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12 : Case Study - VIDAL SASSOON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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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도 수백만 달러짜리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까?  
 
 VIDAL SASSOON
 
김 원 규 CD | CR1본부
wkkim@lgad.lg.co.kr
 
캠페인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광고 후진국이다. 즉 단발성 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이다.
아침에 신문을 펼쳐보면 온통 새로운 광고들이다. 어제 광고로는 오늘의 소비자를 잡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TV 광고도 마찬가지다. 일주일 정도 TV를 못보다가 볼라치면 낯선 광고들이 제법 많다. 결국 매일매일 새로운 광고들이 쏟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잠깐 얼굴만 들이미는 광고들이 소비자들에게 기억될까? 그런 광고들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대답은 명쾌하게 ‘No!’다.
캠페인 광고의 중요성에 대해 어록을 많이 남긴 로서 리브스(Rosser Reeves)는 이런 가르침을 주고 있다.
“광고를 자주 바꾸는 것은 수백만 달러짜리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그렇다. 광고를 자주 바꾸는 것은 ‘죄악’이다. 광고주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안겨주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광고주가 원해서 바꾸고, 소재가 바닥나서 바꾸고, 캠페인의 확장성이 부족해서 바꾸고, 담당자가 바뀌어서 바꾸고… 하여튼 우리는 이제 뭔가 캠페인이 되겠다싶으면 바꾸곤 한다. 안타는 제법 치는데 장타가 없는 셈이다. 홈런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자를 일소하는 홈런이 되려면 필연적으로 캠페인 광고라야 한다. 그래야 힘이 있고 설득력도 있는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열 번 찍어 설득되지 않는 소비자도 없을 것이다. 장기 캠페인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로서 리브스의 경우를 보자. 늘 같은 광고처럼 보이고, 그게 그것 같은 광고만 고집하는 그에게 어느 날 광고주가 불만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동일한 캠페인을 수년 간 지속해야 한다면 이 일에 100명이나 되는 광고회사 직원들이 왜 필요한가?”
아마도 광고주의 눈에는 캠페인 광고라는 것이 광고회사가 편하게 가기 위한 전술 정도로 비쳤나 보다. 이 질문에 뉴욕 테드 베이츠 사장인 로서 리브스는 점잖게 타이르듯 말했다.
“캠페인을 만들어야 할 1명과, 당신이 그것을 바꾸지 못하게 말릴 99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광고 현실에 와닿는 한마디 같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흔히 현대를 광고의 홍수시대라고 한다. 광고의 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단 한번의 광고로 광고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50년 가까이 ‘Come to Marlboro Country’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말보로(Marlboro)는 영원히 늙지 않는 말보로 사나이를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달리게 함으로써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50여 년을 동일한 캠페인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은 전설이요, 기적이다.
말보로는 미국 남자들의 영원한 노스탤지어요 마음의 고향이며,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희망의 땅 서부를 질주한다는 것으로 브랜드 에쿼티를 쌓았다. 그리고 이제 무너지지 않는 신화가 된 것이다.
물론 말보로는 캠페인 테마 자체에서부터 이미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를 발굴했으며, 캠페인 전개상에 있어서 확장성이 넓고 또한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캠페인으로서의 성공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것이다.
또한 ‘미국 광고의 역사’라고 칭송을 받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Think Small’, ‘lemon’ 등의 캠페인은 크리에이터에게는 영원한 교과서요 부러움의 상징일 것이다. 물론 광고 하나 하나가 다 수작이지만 마치 굴비 엮듯이 이어지니까 더 힘이 있고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우유 콧수염으로 유명해진 ‘Got Milk’ 캠페인 역시 한두 편 제작하고 다른 컨셉트로 광고를 교체했다면 지금의 성공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다이어트 열풍 때문에 하향 곡선을 긋던 매출은 이 광고가 나가면서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고, 광고의 인기가 높아지자 모델이 되기 위해 은근히 로비를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 캠페인은 미국 문화의 한 장르가 되었다. 광고가 이 정도 파워가 있다니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또한 카피라이터라면 초년병 시절에 아마도 책에서 한번쯤 읽었음직한 그 유명한 카피 ‘Do you make these mistakes in English?’도 벌써 40년이 넘도록 사용되고 있다. 만약 이런 캠페인도 처음 한두 번 시도하다가 ‘에이, 효과가 별로 없군’하는 탄식과 함께 사라졌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곧 우리 광고계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글쎄, 우리네 조급한 성격 탓인가. 진득하게 기다리는 맛이 없는 듯하다. ‘빨리빨리’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는 광고를 집행하고 바라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바로 전략과 표현 컨셉트를 바꿔버린다.
이런 환경에서 캠페인 광고가 살아남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첫째도 일관성(consistency), 둘째도 일관성, 셋째도 일관성

세계에서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쓰기로 유명한 P&G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브랜딩에는 3C가 있다. 첫째도 일관성(consistency), 둘째도 일관성, 셋째도 일관성.’
일관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일 것이다. 갈 지(之)자로 걷지 않고 똑바로 한 방향으로 가다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보면 자기의 컬러도 없어지고 아이덴티티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 일관성을 광고에 적용해 보면 그것이 곧 캠페인 광고를 의미한다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인즉, P&G가 전 세계적으로 파워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일관성의 원칙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관성을 광고에 적용해 보면 그것이 곧 캠페인 광고를 의미한다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인즉, P&G가 전 세계적으로 파워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일관성의 원칙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광고 1>은 비달 사순(VIDAL SASSOON)의 ‘VS’캠페인을 알리는 광고다.
브랜드 네임 비달 사순의 이니셜인 ‘VS’를 이용하여 경쟁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VS’는 비달 사순의 이니셜이면서 또한 ‘versus’의 축약어로 이 캠페인의 성격을 눈치채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크리에이티브의 소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인 비달 사순을 연상하게 하면서 제품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느끼게 하고 있다. 즉 제품을 중심으로 ‘LEADER VS FOLLOWER’가 임팩트 있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접지형 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캠페인은 모든 광고가 시작되는 왼쪽 페이지에 컨셉트를 알리는 비주얼과 카피가 대구(對句)형으로 들어가 있고, 가운데에는 제품이 크게 부각되어 있으며 용기를 이용하여 제품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고 있다. 그리고 날개형 접지 타입으로 되어 있는 3, 4페이지에는 만족스러워 하는 사용자들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다만 <광고 1>은 런칭편으로 멀티 3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카피를 읽어 보면 스타일과 기술의 리더인 비달 사순이 연구소와 미용실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개발되었으며, 모든 제품은 국제 스타일리스트팀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되는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료 샘플이나 온라인 상담을 원한다면 홈페이지(www.vs-sassoon.com)를 방문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광고 2>는 머릿결 때문에 고심한 여자라면 누구나 시선이 멈출 수밖에 없는 광고다. 먼저 제일 앞 페이지를 열면 끊어지려는 밧줄이 보이는데, 밧줄이 끊어지는 바로 그 곳에 카피 ‘WEAK VS STRONG’이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머릿결을 강화시켜주는 ‘STRENGTH-ENING COMPLEX’이기 때문에 이런 비유로 어프로치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타깃들에게 stopping power가 일어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수많은 광고 속에서 눈에 띄게 만들었다.
이렇게 패키지를 이용하여 제품의 특장점과 사용법을 정확히 제안하고 모델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 효과 (YOU WANT): 머리결은 더욱 빛나고 관리는 더욱 편리해졌으며 머리카락의 부러짐과 끝 갈라짐을
방지함.
* 사용법 (HERE'S HOW): 수건으로 자연스럽게 말린 머릿결에 10~20회 골고루 뿌리고 그대로 두십시오. 그리고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해서 평소 즐기는 스타일을 연출하면 됩니다.
* 비달 사순의 제안 (OUR STYLISTS SUGGEST): 이 제품은 스타일링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곱슬머리에는 머리에 뿌린 후 자연스럽게 말리면 효과적입니다.

 
 
<광고 3>은 보습제인 ‘moisture’ 제품으로, 제품의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FRAZZLED VS REFRESHED’라는 헤드라인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러면서 말라 비틀어지는 꽃과 생생한 꽃을 비교하여 ‘시들다 VS 생생하다’로 소구하고 있다. 어느 여자가 자기 머리 결이 시든 꽃처럼 되길 원하겠는가? 언제나 촉촉한 느낌, 부드러우며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갈망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FRAZZLED VS REFRESHED.’ 일종의 위협 소구인데, 광고의 주목도만 높이는 전략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들의 행동이 일어나게 하고 있다. 패키지를 이용해 전하는 카피를 읽어보면 마르고 건조하며 손상된 머리카락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촉촉한 머릿결을 유지하려면 매일 ‘moisturizing hair wash’와 ‘moisturizing daily therapy’를 사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광고 4>는 컬러 보존 스프레이 제품을 알리는 광고로서, ‘DULL VS DAZZLING’로 알기 쉽게 소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칙칙한 느낌과 빛나는 컬러 느낌을 비교하여 제품의 특장점을 알리고 있는데, 모델의 모습도 머릿결 컬러를 잘 살려 보여줌으로써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또한 머리를 감기 전에 뿌려주기만 하면 감을 때 바래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사용법이 간단함을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헤어 컬러에 보호막을 형성하여 물로 씻을 때 바래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광고 5>는 기타 줄[弦]에서 아이디어 모티브를 찾고 있다. 음을 만들어 내는 팽팽하게 조여져 있는 줄과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여분의 줄을 비교하고 있는데, 아이디어 모티브가 절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타 줄이 마치 자기 머리카락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부시시하다면 아마도 못 견디지 않을까.
‘SPRINGY VS SHAPELY.’ 헤드라인도 기타 줄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내심은 머리카락으로 전이되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가늘고 힘없는 머리카락을 숱이 많아 보이게 하고 풍성한 머릿결의 멋진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과 그 사용법을 예시하고 있는데, 모델 역시 풍성한 머릿결을 보여주기 위해서 웨이브진 모습을 연출해 구매를 자극하고 있다.
 
 
<광고 6>은 자동차 표지판을 이용하여 ‘ULTRA FIRM HAIR SPRAY’를 소구하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겠지만 차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헤어스타일 역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원하는 스타일대로 있지 않고 쏟아지거나 흩날린다면 엉망이 될 것이다.
지난 월드컵 때 잉글랜드의 베컴 선수가 특유의 헤어 스타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닭 벼슬처럼 세운 앞머리와 바람에 날린 듯 올라간 뒷머리, 그 독특한 스타일로 소녀 팬들을 설레게 했고 청소년들은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아 “베컴 스타일로 해주세요”라는 주문에 바빴다. 비록 내 눈에는 90분 내내 운동장을 뛰는 선수가 그런 헤어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자체가 신기해 보였지만.
‘OUT OF CONTROL VS IN CONTROL.’ 패키지에 기술되어 있는 효과를 보면 얼마나 강력한 스프레이인지 짐작이 간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력을 무시한 채 헤어 스타일을 단단히 고정시켜줍니다.’
시연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도 소위 ‘바람머리’처럼 독특하다. 저런 헤어 스타일이면 금방이라도 뭉개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잘 유지된다니 얼마나 강력한 것이겠는가?
 
 
<광고 7>은 헤드라인이 강력하다.
‘EXHAUSTED VS REVIVED.’ 그리고 다 타서 꺼진 초가 헤드라인과 잘 매치되고 있다. 손상된 머릿결을 관리해주는 ‘DEEP TREATMENT THERAPY’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광고는 아마도 다 탄 초를 보면서 저렇게 죽어가게 놔둘 것인가 아니면 재생시킬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서게 할 것이다.
패키지 컬러와 초의 컬러, 그리고 모델의 립스틱이 모두 통일된 컬러로 연출되어 자연스럽게 제품에 시선이 멈추도록 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을 배우자
‘빨리빨리’가 ‘열심히 산다’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지는 우리 사회에 프랑스 사회철학자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의 좥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좦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잔잔한 감동을 받았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던 이 책에서 그는 “진정한 행복은 고요와 느림의 미학에서 시작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느림은 게으름이나 민첩성이 결여된 둔감한 행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부드럽고 우아하고 사려 깊은 삶의 방식을 말한다. ‘빠름’이 미덕인 인터넷 세상에 사는 우리들에게 정반대로 천천히 즐기며 사는 인생이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광고가 배워야 할 덕목 중에 하나도 바로 ‘느림의 미학’ 아닐까? 한두 번 해 보고 갈아치우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브랜드의 사활을 결정하는 광고안을 결코 ‘빨리빨리’를 명분으로 망쳐버리지 않는 풍토가 되었으면 한다.
처음 캠페인을 개발한 그 마음으로 1년, 2년 아니 10년 정도 해 보는 뚝심을 발휘해보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