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2 : Case Study - 일등에게 보내는 갈채, Wal-Mart Stores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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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들, 그들의 광고는 몇 위?
 
 
  일등에게 보내는 갈채, Wal-Mart Stores
 
문 기 연 CD | CR1그룹
kymoon@lgad.lg.co.kr
 

‘……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태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이십 등, 삼십 등을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 있고 그는 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위대해 보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라톤이란 매력 없는 우직한 스포츠라고 밖에 생각 안 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것을 좀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것이 조금도 속임수가 용납 안 되는 정직한 운동이기 때문에.’
- 박완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1976년 -

1970년대 중반, 유신정권 아래 ‘반공’만큼이나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옴쭉도 못하게 했던 이데올로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일등 지상주의’였습니다. 기업도 학교도 오로지 ‘일등만이 살길이다’를 부르짖었고, 우리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일등을 제외한 이등, 삼등, 더구나 꼴찌는 누구의 말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홀대받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등은 이등, 삼등이라는 그림자가 있기에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경기에서나 그들이 없으면 우리가 일등에게 보내는 갈채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꿈을 꿉니다. 그 많은 꿈들 중에서 어떤 이는 아마도 ‘성공’이라는 꿈을 꿀 것이고, 또 다른 이는 ‘행복’이라는 꿈을 꾸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이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기업의 첫째 목적은 시장에서의 성공, 즉 최대의 이윤창출일 것입니다. 시장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기업도 제품도, 그리고 브랜드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삶과 죽음도 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러한 것처럼 42.195km의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소비자와의 싸움에서 조금도 속임수가 용납되지 않는 정직한 경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제 소비자와의 경기에서 성공한,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월마트 스토어(Wal-Mart Store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섰는지, 그들의 기업철학은 무엇인지, 최근에 집행되었던 몇 편의 광고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울러 월마트 이전에 1위였지만 지금은 2위로 밀려나 현재 파산보호 신청중에 있는 K마트의 광고도 함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참고로 2003년 기준, 브랜드 가치 1위 브랜드는 미국의 코카콜라이고, 우리나라 브랜드 중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이 25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일등'이 일등으로 생각하는 것은?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 전세계 10개 국 4,000여 개 점포에서 150만여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 매주 1억 3천 800만여 명이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 2002년 총 매출 2,177억 달러(한화 약 318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 하루 매출액은 한화로 약 1조 8천 400억 원이 넘습니다.
- 연간 절도로 손실되는 물품의 가치는 한화로 약 3조 6천억 원 정도입니다.
- 매년 32억 달러 이상, 5만여 개 이상의 각종 지역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2003년 <포춘>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입니다.

어떻습니까?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숫자놀음에 앞서 오늘날 월마트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힘은 창업주인 샘 월튼(Sam Walton)의 ‘전혀 대단하지 않은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월마트에는 ‘세 명의 왕’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고객(customer)·가격(price), 그리고 서비스(service)입니다. 너무나 기본적인, 그러나 아무나 지킬 수 없는 이 세 가지 소중한 가치를 그는 40년 넘게 철저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샘 월튼이 한국의 테니스공 공장을 방문했을 때 그는 그곳의 근로자들이 매일 아침 구호를 외치고 체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국에 돌아가 ‘월마트 치어(Wal-Mart cheer)’를 만들었습니다.
‘Give me a W! Give me an A! Give me a L! Give me a Squiggly! Give me a M! Give me an A! Give me a R! Give me a T! What’s that spell? Wal-Mart! Who’s number one? The Customer! Always!’
우리에겐 쑥스러운 이 구호 제창이 그들에게는 월마트의 철학과 정신을 대변하는 하나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이 구호를 예외없이 그들의 전세계 매장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고객은 왕!’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공장이나 음식점에 누렇게 탈색된 채로 덩그러니 붙어 있던 이 간단하고 평범한 진리가 월마트가 섬기는 첫번째 왕입니다.
두번째로 사수하는 왕은 ‘가격’입니다(‘가격 짱!’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Always Low Prices, Always’, 월마트의 컨셉트이자, 기업 슬로건입니다.
2003년 1월, 브랜드 컨설팅기업 ‘이머전스(Emergence)’의 미국 내 기업 슬로건 조사에 따르면 이 슬로건은 64%로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기록했습니다. 월마트는 이를 ‘Low Price’라는 키워드와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혜택이 서로 임팩트 있게 상승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월마트는 경쟁 상대가 거의 없는 낮은 가격으로 매년 1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소비자들의 돈을 절약시켜주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K마트의 ‘The Stuff of Life’는-새로운 슬로건을 준비하는 과도기적인 슬로건이라는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인지도가 0%였습니다.
연간 광고비 1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22개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앞서의 조사에서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습니다. 기업들의 슬로건 중에서 조사 대상자 10% 이상이 인지하는 경우는 오직 6개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조사 결과는 미국의 기업들과 광고회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기업 슬로건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출한 어마어마한 광고비가 결국 제 노릇을 못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월마트가 세번째로 모시는 왕은 ‘서비스’입니다. 서비스에 관한 세 가지 경영철학은 ‘일몰 법칙(the sundown rule)’,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서비스(exceeding customer expectation)’, 그리고 ‘열 발짝 자세(the ten-foot attitude)’ 등입니다.
‘일몰 법칙’이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해지기 전에 끝내라, 즉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바로바로 제공하라’는 것입니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서비스’란 수년 전에 샘 월튼이 얘기한 ‘적극적인 응대’를 말합니다. 즉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고객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편의를 제공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열 발짝 자세’란 항상 고객의 열 발짝 내에 대기하고 있으면서 고객이 필요로 할 때 곧바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일등'은 광고도 일등일까?


광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절대무공(武功)이 높아질수록 한가지 딜레마에 빠집니다. ‘과연 어떤 광고가 좋은 광고인가?’라는 화두 때문입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물건을 팔아주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생각을 합니다. 10년 정도 지나서는 상까지 받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생각에 열심히 국내외 광고대상에, 카피를 줄여서 출품을 하는 반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15년 정도가 되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몇 날 며칠을 고민에 빠져 봅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려봅니다. ‘정말 좋은 광고는 시장을 움직이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가 아닐까’ 하는 결론 말입니다.
사실 월마트의 최근 광고는 크리에이티브업에 몸담고 있는 저의 관점에서 보면 처음에는 그냥 보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한가지, 수십 년 넘게 지속적으로 써오고 있는 ‘Always Low Prices, Always’라는 슬로건을 빼놓고는 말입니다.
그런데 원고를 준비하면서 그들의 광고를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하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직접적인 크리에이티브이지만, 그들의 광고는 사실적이었고 진실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카메라워크는 없었지만, 그들의 광고는 임팩트가 있었고 적지 않은 힘이 느껴졌습니다.

<광고 1>은 월마트의 음악·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우월성을 강조한 ‘customer’편입니다. 월마트의 동료(associate)-그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종업원(employee)이라고 부르지 않고 ‘동료’라고 부릅니다-와 엔터테인먼트에 다양한 욕구를 가진 미국의 신세대들이 등장합니다. 이 신세대들은 월마트의 실제 고객으로서, 그들의 쇼핑 경험을 담담하게 증언식으로 얘기합니다. 그리고 “Low prices, That’s all about us”라고 마무리 짓습니다.
월마트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두 ‘증거(testimonial)’ 형식의 광고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경쟁사인 K마트의 일관성 없는 광고 형식과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광고 2> ‘toys’편은 크리스마스 선물용 장난감 세일광고입니다. 장난감을 고르는 아이들의 신나는 표정과 흥분된 멘트, 그리고 제품 안내를 해주는 점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두말 할 나위 없이 가격은, ‘Low prices, That’s cool’이라고 하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 쌉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제품을 골라주는 점원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서비스는 이 세상 어떤 가격으로도 살 수 없는 월마트만의 경쟁력으로 소비자의 마음에 각인됩니다.

월마트는 직접적인 상품 광고뿐만 아니라 기업 PR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기업 PR에서 말하는 메시지는 월마트가 계속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인 ‘착한 사마리아인(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이웃을 도와주는 사람의 대명사)의 실천’입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항상 도우며, 환경보호와 지역사회 발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건비가 낮은 노인들을 많이 고용, 실업 노인의 고용 확대와 인건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도 했습니다.
‘일등답지 않은’ 크리에이티브, 그러나……

 

'일등답지 않은' 크리에티브, 그러나......

<광고 3> ‘wonderful people’편은 월마트의 좋은 서비스는 종업원, 즉 ‘동료’들 스스로의 만족감에서 나온다는 기업철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광고는 월마트가 Grand-parent’s day를 맞아 ‘And they’re all because very proud’라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나이 든 동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CM이 시작되면 손자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같이 그네를 타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년의 모습들이 잔잔하게 비춰집니다. 장면이 바뀌면 우리는 그들이 월마트에 근무하는 동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점점 노령화 사회로 가는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월마트의 기업 의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광고 4> ‘mother and daughter’편에서는 월마트에 함께 근무하는 엄마와 딸이 서로 자기 직장을 자랑합니다. 결코 뒤지지 않는 급여, 완벽한 복리후생, 자기계발의 기회 부여까지, 최고의 직장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모녀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I love my job.” 서비스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고 지향해야 하는 종업원의 질(質)을 월마트는 실제 종업원의 목소리를 통해서 소비자와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광고 5>는 프로모션 광고입니다. 롤백(roll-back) 캐릭터가 나와 세계 최대의 디스카운트 스토어답게 낮은 가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롤백 캐릭터가 로빈훗 모습으로 등장해 매장 곳곳의 각 제품마다 붙어있는 가격표를 무찌릅니다. 활을 쏘고, 총 개머리판을 휘둘러서 가격표의 가격을 더 낮은 가격으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투석기로 날아가서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을 신나게 하기도 합니다. 월마트 매장에는 가격인하 특별 상품마다 이 롤백 캐릭터가 붙어 있어 쇼핑을 훨씬 기쁘게 해줍니다. 디스카운트에 특별 할인까지! 이런 저가정책에도 불구하고 다른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린다면 아마도 그는 지구인이 아니거나 명품족일 것이 분명합니다.

 


<광고 6>, <광고 7>은 월마트의 전화선불카드 광고입니다. 활동적인 아빠와 엄마를 등장시켜 “Life gets busy, so we made wireless easy(인생은 바쁩니다. 우리가 무선통신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 등장하는 모델들 역시 실제 월마트의 고객입니다.

<광고 8>, <광고 9>는 다른 형식의 똑같은 상품 광고입니다. 남자는 수영장에서, 여자는 미장원에서 편안한 자세로 통화를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이 내미는 계약서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말합니다. “Get everything without signing anything(사인하지 말고 모든 것을 가지세요).”

앞서 언급했던 TV-CM과 마찬가지로 지면광고 또한 특별한 광고 컨셉트나 표현전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트워크나 헤드라인이 특별하지도, 새롭지도 않습니다. 세계 일등 기업의 크리에이티브치고는 사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오히려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메시지도 굉장히 직접적이고 평범합니다. 하지만 월마트의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그들은 광고주만 만족하는 광고, 광고를 위한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를 일등으로 채워주기 위한 광고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애유 없는 이등은 없다.


10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K마트의 파산보호 신청! 자산 규모가 170억 달러에 달하는 K마트가 끝내 무너질 경우 미국의 소매유통업체로는 사상 최대의 파산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고 합니다.
K마트를 파산으로 몰아넣은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불안한 금융시장 여건도 한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판매전략 부재와 투자 실패,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대부분의 체인점을 땅값이 싸고 교통이 편리한 교외에 배치해 고정 비용과 물품 수송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특히 저가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저비용 박리다매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반면 K마트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여 점포 부지 구입대금이 엄청난 데다 심해지는 교통체증으로 물품을 제때에 수송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도심 지역에 살던 주요 고객인 백인 중산층이 80년대 이후 점차 교외로 빠져나갔는데도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입니다.

<광고 10>은 올 초에 집행된 K마트의 정리세일 광고입니다. 기업 경영의 어려움으로 지금 이 순간도 많은 매장을 폐쇄하고 있는 그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조악한 자막 처리, 들쭉날쭉한 세일 메시지 등, 마치 동네 구멍가게의 마지막 점포 정리를 보는 듯합니다. 카피를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긴 하지만. “Get more gifts. Spread more cheer(더 많은 선물을 받으세요. 그리고 더 많은 성원을 보내주세요).”

<광고 11>은 ‘마샤 스튜어트(Martha Stewart)’편입니다. 수건·베갯잇·침대시트와 커버·식탁보 등 섬유로 만들어진 생활용품의 유명 브랜드인 마샤 스튜어트를 유명인사가 나와서 소개합니다. “Choose your favorite colors from my favorite colors.”
“깨끗한 아침을 여는 상쾌한 제품을 K마트에서 만나세요!” 운운하는 이 광고는 파산 직전에 있는 기업의 상품 광고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습니다. K마트와 마샤 스튜어트는 재미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 이 두 기업은 기업 부실과 스캔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이 함께 광고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광고 12>는 ‘christmas sale’편입니다. 쇼핑을 하고 나온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많은 선물들을 버리듯이, ‘gift donation’이라고 쓰여 있는 상자 안에 툭툭 집어넣습니다. 연말 할인세일 광고로서, 쇼핑한 물건들을 기꺼이 자선 상자에 기부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할인가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슬로건은 ‘The Stuff of Life’. 의역하면 ‘내 인생의 필수품을 쇼핑하는 곳’, 혹은 ‘내 인생을 채워주는 쇼핑센터’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슬로건은 소비자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했고, 현재 메아리 없는 패자의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광고 13>은 작년 9·11 테러 직후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었던 추모광고입니다. “We’ll never forget.”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세계무역센터빌딩이 허드슨강에 애처롭게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K마트의 이 애절한 노고를 훗날 소비자들은 결코 잊지 않을 수 있을지….


<광고 14>, <광고 15>는 K마트의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와 디즈니(Disney) 입점 광고입니다.
“It’s not hard to tell who their favorite teachers are(아이들은 누가 가장 좋은 선생님인 줄을 압니다)”, What all the little mermaids will be wearing this season(올 여름 인어공주들이 입을 옷).”
두 광고 모두 작년 여름 <피플>지에 집행된 광고입니다. 엄마의 감성을 자극하는 헤드라인과 절제된 카피, 일관성 있는 레이아웃 등 어느 모로 보나 월마트의 복잡한 지면광고보다 나아 보입니다.
그런데도 K마트는 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까요?

 
 


<광고 16>, <광고 17>는 K마트의 또 다른 디즈니 아동복 입점 광고입니다.
“Kids grow. Clothes don’t(아이들은 자라지만, 옷은 그렇지 않습니다.), They call it a living room. But it’s more like a theme park(어른들은 거실이라 부르지만 아이들에게는 테마파크 이상입니다).” 이는 아마도 ‘아이들과 함께 커나가는 디즈니 아동복을 입히세요. 그리고 디즈니를 입으면 아이들에게는 거실도 놀이동산이 됩니다’라는 뜻이겠지요.

여기 소개되지 않은 다른 광고들에서도 그렇지만, K마트와 월마트의 광고들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월마트의 광고는 소비자에게 말을 겁니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내면을 강요하지 않고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모두 다 ‘Always Low Prices, Always’라는 절대 불변의 기업철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K마트의 광고에는 각각의 상품만 있고 K마트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즉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광고로 그치고 마는 것입니다.
 



'강한 일등'을 넘어 '좋은 일등'으로


지금 월마트는 ‘강한 기업’의 이미지를 뛰어 넘어 ‘좋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대표하는 여타의 기업들을 제치고, 이제는 단순한 기업으로서가 아닌 ‘미국 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월마트의 목표는 세계 최대의 기업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일등의 여유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닭과 달걀 논쟁을 떠나서 이제 더 이상 시장 점유율 싸움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분야에서 최대로 몸집을 불리기보다 최고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왔기 때문입니다.

한 경제연구소의 최근 발표에서는 한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은 전체 4,200개 중 76개에 불과하며, 이는 중국·대만·홍콩보다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D램·TFT-LCD·CDMA 단말기·셋톱박스·초고속 인터넷·여자 골프·폴리에스테르 섬유·냉연강판·인삼 등이 우리의 1위 품목인데, 그 중에서도 폴리에스테르 섬유·냉연강판·인삼 등은 다른 나라에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운명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일등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경영자와 참모들은 일등이 되기 위한 수많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합니다. 그러나 월마트의 경우에서도 보았듯이 일등의 철학은 너무 단순하고 기본에 충실합니다. 그 출발점은 ‘사람’, 바로 ‘소비자’입니다. 소비자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욕망, 그들의 마음, 그들의 생각을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상품과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경기에서 정직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광고 12>는 ‘christmas sale’편입니다. 쇼핑을 하고 나온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많은 선물들을 버리듯이, ‘gift donation’이라고 쓰여 있는 상자 안에 툭툭 집어넣습니다. 연말 할인세일 광고로서, 쇼핑한 물건들을 기꺼이 자선 상자에 기부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할인가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슬로건은 ‘The Stuff of Life’. 의역하면 ‘내 인생의 필수품을 쇼핑하는 곳’, 혹은 ‘내 인생을 채워주는 쇼핑센터’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슬로건은 소비자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했고, 현재 메아리 없는 패자의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광고 13>은 작년 9·11 테러 직후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었던 추모광고입니다. “We’ll never forget.”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세계무역센터빌딩이 허드슨강에 애처롭게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K마트의 이 애절한 노고를 훗날 소비자들은 결코 잊지 않을 수 있을지….

진정한 일등들이 펼치는 경기는 마라톤과도 같습니다. 그들의 경기는 마라톤처럼 일관성 있고 우직합니다. 단거리 육상경기처럼 가끔 약물을 복용하거나 쇼트트랙 경기처럼 남의 발에 딴죽을 거는 일도 없습니다. 남의 말에 흔들림이 없이 오직 소비자와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표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웁니다. 그것이 경기가 끝난 후, 그 당당한 일등들을 위해 ‘일등에게 보내는 갈채’를 다시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태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는 모두에게 갈채를 받을 만했다. 조금의 속임수도 없이 차지한 정직한 일등이기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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