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0 : 광고세상 보기 - 三人三色‘좋은 광고’論,그러나 결론은 하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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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三人三色 ‘좋은 광고’論, 그러나 결론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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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종 선 | 월간 <광고계동향> 기자
jschung@ad.co.kr
 
“좋은 광고란 광고 자체에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제품을 많이 파는 광고이다. 다시 말해 광고는 소비자의 주의를 오로지 제품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좋은 광고를 보는 소비자는 ‘이 광고 정말 훌륭한 광고로군요’라고 말하지 않고 ‘이런 제품이 있는 줄 몰랐는데요. 이것을 써봐야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는 ‘광고의 마술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거장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가 그의 저서 <어느 광고인의 고백(Confe-ssion of an Advertising Man)>에서 언급한 ‘좋은 광고’에 관한 정의이다.

내가 본 좋은 광고 두 편

광고에는 늘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TV광고·신문광고·라디오광고라는 용어는 기본이고, 내용에 따라 복고광고·엽기광고·유머광고·섹스어필광고 등의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촌스러운 광고, 비주얼이 끝내주는 광고, 모델이 멋있는 광고,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라는 표현도 자주 쓰인다.
이렇듯 광고 앞에 놓일 수 있는 다양한 수식어들 중에 필자가 오늘 주제로 선택한 단어는 ‘좋은’이라는 녀석이다. 이는 ‘나쁜’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좋은 옷·좋은 가구·좋은 자동차, 그리고 좋은 광고. 이런 조합에서 보듯 ‘좋은’이라는 단어는 긍정적 의미를 형성시키는 형용사의 최고봉이다. 그렇다면 이 최고의 형용사 ‘좋은’을 앞세운 좋은 광고는 과연 어떤 광고일까? 광고상을 많이 받은 광고? 아니면 오길비가 말한 것처럼 물건을 잘 팔리게만 하는 광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어떤 다른 조건이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럼 이제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 두 편을 소개하겠다.
그 첫 번째는 노부부의 일상을 다룬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TV 앞에서 나누는 대화가 주된 내용이다. 늦은 밤 할머니는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의식한 채 숨을 죽이고 TV를 시청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줄여도 TV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는 할아버지의 투정은 계속된다. 참다못한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향해 회심의 한마디를 던지고 이 광고는 끝난다. “보청기 빼고 주무슈~!!”.
매체 노출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어눌함을 이용한 독특한 반전이 지금도 웃음 짓게 하는데, 이 광고에는 ‘과장된 상황 설정으로 제품의 성능을 극대화한 좋은 광고’라는 평이 덧붙여졌다.
그리고 얼마 전 또 하나의 좋은 광고를 발견했다. 신문 지면을 통해 선보인 한 자동차 회사의 프로모션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할부금리 3%를 강조하기 위해 이미 집행했던 신문광고를 새로운 광고의 소재로 다시 사용한 것이다(이런 광고를 ‘재활용 광고’라고 해야 하나?). 이 광고의 메인 컨셉트는 ‘지난달 광고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한 배려’이다. 원본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옛 기억을 되새겼을 터이고, 처음 본 이라면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혀를 내두르며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저마다의 좋은 광고’ 세 가지 모습

우리는 흔히 ‘너 어제 그 선전(대부분의 소비자는 광고를 ‘선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봤니?’, ‘야 그 선전 끝내주더라.’, ‘그 선전에 나온 음악 누구 꺼지?’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광고가 좋은 광고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해 보았다.
먼저 광고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AE에게 좋은 광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

다. 그는 “소비자·광고주·광고회사에 모두 이익이 되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대답하며 새내기로의 순수한 기백을 과시했다. 하지만 모 휴대전화 회사에서 광고 일을 하고 있는 5년차 광고쟁이는 이미 세상을 조금 알아버린 듯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그는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 남아 구매에 연결을 시키는 힘을 지닌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는 생각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얼마 전 있었던 ‘굿모닝시티 사건’을 반대급부의 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좋은 광고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좋은 광고와는 많이 달랐다. 한 외국계 광고회사의 제작국장은 “좋은 광고, 괜찮은 광고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굳이 말하자면 사람의 본능을 건드리는 광고가 좋은 광고가 아닐까?”라는 여운을 남겼다. 또 어느 광고회사의 대표는 “보는 순간 소비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광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저마다의 좋은 광고’를 가지고 있다. ‘좋다’라는 형용사 자체에 20개가 넘는 사전적 의미가 존재하며, 좋은 광고에 대한 기준 또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좋아하는 음식이나 헤어스타일·영화가 서로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좋은 광고에 대해 말할 때, 분명 그 안에 ‘이롭다’, ‘효과가 있다’라는 의미가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각자가 생각하는 광고의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 ‘광고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목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목적에 충실한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모든 사람에게 다르게 적용되겠지만….
얼마 전 할인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나를 보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광고에 대해서는 상당히 객관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광고로 만들어진 이미지보다는 제품의 본질에 근거해 구매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나의 손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종류의 제품군에서 물건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엔 더더욱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왠지 믿음이 가는(아마도 광고를 통해 익숙해졌거나, 근사하고 ‘있어 보이는’ 광고 때문에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제품을 고르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결국 내가 생각하고 있는 좋은 광고와는 다르지만, 광고를 기획한 이들에게는 분명 좋은 광고였을 그 광고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의 구매 패턴이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2002년 국내 총 광고비는 6조 4,7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TV광고비가 2조 4천400억 원, 신문광고비가 2조 2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사이 방송광고 및 신문광고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들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 ‘좋은 광고’와 ‘나쁜 광고’가 무수히 공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좋은 광고를 정의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광고의 기능과 역할이 많이 바뀌어 정확한 규정을 짓기도 힘들다. 또 광고가 꼭 물건을 팔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많다. 관점에 따라 좋은 광고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광고란 광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내가 만들어야 할 목표’이다.
아무튼 이 세상에 ‘좋은 광고’가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