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1-02 : 2003, 뜨는 트렌드 & 지는 트렌드 - 광고 크리에이티브 : 뜨는 트렌드 vs 지는 트렌드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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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위하여, 성역도 금역도 없는 크리에이티브로!
 
 
  4. 광고 크리에이티브 : 뜨는 트렌드 vs. 지는 트렌드
 
이 원 재 CD | CR2그룹
wjlee@lgad.lg.co.kr
 
지난 2002년처럼 다양무쌍(多樣無雙)한 해가 또 있었던가 싶다. 1년 내내 월드컵의 광풍으로, 광역단체장 선거와 대통령선거로, 또 그 사이 아시안게임으로 한데 모이고 흩어지며 아찔한 흥분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마찬가지로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측면에서도 특정한 경향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트렌드를 선보였는데, 그 중 사회적 반향이 큰 이슈를 중심으로 지난 2002년을 회상해 보고, 2003년을 전망한다.
 
<뜬다 1> ‘브랜드 가치’ 만이 살 길이다
 
잘 알다시피 월드컵이 우리 브랜드를 알릴 절호의 기회였기에 월드컵 기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국가를 하나의 브랜드로 상정한 정부 광고는 물론, 기업들도 특정 상품광고보다는 종합 브랜드 관리를 위한 기업PR 광고를 무진장 쏟아 부었다.
우선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한 하이마트<광고 1 참조>를 포함해 LG(with LG, <광고 2 참조>)·KTF(‘KTF적인 생각’ 시리즈)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광고 선도 기업의 캠페인이 그러하다. 또한 우리은행(“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깁니다”)처럼 한가지 스토리 라인으로 여러 편의 광고를 노출시키는 시리즈 캠페인을 제시하여 브랜드 파워 강화에 힘쓰기도 했다<광고 3 참조>.
아울러 브랜드 파워 강화의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업들은 자신들의 간판 모델을 과감히 교체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제일제당이 김혜자와 결별했고, 그와 경쟁 브랜드인 청정원도 고두심을 하차시켰다. 나름대로 ‘시원섭섭하게’ 생각할 법한 김남주(LG생활건강) 역시 좀더 젊은 이미지를 갖기를 원하는 기업의 의지에 따라 교체되었다.
2003년에도 ‘브랜드 광고’는 계속될 것이다. 변화의 추이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기존의 기업들은 물론 금융기관의 합병에 따른 브랜드 알리기 및 카드사의 계속되는 헤게모니 싸움 등의 추세와 더불어 브랜드 광고는 필연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뜬다 2> 앰부시 마케팅 대신할 ‘비교광고’
 
원래부터 뻐꾸기란 놈은 종달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정작 둥지 주인의 알은 밖으로 밀어 내버린다. 결국 제 알인 양 열심히 품어 부화한 뻐꾸기 새끼를 종달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며 키우는데, 광고에서는 앰부시 마케팅이 이와 같지 않나 싶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KTF는 제 둥지를 SK텔레콤에 내주고 본전 생각을 했을 법한데, 본전 생각이 나기는 나이키에게 둥지를 내준 아디다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003년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기 때문에 앰부시 마케팅으로 표현되는 매복광고는 어렵겠지만, 비교광고는 좀더 활성화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한다. 특히 2002년을 기준으로 국내 광고시장에서 외국계로 분류되는 광고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었고, 그에 따라 심의규정 등 여러 가지 관련 법규가 외국의 기준과 가깝게 완화된다고 가정해 보면 비교광고는 표현 양식에서 하나의 축을 이루게 될 것임을 예감한다.
 
<뜬다 3> 나라 전체가 ‘따로 또 같이’
 
지난 1년간 사회적으로 ‘군중’이라는 단어만큼 큰 위력을 발휘한 것도 없을 것이다. 월드컵 응원에 모인 수백 만의 힘으로 국가 이미지를 ‘세계’라는 시장에 새로이 런칭하였고, SOFA ‘수리’를 원하는 수십 만 ‘고객’의 힘이 촛불시위로 표출돼 수천 만 ‘잠재 소비자’의 입을 대변하였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강력한 영상세대의 힘이 은둔하는 문자세대를 압박하여 지도자의 세대 교체를 이루어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군중의 힘’은 엄격히 말해 20~30대 젊은 세대의 힘이라 할 수 있다. 현재도 왕성한 소비력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장을 이끌 그들은 사회현상에 대해 적극적 참여를 원하고, 이념보다는 구체적 이슈에 열광하며, 브랜드에 충실한 세대이다.
이러한 20~30대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상반된 현상을 보이는데, 그 하나는 ‘왕따 기피’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왕따 되기’이다. 다수의 편에 동조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이단화하여 왕따시켜 버리는 것이 ‘왕따 기피’라 할 수 있는데, 월드컵 공익광고(‘미소’ 편), 롯데리아의 크랩버거(게맛을 알아), SK텔레콤의 기업PR(사람과 사람) 등은 그런 심리가 적용된 광고라 하겠다. 반대로, 스스로 왕따이고 싶은 사람, 즉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간 광고로는 LG전자의 엑스 캔버스(‘차이를 아는 당신’) 등이 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예는 광고적인 트렌드 뿐 아니라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2003년에도 소수를 위한 캠페인은 계속될 것이며, 그 소수도 때로는 대중의 한 부분으로 변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뜬다 4> 성역(聖域)은 없다, 금역(禁域)도 없다
 
지난 대선(大選) 때 각 당의 광고에서는 장래 ‘나랏님’이 될지도 모를 후보에게 ‘급진좌경분자·무지몽매·바보(물론 내포된 뜻은 다른 의미지만)’라는 표현을 쓰면서 비주얼도 큰 사고를 낼 초보운전자 등으로 묘사한 것을 볼 수 있다<광고 4 참조>. 이는 민주화 이후의 자연스런 흐름이지만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이었고, 한편 통제기능이 없는 사이버 세상에서 거스르기 힘든 대세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해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으니, ‘레드 콤플렉스’에서 다소나마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붉은 악마를 필두로 온 거리가 빨간색으로 물결쳤으며, 광고에서도 빨간색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며 컬러 마케팅의 일례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색(色)을 관리하는 나라이다. 길거리의 상업용 사인은 아직도 전체를 빨간색으로 표현할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트렌스 젠더가 모델로 뽐내는 시대,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퇴조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표현하지 못할 대상’과 ‘깨부수지 못할 관념’이란 없어지게 되었다.
 
 
<뜬다 5> ‘재미’, ‘남과 다르기’
 
각종 카드 광고 등을 통해 소비심리를 살살 꼬인 결과인지는 몰라도 가계부채가 쌓이고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주 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홈쇼핑 업체와 신용카드사 및 자동차 광고가 늘고 있다. 또한 쉬는 날이 많아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지고 홈씨어터 시장이 새로 생겼다.
이렇듯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찔한 스릴을 즐기는 국민성’이 살아 있는 한 2003년에도 카드사들은 계속 많은 사람들이 ‘떠나기’를 원할 테고. 가전업체는 ‘차이를 아는 당신’이 많아지기를 기대할 것이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재미’와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질 것이다. 이는 해외여행과 테마파크 등의 광고가 늘어나는 것으로 연결되겠지만, 경기의 불확실성에 비추어 제 2, 제 3의 ‘로또’가 생기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불안할수록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진다 1> 말릴 수 없는 전쟁도 있다
 
전운(戰雲)이 감도는 해이다. 미국과 이라크와의 전쟁은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전쟁이 나면 당연히 국제정세가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기름 값이 폭등하고 불안정하면 자동차가 안 팔린다. ‘생각만 해도’ 차를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항공 운임이 치솟으니 ‘열심히 일한 당신’이 떠날 수 없을 것이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당신의 능력을’ 보여 줄 기회 또한 없을 것이다.
2003년의 최대 화두는 ‘전쟁’이며, 그것이 현실화한다면 트렌드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는, 위축된 경기 속에서도 일정한 트렌드를 찾으려면 IMF 시절의 광고 트렌드를 살필 것을 권유한다. 저가(低價)제품과 보장형 보험상품 등이 잘 팔릴 것이고, 이성에 소구하는 방식의 광고가 어필할 것이다. 반면에 기업PR 광고는 많이 줄겠지만,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한 설득형 소재들의 등장도 예상할 수 있다.
 
<진다 2> 그 동안 즐거웠다
 
유머광고의 문제가 아니다. 유머광고는 크리에이티브를 구성하는 커다란 전술이자 세계적 트렌드이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엽기와 키치 등으로 표현하는 일탈적 광고유형이다. ‘세상을 다 가져라’, ‘공짜가 좋아’ 등의 KTF 캠페인과, 촌티 나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채 ‘청춘을 적신다’며 웃음을 선사했던 해태음료의 ‘갈아 만든 배’ 등의 광고, 신바람 이박사의 테크노 뽕짝과 같은 유형의 광고들이 사라져 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복고’의 부활에 있었으나, 엽기·키치와 더불어 ‘복고의 시대’도 확실히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복고광고가 아주 없어질 수도, 없어진 것도 아니다. 부라보콘과 아카시아 껌(해태제과) 등은 과거의 CM 송을 리메이크하며 장르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퇴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외로 두어야 할 장르가 있으니, 이른바 ‘TTL식’의 광고이다. 비논리적이고 생각하기를 싫어하며 그들만의 복잡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는 N세대를 위한 크리에이티브의 툴(tool)은 계속 ‘뜰’ 확률이 높을 것이다.
 
<진다 3> 언제 우리가 열광했던가
 
2003년에는 내셔널리즘이 퇴보할 것이다. 작년에는 민족주의가 강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던 일련의 일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가 통분해 마지않았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 있었고, 그것이 월드컵으로, 서해교전으로, 아시안게임으로, 촛불시위로, 대통령선거로 숨가쁘게 이어졌다. 1년 내내 우리 모두가 공유할만한 국가적, 민족적 이슈가 있었고, 또 그것이 광고 크리에이티브 소재로 반영되었으나 올해는 아쉽게도 손쉬운(?) 크리에이티브 소재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바라건대 국민 전체가 움직이는 망외(望外)의 커다란 퍼포먼스를 기대해 본다.

국내 광고시장 규모가 6조원대로 커졌고 질적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는 하나, 혹자는 2003년에도 10%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반면, 혹자는 마이너스 4~5%의 시장 위축도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불확실한 한 해가 되리라는 뜻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쩌랴.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한 광고는 계속될 것이고, 광고가 있는 한 크리에이티브도 영원한 것을.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