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9-10 : promotion sketch - 미디어_시티 서울 2000 - 아트와 엔터테인먼트로 서울을 redesign!
2010. 8. 3.행사 고지용 포스터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서울 거리에 수없이 걸려 있는 배너에서, 또는 지하철 전동차 광고에서, 아니면 간혹 보이는 신문 광고에서 서울 시민들은 생소한 단어와 마주친다.
‘미디어 시티?’ 도대체 무슨 뜻인가. ‘미디어 시티’란 새천년 서울시의 비전이다.
얼마 전 서울시는 월드컵이 열리는 상암경기장 주변, 지금은 쓰레기 매립장인 난지도 일대 200만평을 재개발해 첨단 정보산업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사업안을 발표했다. 소위 ‘DMC(Digital Media City)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오는 2010년까지 서울을 세계 디지털 미디어사업을 선도할 첨단 정보도시로 키우겠다는 핵심사업인 것이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미디어_시티 서울’은 이러한 중장기적인 비전을 뒷받침하고 고도의 지식기반 문화사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 회사가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이라는 국제적인 예술행사의 광고, 홍보, 이벤트를 총괄 대행하면서 추진했던 업무를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개막식 - VIP들의 사이버 커팅장면
미디어와 예술의 절묘한 만남
‘미디어’란 비디오,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등 의사소통의 통로 역할을 하는 모든 매체를 뜻한다. 올해 9월 2일부터 10월 말까지 열리는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은 정보통신의 산물인 미디어에 새로운 영상예술을 접목시킨 국제 미디어 예술행사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미디어와 예술을 결합시킨 대표적인 경우이며, 이러한 미디어 아트는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하나의 커다란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올 첫 행사의 주제는 ‘도시 : 0과 1사이’이다. 모든 정보를 0과 1로 처리하는 디지털 비트의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넷시티(net city)’로 새롭게 태어날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대주제 하에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의 다양한 행사들이 경희궁 일대의 시립박물관, 시립미술관, 600년기념관과 서울 시내 13개 지하철역 및 45개 전광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행사 고지용 거리배너
또한 일반 시민이 미디어를 일상생활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들을 전시장이 아닌 지하철역,전광판 등 공공시설에도 설치하였다. 답답하고 무미건조하기만 했던 지하철 역을 색깔있는 예술작품이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서브웨이 프로젝트’와, 흉물스럽기까지 했던 도시의 전광판을 영상예술의 도구로 변모시킨 ‘시티 비전’은 이번 행사를 단순히 소수 미술 애호가들만의 문화적 사치가 아닌 진정한 시민 축제로 만들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개막식 행사 전경
이 멋진 행사는 당연하게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꽃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3월20일. ‘미디어 시티’의 대행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다. 프리젠테이션 참여 결정도 갑작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월드컵 추첨식, ASEM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대한 경쟁 프리젠테이션이 몰려 있어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심사위원들은 우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개막식-고건 시장 인사말
백남준씨의 작품 'market'
행사 고지용 리플릿 및 잡지. 신문광고
또한 회사 내부적으로는 기존 프로모션 업무영역 외에 매체광고,홍보업무까지 아우르는 A.E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 따른 노하우 미숙도 솔직히 있었음을 밝힌다.
한편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부여받은 업무의 영역은 <표 1>과 같다.
개막 축하행사
'시티 비전'이미지
완벽한 진행을 위한 치밀한 마스터 플랜
계약과 함께 먼저 착수한 일은 광고, 홍보 전반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행사에 대한 환경 및 타깃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하여 단계적인 홍보 전략을 수립하였다. 우리는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이 서울시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대표적 문화행사로 세계정상급 작가의 작품들이 시민의 일상을 찾아가는 참여형 행사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꼭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막식 '미디어 세상으로의 초대'
행사 공식 리플릿
셋째, 행사 기간중 잠재 관람층의 유도를 방해할 다른 빅 이벤트들이 동시에 열린다는 점이다. ‘백남준의 세계’전(로댕갤러리)은 그 성격 및 내용이 유사해서 ‘미디어_시티’의 관객 유치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9월 15일부터 약 보름 동안 열리는 시드니올림픽은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밖에도 경주문화엑스포 등 지자체의 이벤트들도 다소간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미디어 엔터테인 먼트' 리플릿
'서브웨이 프로젝트' 리플릿
'시티 비전' 리플릿
또한 시기별,단계별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홍보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많지 않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표 3>은 단계별 홍보전략의 개요이다.
아트냐, 엔터테인먼트냐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행사의 성격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하여 사업 초기에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초기 제작물에서는 아트를 중시하는 의견이 잔뜩 배어 있고, 시간이 갈수록 ‘축제’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하나로 포스터의 예를 들어보자. 일을 맡고 처음 착수한 일은 홍보인쇄물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전에도 일부 인쇄된 것이 있었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일회용이었을 뿐, 안상수 교수가 디자인 한 로고마크 외엔 모든 홍보물에 아이덴티티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미지의 통일 작업도 필요하고, 당장 포스터와 리플렛 등이 필요한 데도 우리가 준비한 시안들이 번번이 ‘아트’를 강조하는 까다로운 총감독님의 입맛에 걸려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결국은 이 행사의 자문위원으로 초기부터 관여해 오던 안상수 교수에게 의뢰하여 첫 작품을 뽑아 내었다.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의 공식 포스터 1호로 기록된 이 작품은 역시 관점에 따라 조직위 및 서울시 내부적으로 ‘미디어 아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이 있었던 반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너무 모호하다”는 둥의 ‘정보제공’이라는 포스터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성 측면을 들어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공은 다시 우리에게로 넘어 왔고, 그 사이 전체적인 감을 익힌 CR팀은 양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식 포스터 2호를 내놓았다. 모노톤의 서울 전경을 배경으로 이번 행사의 주제인 ‘도시:0과 1사이’를 강하게 시각화한 작품으로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이미지가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후 이 디자인을 아이덴티티로 하는 신문광고,지하철 광고 등이 차례로 개발되어 이번 행사의 대표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TV-CF 역시 우여곡절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디어 아트’에 대한 우리 연출팀의 피상적인 이해 수준과 총감독의 이해 수준과의 어쩔 수 없는 괴리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초기에 거론되던 안(案) 중에는 디지털 이미지가 중심이 되거나 TV모니터를 미디어 아트의 주요 모티브로 이용하는 안이 대부분이었으나, 총감독은 TV모니터가 ‘미디어 아트’를 대표할 수 없다는 점과 디지털 뿐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것까지도 ‘미디어 아트’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우리가 잡았던 아이디어의 방향에 강하게 반대하였다.
결국 다시 시작해야 했고, 우리는 ‘미디어’가 커뮤니케이션의 창구라는 단순한 명제에서 다시 출발해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되는 장소인 ‘시장’을 CF의 소재로 삼기로 하였다.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배경에서 ‘미디어’의 의미를 찾는다는, 지극히 역설적인 발상이었다. 이번 행사에 출품되는 작품 중 대표작품이라 할 수 있는 백남준 선생의 신작도 남대문시장을 소재로한 ‘market(시장)’이란 점도 고려되었다.
남대문시장과 성남의 모란시장에서 3일간의 현장 촬영을 거쳐 완성된 CF는 마치 한편의 비디오 아트를 보는 것처럼 ‘느낌’이 있었다. 모노톤의 거친 화면에 흔들리는 카메라, 한국적인 음악에 짙게 배어 있는 현장의 소리, 마지막의 행사타이틀 외엔 아무런 카피도 없는 이 작품은, ‘모 아니면 도’라는 우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사회장에서 많은 호평 속에 무사히 통과되었다.
마지막 고비 - 태풍 ‘프라피룬’
초반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후의 작업들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광고주는 우리를 신뢰하였고, 당초의 마스터플랜대로 제작은 진행되었다. 기자회견은 깔끔하게 치러지고 신문광고와 TV스파트를 통해 ‘미디어_시티’에 대한 시민의 인지도도 높아갔다. 당초 의도대로 전체 행사에 대한 홍보물 외에 개개의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리플렛과 포스터도 별도로 제작되었다.
특히 어린이와 중고등 학생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 앨리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리플렛과 관람수기 공모 포스터가 제작 배포되어 교육적인 행사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였다. 또한 8월 20일경부터 시내 곳곳에 집중적으로 부착된 가로배너, 선전탑, 육교현판, 와이드컬러 광고물 등의 옥외광고물들이 행사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제 개막식만 잘 치른다면 한시름 돌릴 수 있겠거니 생각한 순간, 난데없이 태풍이 시샘을 했다.
그 엄청났다던 50년대의 ‘사라’보다 더 강력했다는 태풍 ‘프라피룬’은 개막을 불과 2-3일 앞둔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공항 근처의 선전탑이 넘어졌다는 급보가 날아왔다. 시내 곳곳의 가로 배너는 30% 이상 찢겨 나갔다. 개막식 무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개막식 전날 오전까지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휴대폰 벨소리는 쉴새 없이 울려대고, 우리 행사 스탭은 초조함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울 수 밖에 없었다.
우리보다 하루 먼저 개막한다던 경주문화엑스포 전야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태풍은 개막 하루 전인 9월 1일 오전부터 기세를 수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는 개막식 무대 설치부터 서울 시내 전역에서 터져난 사고들을 하루 밤만에 처리해 내야 했다.
마침내 개막
9월 2일 토요일.
이 날은 우리의 지난 5개월간의 노력을 본격적으로 공개하는 날이었다.
개막 당일 준비한 이벤트는 오전의 공식 개막식과 오후의 개막 축하행사였다. 개막식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형식은 테이프 커팅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첨단성,그리고 국제행사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개막식을 추진키로 하고 연구에 들어 갔다.
스태프회의 과정에서 여러 신선한 아이디어가 속출했지만 제약 또한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은 영상이나 특수 효과, 조명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관람객들의 반응을 기대 할 수 있는데, 훤한 대낮에 그것도 야외에서 행사가 이루어지므로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검토 과정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산고 끝에 나온 아이디어는 바로 사이버커팅.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관의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강창익 선생의 아이디어로 참석자들이 실제 가위로 테이프를 커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에 뜬 사이버 상의 가위를 클릭하여 테이프를 커팅하는 것이었다. 이는 미디어 세상을 연다는 이번 행사의 취지와 잘 부합되는 아이디어여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우리는 개막식의 행사 컨셉트를 ‘미디어 세상으로의 초대’로 설정하였다. 개회사 등 공식행사 후에 참석한 VIP들은 마우스 커팅을 하고 뒤이어 무대를 장식하고 있던 월이 둘로 갈라지면서 서울이 ‘미디어_시티’로 다시 태어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후 전시관람으로 이어지고 관람의 첫 작품인 백남준의 ‘market(시장)’에서 미리 녹화한 백남준의 메시지가 영상으로 방영되었다. 관계자의 실수로 영상이 고르지 않아 대가의 명성에 잠시 실례도 있었지만 흘러가는 관중 속에 묻힐 수 있었다.
오전의 개막식이 공식적이고 참석자 면면들이 하나같이 진지함 그 자체였다면, 오후의 개막 축하행사는 참여자는 물론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정반대였다. 앞서 이번 행사의 성격과 타깃이 매우 복합적이고 다층적임을 지적했듯이 개막 행사 역시 다른 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었다. 장소도 ‘미디어 아트’가 전시되는 박물관 앞이 아니라(오전의 개막식이 열린 장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가 열리는 전시장 앞 잔디밭이었다.
우리는 청소년층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 MBC-TV의 ‘음악캠프’를 유치하여 이원(二元)생방송으로 축하행사를 진행하였다. 단순히 기존 프로그램에 인서트로 삽입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미디어_시티 서울 2000’ 특집으로 꾸며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행사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있도록 기획하였다. 기대했던대로 어디서 듣고 그렇게들 몰려왔는지 잔디광장은 청소년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조선, 인터넷 방송 ‘두밥’,검색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과 연계하여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청소년층의 관람을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행사 기간중에 개최되는 이벤트의 개요는 <표 4>와 같다.
성공을 기대하며
사실 개막과 함께 우리의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관객 유입 정도에 따라 추가되는 제작물이나 연계 이벤트를 관리하는 일 정도인데, 이제는 차분하게 어떻게 하면 관람객을 더 유치할 수 있을까를 조직위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의 말대로 이번 행사의 성공은 두 가지로 가늠될 것이다.
첫째가 유료 관객수이고, 둘째가 언론의 평가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광고를 잘 한다고 또는 이벤트를 벌인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리라. 전시 내용이 얼마나 수준이 있으며 또한 많은 볼거리가 있느냐하는 근본적인 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결국 관객의 몫이다.
지난 3월부터 6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미디어_시티 서울 2000’ 프로젝트. 여느 프로젝트처럼 어려운 일도 많았고 보람있는 일도 많았다. 이제는 두 달 뒤, 웃으면서 그 성과를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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