 광고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인들에게는 의존성, 수동성, 그리고 동료와의 사교선호의 특성이 크게 증가한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확고한 의지가 결여되어 남의 말을 들은 후 결정하고 또한 많은 노인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습성이 있기에, 양로원이나 노인주택도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홍보에 의존하고 이웃노인의 결정을 참고하는 성향이 크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초에 이미 노인촌락이 전국적으로 600개를 넘어섰다. 그 노인촌락은 넓은 정원을 가진 아파트 단지, 여러 개의 주택이 연결된 타운하우스(town house)나 Duplex 등 그 크기와 규모, 형태, 구조 등에서 매우 다양한데, 그곳은 쉽게 말하면 노인들만이 모여 사는 작은 천국이며 사회의 축소판이다. 그곳에는 규모가 아주 작고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놀이’쯤으로 보여지지만, 필요한 모든 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상점, 우체국, 문구점, 화방, 서점, 미용실, 강당 등등...

따라서 이곳에 수백, 혹은 수천 명의 노인이 집결하여 거주하게 할 때 노인 복지업무는 물론 서비스, 여가, 보건관리, 용품판매 등 실버산업이 대규모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효율성의 극대화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표 3>.

이와 관련해, 최근 충남 농촌지역에 형성된 은퇴농장은 노인촌락 형성에 있어서의 광고, 홍보의 중요성을 입증해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1997년에 이 은퇴농장(노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모여 사는 소규모 전원주택형 노인촌락)이 처음 생겼을 때 이곳에 입주하려는 노인이 거의 없었으나, 그곳에서 생활하는 노인부부에 관한 스토리가 TV에 방영되면서 호기심을 갖게 된 대학생들이 많이 방문하여 실습과 자원봉사를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농장은 더욱 활기를 띄면서 확장된 것이다.


렬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노인을 무기력하며 의욕이 상실된 사람으로 단정짓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사고방식이다. 노인들은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상실되고 신체기능이 퇴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 보상 심리로서 참여 의욕과 발달 욕구가 더욱 증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평소에 노인을 너무 조심스럽게 동정심으로만 대하면서 이러한 욕구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선진국의 경우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더욱 강렬한 색상, 디자인, 율동을 겸비한 광고나 홍보, 교육에 관심을 보이는데, 그것은 그러한 강렬한 시각물이 노인으로 하여금 생동감, 참여의욕, 발달 욕구 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간혹 노인을 위한 식품, 약품, 화장품 등을 광고할 때 선정적인 여성들의 춤을 동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정중하고 은은한 분위기의 광고를 해야 노인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존엄성, 개성의 존중과 세분화

노인도 젊은 사람과 똑같은 존엄성과 개성을 지녔다. 우리는 흔히 상품 선전이나 오락프로그램 중 시골 노인을 등장시켜 그 서툰 표현과 어색한 표정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경우를 보는데, 노인의 주름진 외모와 낮은 교육수준을 소재로 시청자의 흥을 돋우는 것이기에 존엄성 훼손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실버산업 광고, 특히 건강용품 광고에서 치매환자나 신체장애 노인을 소재로 하는 것은 매우 신중을 기하고 가족들로부터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노인을 60세 또는 65세 이상으로 묶어 동일한 하나의 집단으로 다루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노인의 연령도 60세에서 120세 이상까지 매우 폭넓다. 그러므로 60세 노인과 80세 노인, 100세 노인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들은 어떠어떠하다”,“노인들이란 다 그래” 등으로 일반화시키고 또한 고정 관념적인 편견을 갖는 것은 실버산업 관련 광고에서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대목이라 하겠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구학적 측면에서 노인계층에서는 남자보다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부부보다는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노인들을 타깃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남성용, 여성용, 독신용, 부부용, 고령용, 초로용 등, 가급적 노인의 세부적인 특성과 개성에 맞추어 차등화시키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