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4 : Global Report - 미국 / 수퍼볼과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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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들썩, 마케팅이 법석!
 
 
 미국 - 수퍼볼과 광고
 
박 주 원 | University of Florida 박사과정
juwonp89@hotmail.com
 
“월요일은 좀 늦을 것 같습니다. 일요일날 수퍼볼 경기가 있잖아요.”
“괜찮아. 나도 어쩌면 늦을지도 몰라.”
“템퍼베이가 이겨야 할 텐데….”
“그러게. 이번이 처음이잖아, 수퍼볼 경기에 나가는 게.”
 
필자가 일을 하고 있는 곳에서 금요일 오후에 직원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그런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미식축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진 지 꽤 오래되었다. 한국만 해도 미식축구를 위한 동호회가 여럿 있다. 이곳에서 알게 된 한 사람도 한국에 있을 때부터 동호회 모임을 이끌어 오고 있다고 했는데, 그의 미식축구에 대한 지식은 웬만한 미국인보다 낫다 싶을 정도이다. 물론 별 관심 없이 넘어가는 미국인들도 많지만, 수천만 명의 시청자 수가 집계되는 것을 보면 미식축구가 야구(MLB)·농구(NBA)·하키(NHL) 등과 함께 4대 인기 종목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수퍼볼에 관련된 언론들의 반응, 필자가 직접 시청한 경기 관련 상황과 그의 얽힌 광고에 관한 이야기,1) 그리고 이론적 접근을 통해 광고원리의 한 부분을 살펴보기로 한다.
 
30초 광고비가 24억 원

올해의 수퍼볼 경기는 약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퀄컴 경기장(Qualcomm Stadium)에서 지난 1월 26일(일요일)에 개최되었다.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연고를 둔 오클랜드 레이더스(Oakland’s Raiders)와 플로리다주 템퍼에 연고를 둔 템퍼베이 버커니어즈(Tampa Bay’s Buccaneers)가 이날 승부를 가렸는데, 버커니어즈가 우승을 했다.
그런데 지난 1984년도에 제18회 수퍼볼을 차지한 레이더스와, 올해 1월19일 필라델피아의 팀을 27대 10으로 이기고 올라온 버커니어즈와의 이 날 경기는 스포츠계와 매스 미디어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특히 버커니어즈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갖는 수퍼볼이기에 팀 관련자들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수퍼볼 경기의 예상 시청자 수는 무려 9,000만 명.2) 참고로 제니스 미디어(Zenith Media)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경기 때에는 18세 이상, 49세 이하의 남성 시청자 수가 4,2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는데, 이는 전체 시청자 수의 40%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한다.
미 공영 라디오 방송(NPR)은 경기 전날 방송에서 멕시코 등 남미 여러 나라의 시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수퍼볼에 대한 관심을 보도했으며, 케이블 방송 및 인터넷에서는 수퍼볼의 역사 및 관련 자료를 이용해 보다 심층적인 마케팅 전략을 폈쳤고, 프리게임쇼(pre-game show), 하프타임쇼(half-time show), 포스트게임쇼(post-game show)에 나올 가수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캐나다 출신의 여가수 셀린 디온(Celin Dion)이 짧은 공연을 가졌고, 3인조 여성그룹인 딕시 칙스(Dixie Chicks)는 미국 국가를 불렀다. 또한 경기 내내 본 조비(Bon Jovi)의 과거 히트곡들과 신곡 <Everyday>를 반복적으로 방송함으로써 관중들과 시청자들의 의식을 자극했다.
보도에 따르면 암거래상의 활동도 만만치 않았는데, 수 년간 실제 경기는 한번도 관전하지 않았으면서 암표만을 거래해온 샌디에이고 출신의 한 남자가 장당 150만 원으로 흥정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물론 사복경찰들의 활동으로 몇 명의 암거래상을 연행하기도 했지만, 표를 사려는 많은 사람들과 요리조리 사복경찰들의 검색을 피하는 거래상들로 인해 작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돈이 오고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샌디에이고 근처의 한 마케팅 회사에서는 선착순으로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는 사람들에게 수퍼볼 우승팀의 티셔츠를 기념으로 준다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또한 골프스타 타이거 우즈(Tiger Woods) 등 스포츠계와 연예계 유명 인사들의 모습도 간간이 비쳤다.
 
수퍼볼 경기일은 특히 광고계에 있어서 지대한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는 때이기도 하다. 9,000만 명이라는 잠정적 시청자 수로 인해 광고비용이 천문학적 숫자에 이르렀는데, 30초 광고의 광고비용이 약 24억 원에 달했다. 미국의 미식축구협회와 ABC 방송국 간의 협의 하에 책정된 이 비용은 전년도에 비해 10% 정도 상승한 셈이다. 그런데 이렇듯 높은 광고비용 책정으로 인해 기존의 몇몇 수퍼볼 경기 관련 광고주들은 광고 집행을 포기했는데, 오히려 라스베이거스 관광협회의 광고 청약은 미식축구협회로부터 거부되는 일도 벌어졌다.3)
이와 관련, MSNBC 인터넷 방송에서는 경기 전날 자신들의 사이트에 미식축구와 광고비용에 얽힌 내력을 간단히 소개했는데,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967년- 30초 광고에 약 42,000달러, 입장권 1매당 6 달러 혹은 12달러, NBC와CBS의 공동 방송
*1971년- 30초 광고에 약 72,000달러, 시청자 수는 약 5,900만 명(NBC방송)
*1986년- 30초 광고에 약 50만 달러, 시청자 수는 1억 2,700만 명(48.3% 시청률, NBC 방송), 입장권 1매당 75달러
*1996년- 30초 광고에 약 100만 달러, 시청자 수는 1억 3,800만 명(46.0% 시청률, NBC 방송). 약 7만 6,000명 직접 관전
*2001년- 30초 광고에 230만 달러, CBS 방송
 
이러한 통계에서 보듯이 해를 거듭할수록 미식축구와 방송, 그리고 광고 간에는 더욱 밀접한 비즈니스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한편 올해에도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수 천만 명이 시청하는 수퍼볼 경기를 통해 새로운 영화에 대한 홍보를 게을리 하지 않는 기민함을 보였다. 예를 들면 워너 브러더스사의 <터미네이터 3(T3: The Rise of the Machines)>, <매트릭스 2·3(The Matrix Reloaded, The Matrix Revolutions )>, 터치스톤사의 <리쿠르트(The Recruit)>, 20세기 폭스사의 <데어데블(Daredevil)>, 소니사(콜럼비아)의 <찰리의 천사들(Charlie’s Angels)>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영화사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수퍼볼 경기에 광고를 내는 이유 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독립기념일 효과(independence day effect)’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그 배경이 되는 일화가 있다. 지난 1996년의 일이다. 당시 20세기 폭스사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광고가 수퍼볼 경기 때에 집중적으로 집행됐는데, 외계인이 백악관을 폭파시키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수퍼볼 경기를 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광고 카피를 활용, 팬들의 흥분도를 백악관 폭파로 연계시키면서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그 결과, 수퍼볼 경기 때의 이 광고는 그 해의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는 데 중요한 몫을 차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화사들의 광고가 수퍼볼 경기 때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2002년도에 선보였던
<민간인 학살(Collateral Damage)>과 <하트의 전쟁(Hart’s War)>은 흥행에 실패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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