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2: 세상 낯설게 보기 - Story는 Fact보다 강합니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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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낯설게 보기
Story는 Fact보다 강합니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휴대폰은 재미있는 등장으로 ‘방수’ 기능을 알리고 있습니다.

'영화 <007 스카이폴>을 보러 갔더니 소니가 무료로 음료수를 나눠줬고, 그 중 몇 개엔 공짜 휴대폰이 들어있더라, 그리고 정말 방수가 되더라’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지요.

 

언젠가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의 트렌드가 돼버렸습니다.
가수를 뽑는 오디션, 스타를 뽑는 오디션, 모델·요리사를 뽑는 오디션 등등 그 분야도 다양합니다. 그와 동시에 더욱 강조되는 부분은 스토리입니다. 아무리 A가 가창력이 뛰어나도 B가 가진 스토리보다 재미없거나 감동이 덜하면, 사람들은 A에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작년 울랄라 세션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유도, 그들의 음악도 신선했지만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그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방송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스토리 풀기에 전념합니다. 드라마로 치면 새로울 게 없는 뻔한 스토리가 되지만, ‘리얼’이라는 부분이 감동을 만들어 내니까요. 주목 받지 못했던 사람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타’가 돼야 하기에 어쩌면 당연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도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그냥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스토리를, 감성을 딛고 이야기를 풀 때 그 힘은 더욱 강해집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기에, 오늘도 크리에이티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방수 휴대폰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최근 소니(Sony)는 엑스페리아(Xperia) 휴대폰에 방수기능을 추가해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11월 초 노르웨이의 한 극장. 007시리즈인 스카이폴(Skyfall)이 개봉을 한 날입니다. 소니는 극장을 찾은 소비자를 위해 무료 소다를 준비했습니다. 스카이폴을 보기 위해 극장에 입장하던 사람들은 테이블에 놓인 소다를 하나씩 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될 찰나, 극장 화면에 스카이폴 분위기의 첨단 화면이 띄워집니다.
소다수를 마시면서 영화를 즐기라는 메시지도 함께 들리지요. 그리고 그들의 비밀을 밝힙니다. '바로 당신이 들고 있는 소다 속엔 방수가 되는 무료 휴대폰이 들어있다’고 얘기합니다.
스카이폴 분위기의 긴장감 있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전화벨을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조명은 긴장감 있는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비추고요. 그때 누군가의 음료 속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음료수를 들고 있던 사람은 컵에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귀 기울이고, 뚜껑을 열어 휴대폰을 발견합니다. 휴대폰은 소다수 속에서 건져집니다. 그리고 당첨됐음을 알리는 통화를 하게 되지요. 사람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건넵니다.
엑스페리아는 재미있는 등장으로‘ 방수’되는 기능을 쉽게 알리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갔더니 소니가 무료로 음료수를 나눠줬고, 그 중 몇 개엔 공짜 휴대폰이 들어 있더라, 그리고 정말 방수가 되더라’ 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지요.
사람들은 재미있는 경험을 했기에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할 거고요. 노르웨이에서 만들어진 소니 엑스페리아의 재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곰인형은 곰인형이 아닙니다

독일의 테디 베어 브랜드 슈타이프(Steiff). 그들은 아이들에게 테디 베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겐 ‘밤’은 무서운 존재입니다. 엄마 아빠와 떨어져 혼자 자야 하는 어두움은 견디기 힘들지요. 그래서 무서운 꿈도 자주 꿉니다.
어느 어두운 밤, 아이는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괴물을 만납니다. 놀란 아이는 온힘을 다해 도망치지만, 괴물은 끊임없이 쫓아오지요. 결국 꿈에서 깬 아이는 여전히 무서움을 떨치지 못합니다. 꿈에서 만난 괴물이 침실까지 올 거 같아서이지요. 끝내 괴물은 창을 깨고 침입해서 아이를 위협합니다. 그때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힘을 낸 건 다름 아닌, 테디 베어입니다. 괴물에게 베개를 휘두르고 힘차게 날아올라 무찔러 버립니다. 크기는 테디 베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괴물이지만, 결국 먼지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아이는 테디 베어가 지켜주었기에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들지요. 슈타이프는 말합니다. '1902년부터 아이들을 지켜왔다’고. 곰인형만 있어도 안심하고 잘 자는 아이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컨셉트지만 재미있게 잘 풀어낸 광고입니다. 브랜드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느끼게 하는 스토리인 듯합니다.
 

Air new Zealand는 동화 속으로 날아갑니다

비행기를 타면 어김없이 보게 되는 ‘안전수칙 안내 비디오.’ 워낙 잘 아는 데다 설명 위주의 지루한 영상이라 귀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승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도 많고요.
에어뉴질랜드(Air New Zealand)는 안전수칙 ‘안내’가 아니라, 안전수칙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뉴질랜드. 이 특성을 이용해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영상엔 영화에서 봤음직한 요정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환영인사와 함께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자, 호빗족과 영화에 등장했던 수많은 요정들, 도깨비들, 기사, 그리고 골룸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좌석에 앉아 있습니다. 그들은 비상시엔 어떻게 엎드려야 하는지, 전자제품은 언제 사용하면 안 되는지, 산소마스크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작은 에피소드에 섞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중간 중간 절대 반지를 끼고 사라지는 승객도 등장하고, 간달프처럼 생긴 사람에게서 담배 파이프를 빼앗는 장면도 보입니다. 영화처럼 스펙터클하고 긴장감 있진 않지만, 뻔했던 이야기를 완성도 있는 그림으로, 다양한 캐릭터로 풀어가니 끝까지 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려고 노력한 에어뉴질랜드의 안전 비디오. 뉴질랜드가 가진 자산을 잘 이용한 것 같습니다.

세상의 광고주는 모두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장이들과 광고주 사이엔 늘 이야기가 생깁니다.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든다’라는 얘기가 있듯이, 이 둘은 매우 협력이 잘 돼야 하는 관계입니다. 광고주의 요구가 더 좋은 광고를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크리에이터들을 헤어 나올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뜨리기도 합니다. 아일랜드의 크리에이터들은 그런 경험을 모아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가장 최악의 요구는?”`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짧고 간결한 포스터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비슷한 부분이 많기에 위트가 느껴집니다. 가령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백곰이 나오는 광고’는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인 듯합니다. 좁아진 빙하 위에 백곰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때 클라이언트가 던진 요구는 이렇습니다.
“네, 좋습니다. 하지만 이 빙하를 좀 더 따뜻하게 보이게 할 순 없을까요?”
환경광고이기에 따뜻한 어프로치를 요구한 것이겠지만, 빙하를 따뜻해 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크리에이터로선 난처했을 테지요.
그 옆 광고는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많이 들어본 요구인 것 같습니다. 그림은 슈퍼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제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 같습니다. 광고주 요구는 이렇습니다. "이 광고는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군요.”
화장품에서 자동차·전자제품까지, 고가의 제품일수록‘ 고급’이라는 톤앤매너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그래서 모든 크리에이터는 많은 클라이언트로부터 끊임없이 이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 받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포스터들이 공감을 주기도 하고, 위트를 주기도 합니다. 이 작품들은 더블린의 갤러리와 바에서 전시되며, 한 장에 10유로씩 판매된다고 합니다. 수익금은 자선을 위해 사용되고요. 이 작품들을 접한 아일랜드의 광고주들은 쓴 웃음을 지었을지도 모르지만, 간결한 포스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보입니다. 더 많은 작품을 보시려면 www.sharpsuits.net으로 가셔서 어떤 포스터가 가장 재미있는지 골라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이야기를 만들려면 많은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콘텐츠에 대한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소비자를 어떻게 참여시킬지, 어떻게 공감을 일으킬지,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지. 더 많은 아이디어가 더해져야 합니다.
스콜(Skol) 맥주는 그래서 아예 인쇄광고를 점화제로 만들었습니다. 바비큐 시즌이 시작되는 브라질. 그들은 맥주 브랜드를 달고, 바비큐 그릴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인쇄광고를 집행했지요. 바비큐 그릴을 사라는 광고가 아니라, 인쇄광고를 뜯어서 불을 붙이면 점화가 된다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비큐엔 늘 맥주가 함께하니 이런 아이디어를 낸 듯합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일부러 광고를 뜯어 준비한 다음 그릴에 불을 붙이겠지요. 스콜 맥주를 연상시키며, 바비큐 파티도 함께하는 재미있는 인쇄광고입니다.
이렇듯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에겐 더 재미있는 작업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서도 꾸준히 계속될 겁니다.

신숙자
CD | sjshina@hsad.co.kr

몇 주간의 여행으로 일년을 광고하며 삽니다.
여행하는 광고장이.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