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2 : The Difference - ‘남과 다름’을 위한 두통과 나의 자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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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fference
‘남과 다름’을 위한 두통과 나의 자세

“아이고,머리야〜!”
뭔가 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두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1. Are you Different? → 나와 <Headache>
오래 전, 'It’s Different’라는 광고문구를 보며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분명 슬라이드 방식을 채택한 휴대폰이 기존의 폴더형과 다르다는 걸 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형식은 바꿨지만 기능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본 다른 친구들은 슬라이드 휴대폰을 보며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다름’은, 어떠한 비교 대상과 함께 놓여있을 때 비로소 서로 다름에 대한 관점의 거리가 생겨난다. 그 거리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겠지만.

 

늘 친구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헤드에이크>라는 잡지를 3년째 만들고 있다. 친구들이 취업 준비하고 입사원서를 쓰는 동안 나는 잡지 만들기를 택했으니, 어느 정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왔다고는 할 수 있다. <헤드에이크>는 매호마다 골치 아픈 삶의 질문 하나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받음으로써 우리세대의 두통을 해결해주었던 똑똑한 잡지다(적어도 만든 지 1년이 될 때까지는 그렇게 자부해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유명 패션지, 해외의 디자인, 아트지를 탐독했던 우리팀은 <헤드에이크>가 곧바로 그런 유명 잡지들처럼 될 수 없으리라 감지했다.

 

우리는 ‘세계 최초의 질문 잡지’를 만들자고 결심하게 됐다. 해답은 줄 수 없더라도 사람들이 회피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해결책을 다양하게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잡지의 외형과 내용은 보통의 문화지와 비슷해 보였지만 ‘질문을 던진다’는 컨셉트 하나만으로 남과 다름을 주장했던것이다.
‘졸업 후 뭐하세요?', '당신이 일으키고 싶은 혁명은?’, '시간 있어요?’, '독립, 언제할거야?’, '갈 데 있어요?’,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 '진짜?’, '식사 하셨어요?’, '대체 사랑이 뭐죠?’까지 총 9권의 잡지. 이 질문들은 남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입 밖으로는 선뜻 꺼내지 않는 질문들이다. 또 함께 잡지를 만든 친구들의 고민이자, 3년 간의 내 청춘의 산물이며, 지긋지긋한 두통의 흔적이 됐다.

2. 남들이 뭐라고 부르던가요?
학생 때의 재기발랄한 시도에서 출발해 3년이 흐르는 동안 <헤드에이크>와 ‘헤드에이크를 만들고 있는 나’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이 달라졌다. 처음엔 “어머 어떻게 이런 잡지를 만들 생각을 했니?”`에서 점차 “왜 아직도 잡지를 만들고 있어?”, "잡지가 돈이 되나요?"라는 질문으로. 나 역시 내가 만들고 있는 이 잡지가 새로운가, 과연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다시금 묻게 됐다. 처음의 자신만만함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재미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를 처음 뜻대로 평생 지속하려면 열정과 노동, 그리고 경제성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남과 다른’ 잡지를 시작했다는 데에서 더 나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야 하는 단계가 됐다.

 

<헤드에이크>는 운 좋게도 첫호를 만들었을 때부터 ‘88만원 세대가 낸 잡지’, '청춘의 외침’ 등으로 여겨져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제 다른 매체에서는 ‘독립 출판’의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 미술 혹은 디자인 전공자·문화 기획자·작가 등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소규모 출판물들을 꾸준히 만들고 있기 때문에 ‘독립/소규모 출판’ 영역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독립 출판의 영역은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지속하려면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직업을 병행해야만 한다. (나 역시도 잡지를 내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들어 사람들은 “왜 아직도 이 잡지를 만드느냐”고 지주 묻는다. 친구들과 함께 평생 잡지와 늙어가자고 다짐했던 내 모습은 이 질문 앞에서 한없이 초라할 뿐이다.

 

3. 카테고라이징을 다시 해볼까? →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새로운 맥락화
다른 걸 만들고 싶었지만 다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했다. 잡지를 더 잘 만들기 위해서 인터뷰나 디자인도 발전시켜야 되는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게 더 필요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잡지를 만드는 ‘나의 자세’도 바뀌어야만 했다. 사람들이 계속 내게 왜 돈이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 잡지를 만드느냐고 묻는다. 나는 곧 돈이 될 거라고 대충 대답함으로써 그 고민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잡지를 만들려고 했던가? 처음에는 ‘세상이 강요하는 정답이 싫어서’, '진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해서’ 만들었다면, 지금은 내가 만드는 이 잡지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이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특정 독자가 읽는 독립 출판물이 아니라 대중이 읽는 문화지를 만들고 싶고, 잡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고 파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4. 어떻게 다시 업그레이드시킬까? → 다시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나의 자세가 바뀌어야 다시 한 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굳이 잡지가 아니라 다른 매체로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책이나 잡지를 읽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새 잡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모든 이야기를 고루 담을 수 있는 창고 같은 장르, 그것이 잡지이기 때문이다. 

 

잡지를 새롭게 바라보려고 노력한 끝에서 다시 만난 잡지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자 강력한 멤버십의 도구라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 20대의 질문만을 던져보니 해답도 없고 답답했던 것이 사실이라, 새로 만들 잡지는 전세대의 질문을 다루되 질문 응답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할 생각이다. 그리고 잡지를 최대한 잡지처럼 안 보이게 만든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했다. 잡지 같지 않은 잡지를 통해 사람들이 즐겁게 고민하고 재미있게 생각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문화를 포스팅하는 토털 문화지. 영상·음악·팟캐스트·잡지 등으로 다양하게 이야기가 전달되니 단순히 잡지라고만 말할 수 없는 새로운 미디어가 될 것이다.

 

‘잡지’라는 이름이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명명될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 다른 잡지와 다를 것인가 고민하게 되겠지. 아이고, 머리야! '뭔가 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두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지원
<헤드에이크> 편집장 | question.headache@gmail.com


취업보다 잡지 제작을 택한 27세. 세계 최초 질문잡지 <헤드에이크>편집장. 3년째 발행 중, 평생 낼 각오로 노력중. 뭘 해도 쉽지 않은 삶, 이왕이면 즐겁게 고민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