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2 : Special Edition - '이성소비' vs. '감성소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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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트렌드 3題 3 - ‘이성소비’ vs. ‘감성소비’
 
 
쓸 때는 쓴다 vs. 불필요한 지출에는 자린고비이다
 
송 희 성 부장 | 마케팅1팀
hssong@lgad.lg.co.kr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존재이다. 과학자·수학자와 같은 사람들은 ‘이성’이 발달한 반면, 예술가와 같이 ‘감성’이 발달한 사람들도 있다. 나아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이 이성과 감성이 동시에 발달한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이성과 감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 공학연구소의 로저 스페리(Roger W. Sperry) 박사가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뇌분리론’을 발견함으로써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이 발견으로 그는 1981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좌뇌는 언어적, 계열적, 시간적, 논리적, 분석적, 이성적으로서 ‘디지털적’이며, 우뇌는 비언어적, 시/공간적, 동시적, 형태적, 종합적, 직관적으로서 ‘아날로그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성적인 사람은 좌뇌가 발달한 사람으로, 감성적인 사람은 우뇌가 발달한 사람으로 이야기한다<그림 1>.
그러나 원래 출생시의 좌뇌와 우뇌는 서로 같은 내부 조직과 구조·기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후 점차 성장함에 따라 대뇌의 기능 분화가 촉진돼 한 쪽 뇌의 능력이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성 또는 감성의 발달’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며, 이러한 개인의 경험을 자극하는 것은 주변 환경, 특히 사회 환경이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의 관심사인 ‘소비’ 또한 이러한 인간의 뇌의 작용에 의한 결과이므로 개인 경험에 의한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주도적인 소비 행동에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성소비’에서 ‘감성소비’로

그렇다면 소비에서 ‘이성소비’와 ‘감성소비’는 무엇을 뜻할까?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 계획적, 이성적인 경제인(homo-economics)’을 가정한다. 이성적인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이 계획적이며, 여러 상품들을 비교해 보고 가장 가치 있는 상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치’라는 것은 단지 상품의 물적 사용가치로서, 상품의 기능성의 정도(품질)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풍요의 시대인 요즘에는 완벽한 이성적 소비를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어쩌면 그러한 소비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오늘날 대부분의 제품이 성숙기에 도달해 있으며, 상표간의 품질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감성적인 소비자는 ‘충동적, 비계획적’인 구매를 하게 되고, 상표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물적 사용가치가 아니라 디자인·컬러 등과 같은 감각적 가치를 중시하며, 나아가서는 상품이 창출하는 상징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표 1>.
오늘날을 ‘감성소비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마케팅 활동들은 소비자의 감성에 부합하고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감성소비는 21세기 소비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소비의 미래>를 쓴 다비트 보스하르트(David Bosshart)가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갈파했듯, 이제 현대인의 정체성은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즉 무슨 옷을 구입하고 어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가에 따라서 존재의 특유한 방식이 확립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감성소비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들어서인 듯하다. 90년대 들어 우리나라도 후기산업사회에 진입하게 되었고, 경제의 풍요와 함께 전반적인 사회문화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고, 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소비자 욕구가 고도화되었다. 물질적 욕구는 대부분 충족된 상태에서 상위의 ‘정신적 욕구’에 대한 갈망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성장시대에 외쳤던 ‘근검-절약’의 가치관이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와서는 ‘소비-존재(자기계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절약이 미덕이 아닌 시대이며, 소비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그림 2>, <표 2>.
나아가 ‘경제적 풍요’라는 토양과 ‘영상문화’라는 영양분을 흡수한 ‘신세대’의 등장은 감성소비의 시대에 더욱 뜨거운 불을 지폈으며, 이후 X세대·오렌지족·미시족·Y세대·명품족 등과 같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신인류’가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의 진화: ‘합리적 감성소비’의 시대로
 
앞서 ‘소비는 사회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이에 감성소비는 경제적 풍요에 의한 소비의 여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80년대가 욕망의 차별화·다양화에 의한 감성소비가 극에 이르렀던 시대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거품경제가 가라앉고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욕망 감성시대’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분수에 맞게 소비하는 ‘품격시대’로 변화했다고 일컬어진다. 우리나라 또한 97년에 IMF체제를 겪으면서 무분별한 욕망 소비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즉 감성적 소비라는 트렌드는 흔들리지 않으나, 구매 행동의 근저에는 이성적인 사고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흔히 ‘소비의 양면성’ 또는 ‘퓨전 소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학생들 사이에 명품 열풍이 거세지만, 그들이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 잡지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명품을 구입한 동기’를 물었을 때 66.4%가 ‘디자인과 품질이 좋아서’라고 응답하였다. 단순한 과시욕이 아니라 ‘5배의 가격을 주더라도 명품 하나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표 3>.
이와 관련, LG경제 연구원의 김상일 연구원은 ‘신세대 소비자, 모순의 소비 코드를 읽어라(LG주간경제, 2003.7)’에서 신세대의 양면적인 소비행동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첫째, ‘최고의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1원도 비싸게 살 수는 없다.’
최고의 제품에는 나 스스로 만족하고, 남들이 봤을 때 기죽지 않음으로써 자아 존중감을 높여준다. 난 소중하니까 명품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된다. 하지만 무조건 비싸게는 살 수 없다. 중고 명품 시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여러 군데 온라인 명품 숍을 돌아다니며 가격도 비교해 보고, 백화점 쿠폰도 찾아서 준비해 둔다.
둘째, ‘최신 기능을 쫓는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감성이다.’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은 현재 기능 중심의 시장이 되고 있다. 카메라폰이니 뮤직폰이니 하며 최신 기능을 갖춘 휴대폰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신세대들은 이러한 최신 기능에 매혹되지만, 최종적인 구매 동인은 ‘기능적 요인’보다는 ‘감성적 요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뉴욕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번트 슈미트(Bernd H. Schmitt) 교수가 ‘소비자들은 이성으로 상품을 비교·분석한 후 감성과 체험으로 상품을 선택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셋째, ‘쓸 때는 쓴다. 하지만 불필요한 지출에는 자린고비이다.’
최근 신세대 커플 가운데에는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지출을 서슴지 않는 반면 불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린고비를 능가하는 절약 정신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500만 원이 넘는 PDP TV는 꼭 장만하지만, 소형가전은 직접 구입하지 않고 친지나 가족 등의 선물로 대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적 감성소비’의 또 하나의 경향으로 최근 중가 제품을 주로 구입하던 중산층 소비자들이 고품질을 찾아, 또는 감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저렴한 ‘신명품 브랜드(new luxury brand)’를 소비하는 ‘트레이딩 업(trading up)’현상을 들 수 있다(‘대중적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라; 박정현, LG주간경제, 2003.10’).
이러한 신명품 브랜드는 과거에 소수의 부유층만 구입할 수 있었던 ‘전통적 명품(old luxury brand)’과는 달리 중산층 소비자도 구입이 가능한, 비교적 저렴한 새로운 고급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산층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소비의 고급화로 이어져 스타벅스(STARBUCKS) 커피를 마신다든가 폴로(Polo)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이제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감성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중산층 소비자의 감성소비 욕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 신명품 브랜드의 특성은 다음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대량소비사회에서의 현실을 반영한 광고는 매스미디어의 통속적인 주제, 사랑과 성(性)을 통하여 욕망에 가득 찬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도구화된 성과 상업화된 성을 표현하여 에로티시즘의 의미를 환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광고가 에로티시즘과 관련이 있는 것은 대량 소비사회를 위한 상업적 전달 메시지로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성(性)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이러한 에로티시즘 이외에도 온갖 감각의 다양한 쾌락을 즐기기 위한 ‘유원지’와 다름없다. 우리의 소비자들은 청각·시각·미각·촉각·후각 등의 우리 몸이 지닌 오감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몸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쾌락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하는 소비자들의 이런 욕망과 접선해야 광고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몸이 원하는 것은 노골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솔직하다.
에덴동산의 하와[이브]를 유혹했던 뱀처럼 달콤하고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욕망을 부도덕하다고 정죄(定罪)하기보다는, 우리의 광고는 그 도덕적인 한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수준까지 그 수위를 조절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광고 1~3>. 어차피 인간은 ‘몸뚱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 이상 언제까지나 고상할 수만은 없는가 보다. 그리고 광고는 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영원토록 함께 해야 하는가 보다.
 
첫째, ‘자기 존중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코치(Coach) 가방은 구찌(GUCCI)보다 저렴하지만, 자신의 감각(성)을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둘째, ‘동류집단에 속한다는 심리적인 동질감’을 준다. 전통적인 명품이 차별적이고 과시적인 욕구를 강조하는 반면 신명품 브랜드는 집단 내 소속감과 자신에 대한 가치를 확인하고자 소비된다.
셋째, ‘탐구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신명품 브랜드는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원하고,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성소비는 21세기 소비의 핵심 트렌드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합리적 감성소비’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즉 이제는 무조건적인 감성에 대해 호소하는 시대가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욕망에 가득 찬 바보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합리적인 동기를 이야기하는 ‘스마트 소비자’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