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06 : Special Edition - 멀티미디어 시대의 活字와 映像 - 인쇄광고·영상광고의 효과와 가능성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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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해도 ‘제 몫’은 한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活字와 映像
  3 - 인쇄광고·영상광고의 효과와 가능성
 
김 봉 철 | 한국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
bcKimbc@kobaco.co.kr
 
우리나라의 최근 광고비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주목할만한 변화가 눈에 띈다. 그 중에 하나는 지난 2001년부터 TV매체의 광고비가 신문매체 광고비를 제치고 1위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4대 매체 중에서 신문광고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물론 87년 언론시장의 지형 변화가 복잡하게 이루어지던 당시 TV가 잠깐 신문을 제치고 제1의 매체로 부상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단발성으로 끝났고 또 그 차이도 1%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 이후 2000년까지 신문은 부동의 1위 매체로 군림했고, 신문과 TV의 광고시장 점유율 차이가 크게는 20% 이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2001년부터는 TV가 제1의 매체로 부상한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1년도에 4대 매체 광고비 중에서 TV의 점유율은 47.7%였고, 신문은 42.7%였으며, 2002년에는 그 간극이 더 벌어져 TV가 49.6%, 신문이 41.1%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최근 광고를 둘러싼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이러한 광고시장의 구조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우리는 인쇄광고가 드디어 몰락을 하고 영상광고가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카오스적인 변화의 시대, ‘예측’의 가치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키워드는 ‘변화’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환경이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라는 단어는 21세기만의 고유 명사가 아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우리는 한 순간이라도 변화의 궤도를 이탈해 정지한 적이 없다. 인류의 역사는 곧 변화의 역사라고 할만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변화는 과거의 변화와는 질량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변화가 선형적이었다면, 오늘날의 변화는 ‘카오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형적 변화에는 곧 방향성이 있고, 방향성이 있다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카오스적인 변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어떠한 결과를 수반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래학자나 혹은 기술적·사회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개혁가들에게조차 변화를 예측해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내는 작업은 수수께끼처럼 어려운 문제에 속한다. 또한 어느 시기에서나 변화는 하나의 단일 요인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어서 그에 따른 예측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시대의 변화를 일궈내는 핵심 인자는 테크놀로지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미디어라고 단언한다. 실로 미디어는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디어는 분명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하나이지만, 그것은 단지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의 변화만을 이끌어낸 것이 아니다. 미디어란 기본적으로 인간 기능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디어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세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양식과 문화양식, 그리고 사회마저 변화시킨다. 나아가 그러한 물리적 세계의 변화, 문화·사회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신과 내면성까지도 변화시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를 넘어 ‘퓨전미디어’ 시대로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 미디어는 다양한 진화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멀티미디어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멀티미디어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미디어는 대체적으로 선형적 진화 과정을 거쳐왔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시대는 이종 혹은 동종 미디어간에 서로 융합·분열하는 복합적인 진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는 광고의 영역에도 몇 가지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그 첫번째는 ‘대중 마케팅’에서 ‘개별 마케팅’으로의 전환이다. 오랫동안 광고에서 ‘대중’은 매우 유용한 집단이었다. 하지만 레오버넷(Leo Burnett)의 회장인 피즈데일(R. B. Fizdale)이 말한 것처럼 이제 대중시장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
두번째는 상호작용성(interaction)이다. 과거의 대중매체 시대에는 정보가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그래서 정보를 생산해 전달하는 전달자와 이를 받는 수용자가 서로 독립된 개체를 이루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은 모든 사물과 정보가 쌍방향으로 흐르는 시대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송신자와 수신자가 따로 있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쌍방향성은 전통적인 대중광고에 위험한 경고음을 예고한다.
세번째는 통합화(integration)이다. 과거의 산업사회가 전문화·세분화의 시대였다면, 오늘날의 정보화사회는 통합·융합·퓨전·수렴의 시대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다. 기술과 기술이 통합되고 제품과 제품이 통합되는 시대이다. 또한 매체와 매체가 통합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통합의 확산 물결은 광고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광고와 PR·DM 등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정보의 홍수이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별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광고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었고 그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도 한정적이었다. 따라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광고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광고를 적극적으로 기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로 인해 소비자들의 광고 기피현상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광고 미디어 수단들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광고에 노출되는 소비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멀티미디어 시대를 넘어 ‘퓨전미디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멀티미디어가 미디어와 미디어의 결합이라면, 퓨전미디어는 미디어와 다른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이다. 가령 TV와 냉장고의 결합, 청소기와 전화기의 결합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퓨전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의 광고는 또 다시 혁명적인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광고의 공존
   
 
       
광고와 미디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리고 미디어의 변화가 광고의 변화에 독립변수로 작용해 온 것은 틀림없으므로 미디어의 진화는 곧 광고의 진화를 동반한다. ‘미디어가 메시지이다’라는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의 ‘미디어결정론’은 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광고는 미디어라는 용기(容器)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신문이라는 미디어의 탄생과 발달은 곧 신문광고의 탄생과 발달을 가져왔고, 라디오의 탄생과 발달은 라디오 광고의 탄생과 발달을 가져왔다. TV와 인터넷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언제나 새로운 광고형태를 탄생시켜온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이 기존 미디어를 긴장시켰던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광고등장은 기존 광고들을 긴장시켰다. 예를 들어 TV라는 미디어가 등장하자 신문은 긴장하였고, 일부 성급한 미디어 학자들은 신문의 종말을 예언하기도 했다. 새로운 미디어에 의해 기존 미디어가 대체될 것이라며 기존 미디어의 ‘도태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신문을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공룡과 같은 존재로 묘사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인쇄기기와 종이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전자 미디어와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 이유 때문에 결국 그들은 멸종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신문의 적응성, 그리고 현재나 미래 사회에서 신문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 과소평가한 결과였다. 신문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견된 TV가 등장한 지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신문은 건재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새로운 미디어가 전통적인 미디어 영역을 완전히 교체할 것이라는 판단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뉴미디어들은 비교적 낡은 기존 미디어들의 변형(metamorphosis)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등장하기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 형태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결코 그와 동시에 기존의 미디어 형태들이 소멸되지는 않으며, 계속해서 진화와 채택의 과정을 반복해 갈 뿐이라는 ‘공존론’이 지배적인 이론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하다.
이러한 ‘미디어 공존론’은 인쇄광고와 영상광고의 효과와 가능성을 조망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넘어 퓨전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 신문과 TV 같은 전통적인 대중미디어 광고는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적, 사회·문화적 환경이 변하고 미디어 환경이 변해도 신문과 TV광고는 여전히 제 몫을 할 것이다. 그것은 인쇄광고와 영상광고의 역할과 몫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쇄광고는 인쇄매체의 특성에 따라 광고표현 양상이 다를 것이고, 방송광고는 방송매체의 특성에 따라 광고표현 양상이 다를 것이다. 또한 인쇄광고와 영상광고는 목표 소비자의 구성도 다르다. 물론 오늘날 젊은 세대를 영상세대라고 일컬으며, 이러한 영상세대가 소비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점차 구성 비율이 커지면서 잠재적인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실버마켓은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은 ‘머리’와 ‘가슴’이라는 두 개의 신체조직을 통해 메시지를 이해하고 해독한다. 그런데 인쇄미디어를 통한 정보 전달은 인과관계에 입각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기 때문에 ‘머리로 사고해야만’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반면에, 영상미디어는 ‘가슴으로 느껴야만’ 메시지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인쇄광고가 머리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라면, 영상광고는 가슴을 통해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이러한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이해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인쇄광고와 영상광고는 서로 경쟁관계이기보다는 보완관계 내지는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동거생활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쇄광고와 영상광고가 기존의 틀 안에서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기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소비자는 더 이상 서있는 과녁이 아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과거보다도 더 까다롭고 복잡해졌다. 이러한 소비자를 유혹하고 붙잡을 수 있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인쇄광고든 영상광고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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