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08 : Special Issue - 2001 CLIO 광고제 참관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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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CLIO 광고제 참관기
김 재 호 CD , 
jhkim@lgad.lg.co.kr

이 원 재 CD, 
wjlee@lgad.lg.co.kr

앤드류 재프(Andrew Jaffe)
클리오 회장과의 기념촬영

클리오상 홈페이지























<광고1> 필름부문 대상 수상작인 Epoca Magazine의 'The Week'편




<광고2> 미국적인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어 음료부분
금상을 수상한 버드와이저
의 'Whassup'편
 
 
 

칸느와 함께 세계 양대 광고제로 각광받는 클리오 광고제. 연신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칸느와 달리 클리오 광고제는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로 수상작을 뽑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로 벌써 42회째를 맞은 클리오 광고제의 TV부문 대상은 2000년 칸느 필름부문 금상을 수상한 브라질 Epoca Magazine의 ‘The Week’편이 수상했고, 인쇄부문 대상은 폴크스바겐의 ‘The new Beetle’이 수상했다. 한국은 올해도 쇼트리스트 한편 제대로 내지 못한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세계 크리에이티브의 조류와 브랜드 가치를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가다
 

해마다 뉴욕에서 개최되던 클리오 광고제가 올해는 마이애미로 장소를 옮겼다고 했다. 뉴욕의 번화한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우리를 생각하다 잠시 마이애미를 떠올렸을 때, 파도치는 해변과 무더운 날씨 그리고 세계 광고제를 보는 기분... 마치 칸느 광고제를 흉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 속에 비행기가 뜨고 인천에서 시카고, 다시 마이애미로 지루한 시간이 흘러 마침내 행사장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새벽 1시를 넘긴 마이애미는 말로만 듣던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바닷가를 끼고 숙소까지 가는 동안 스쳐가는 마이애미의 풍경은 세계 광고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더해 이방인에게는 낯선 곳에의 동경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세계의 크리에이터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광고를 뽐낼 것이고, 그렇게 소망하던 성공의 순간을 맛보려고 할 것이다.
이제 4일간 우리는 그렇게 클리오의 기대와 흥분 속으로 빠져든다.

세계의 광고들, 세계의 브랜드
 
공식행사장인 Leows 마이애미 사우스비치 호텔에서는 연일 다양한 워크샵이 열리고 필름부문 출품작들이 상영되어 열렬한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특히 새롭고 색다른 형식의 인터넷 광고와 배너광고가 많이 소개되어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광고제라고 하기에는 다소 미흡할 정도로 그 규모나 장소가 협소해서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클리오 회장 앤드류 재프는 이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연신 “광고의 새로움과 후보작들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인쇄부문은 물론 필름부문에서도 수상작은 커녕 쇼트리스트조차 몇 편 올리지 못한 한국이었기 때문에 앤드류 제프의 말은 더 씁쓸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차츰 해외광고제들의 성격이 강력한 브랜드의 파워나 다국적 광고회사들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데, 이번 클리오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수상작들의 면면에서 절실히 드러났다. 세계인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는 브랜드들이 대부분 수상을 했고, 익히 크리에이티브를 인정받은 다국적 광고회사들이 저마다 수상작을 나누어 가졌다. 물론 한국이 수상을 못하거나 쇼트리스트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항변이나 면죄부로서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들의 문화와 광고 가치관, 표현의 수위와 방법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광고의 테마나 표현 방법들이 브랜드의 가치에서도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클리오 광고제도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크리에이티브의 표현 수준을 한단계 높여주는 자극제임에는 틀림없다.

 
웃겨야 탄다, 웃어야 탄다
 
2001년의 클리오가 손을 들어준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우선 꾸준히 세계 광고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라질 등 남미의 크리에이티브가 강세를 보였다. 남미의 광고물들은 대개 저예산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적은 예산에 세계 수준의 완성도까지 갖추고 거기에 아이디어까지 뛰어나다면 도대체 앞으로 당해낼 나라가 있을지...

이번 클리오의 필름부문 대상도 2000년 칸느 필름부문 금상을 수상한 브라질 Epoca Magazine의 ‘The Week’편이 수상했다. 칸느의 열풍이 여기까지 불어 온 것일까? 이 작품은 모든 사람들에게 각각의 다른 1주일을 경험하게 하거나 보여주며 세상의 모든 1주일을 담고 있다는 광고 메시지를 전하는, 수작 중의 수작이었다. 사실 이 필름을 보았을 때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뭉클한 감동과 여운이 다가왔다. 광고라기보다는 한 편의 작은 영화나 드라마라고 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작은 부분들을 들추어내어 하나씩 하나씩 비춰보는 우리 내면의 거울과도 같은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광고 1>.

한편, ‘음료부분’ 금상은 작년 세계 광고계에 돌풍을 몰고온 DDB 시카고의 버드와이저 ‘Whassup?’ 캠페인에 돌아갔는데, 이 필름은 2000년 클리오 광고제의 필름부문 대상작이자 칸느의 대상작이었다. 이 버드와이저의 ‘Whassup?’ 캠페인이 올해 또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너무나 일상적인 이 인사말,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너, 뭐해?’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이 인사말 하나가 세계 광고인들에게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사실 우리는 다들 의아해했다.

‘Whassup, Whassup’을 반복하다 보면 ‘Bud up!’이라는, ‘버드만이 진짜’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너무나 미국적인 정서의 크리에이티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다가오는 또 하나 묘한 기분, 그건 브랜드의 파워에 짐짓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굳이 반전의 놀라움보다는 친근한 일상에서 보여주는 유머의 반란이라고 할까. 사실 3일 내내 쇼트리스트가 상영되었지만, 이 ‘유머’라는 화두가 우리의 뇌리 속을 파고든 것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해외 광고제의 흐름을 이 유머 광고가 주름잡고 있는 듯했다. 더구나 일반적인 반전의 유머에 이어 섹슈얼한 유머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번 클리오에서의 특징이었다 <광고 2>.

인쇄·포스터 부문의 대상은 런던 BMP DDB의 ‘The New Beetle’ 캠페인이 받았다. 일상의 작은 소재들을 뉴비틀의 특징과 연결해 탁월한 크리에이티브로 끌어간 이 시리즈 광고는 작은 위트와 그 아이디어의 소재 때문에 몇 번이고 자꾸 시선이 가게끔 한 작품이었다. 또 하나, 폴크스바겐의 비틀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절실히 느끼게 한 인쇄 광고였다. 자동차는 하나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동차의 라인만 아트워크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광고 3>.
한편 금상을 받은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보호 캠페인은 섬뜩할 정도로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것으로서, 역시 크리에이터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머무르게 했던 작품이었다<광고 4>.

 
<광고3>인쇄.포스터부문 대상을 수상한 폴크스바겐의 'The New Beetle'

<광고4>금상을 수상한 브라질의 '열대우림보호' 캠페인
 
세계를 현혹할 몇 가지 속임수
 
클리오에서의 나흘 동안 마치 남의 잔치에 들러리를 선 듯한 느낌,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나흘이라는 이 짧은 시간 동안 클리오 광고제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낀, 가슴 속에 전해오는 그 무언가는 분명 있었다. 그건 한마디로 광고의 역할이 차츰 ‘제품 판매에서 브랜드 관리’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simple, newness, visual impact 등의 세 가지 요소는 유효하며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더 빛을 발하는 가운데,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들일수록 광고를 통해 세계인에게 어필하는 공감의 정도가 더 넓고 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단지 광고주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광고대행사인 우리와 광고주가 함께 풀어갈 문제인 듯싶다.

두 번째, ‘유머광고’라는 세계 크리에이티브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클리오의 나흘 동안 우리는 갖가지 유머로 표출되는 수많은 쇼트리스트들을 보았고, 특히 예년에 비해 섹슈얼한 유머 어필의 광고가 더 많아졌다는 것도 인정했다. 15초의 짧은 승부를 보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기는 하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공감과 감동은 세계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눈여겨 볼 것은 ‘큰 테마’를 가진 광고 캠페인이 수상을 했다는 사실이다. 브라질의 열대우림보호 캠페인의 경우에서 보듯 하나의 큰 주제를 담을 수 있는 빅 크리에이티브의 전개도 우리가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을 담아내는 세계 크리에이티브의 흐름을 인정하고 동시에 우리도 같이 공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를 위해 우리가 광고를 하는 것인가? 가끔씩 이런 사실을 깜빡 잊은 채 광고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세계를 현혹할 몇 가지 속임수!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이 속임수 몇 가지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이 때문에 우리가 광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적어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야 할 것은 분명하다. 목이 뻣뻣한 광고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든 광고라야 우리의 타깃이 공감하고 박수를 쳐줄 테니까.
다시 서울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광고전선에서 서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이 건전한 속임수를 하나씩 하나씩 되씹으며 말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