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2 : Special Edition - 주5일 근무시대의 '노는문화' vs '자기계발 문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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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트렌드 3題 2 - 주5일 근무 시대의 ‘노는 문화’ vs. ‘자기계발 문화’
 
 
즐거움의 노골적 추구, 소비 긍정 의식 강해져
 
이 지 평 | LG경제연구원 미래팀장
jplee@lgeri.co.kr
 
주5일 근무제 관련 법안이 지난 8월 29일에 국회를 통과, 내년 7월부터 대기업·금융기관·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미 일부 대기업이나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주5일 근무제의 영향이 여러 분야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금요일에 출발하는 여행상품이 일반화되었으며, 항공사들도 금요일을 중심으로 한 스케줄에 주력하는 한편 의류업계에서는 주말에 여행하기 편하도록 만든 레저 겸용 근무복인 프라이데이룩(friday look)도 선보이고 있다. 교통량 또한 토요일 오전에 눈에 띠게 감소한 반면 금요일 오후의 교통 혼잡이 한층 심해진 듯하다.
더욱이 아직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주5일 시대의 여가 트렌드가 확산되며 사회적 의식이 변하고 있다.
사실 주5일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다시 일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 불과했던 여가 시간의 개념이 바뀌고, 여가활동 자체가 인생의 중요한 목적으로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와 같은 ‘여가사회’로의 변화 양태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레저를 즐기는 ‘노는 문화’이며, 또 하나는 ‘자기계발 문화’이다. 여유 시간의 확대와 함께 레저활동이 확대되는 한편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성과급 인사제도가 강화되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늘어난 여가시간에 자기계발에 열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전소비형 여가’에서 ‘시간소비형 여가’로 옮겨가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여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금전소비형 여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연간 20일 이상의 유급 휴가가 정착되면 여가생활의 내용을 충실히 하여 여가의 효용을 높이려는 성향이 확산되면서 ‘금전소비형 여가’가 ‘시간소비형 여가’로 변화될 것이다. 한국관광연구원의 앙케트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가활동은 휴식이나 교제 및 만남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주5일제가 도입될 경우의 희망 여가는 여행이나 관광·스포츠 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2박 3일 여행이 늘어나고 있으며, 여행 내용 또한 여러 곳을 순회하는 관람형보다는 한 장소에 머물면서 충분히 즐기는 체재(滯在)형으로 전환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더불어 여가의 계획화도 중요해질 것이다. 별다른 계획 없이 주말을 소일하거나 즉흥적으로 여가를 영위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주말을 설계하려는 풍조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핵가족화의 진전,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역설적으로 가족과 여가를 보낼 필요성을 강화할 것이며, 술을 점차 덜 마시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투명 경영,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기업의 회식 및 접대문화가 약해지면서 일찍 귀가해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풍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미 금요일 저녁에 회식하려는 직장문화는 상당히 퇴색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여가 트렌드 속에서는 가족 단위의 주말 스케줄이 중요해진다. 이에 가족 동반의 1박 2일 혹은 2박 3일 여행이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스포츠클럽이나 취미 동호회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단순한 휴식이나 맛있는 집 탐방 등 생리적 차원의 여가 욕구 이외에 교양 있고 격조 높은 여가, 지적인 여가를 추구할 것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예를 들면 문화 관련 여가도 영화·연극 관람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중음악 콘서트·클래식·재즈·뮤지컬 등으로 다양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이나 직장 단위의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소수의 매니아 중심으로 영위되던 다양한 문화적 여가가 일상화·보편화되는 현상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가의 ‘디지털화’와 ‘탈(脫)디지털화’ 현상이 병행될 것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먼저 디지털 혁명의 가속화로 새로운 각종 서비스와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가상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나 문화도 발달할 것이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연계된 여가문화도 정착되어 B2C(기업·소비자 간 상거래)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반면 디지털화로 인해 오히려 점증하는 ‘디지털 스트레스’ 때문에 자연회귀형 여가문화가 다른 한편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업무 환경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평일에도 인터넷 검색시간이 늘어나면서 주말에는 컴퓨터가 없는 여가생활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이 친구와의 교제나 동창 모임 등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커뮤니티의 활성화도 예상되는데, 다만 기존의 동창·직장 중심의 인간관계보다도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자기계발 노력 증대
 
지금까지 말한 야외·체험형 여가 수요 증대와 함께 주5일 근무 시대의 또 다른 여가활용 방식 중 하나는 바로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직장인은 회사업무와 집안 일, 그리고 지인들과의 교제 등으로 진정한 자기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지만, 주5일 근무제가 되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일본 등 선진국 사람들처럼 취미활동에 몰두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경향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제고 방편으로 성과 위주의 인사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가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인데, 실제로 각종 학원의 경우도 이러한 직장인을 겨냥해서 토요일 등 주말에 특화한 강좌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그 동안은 취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직장인이 드물었으나, 이제 사회가 지식사회로 변하면서 지속적인 학습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산업도 선진국과 경쟁하면서 새로운 산업이나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 있어, 앞으로의 근로자에게는 새로운 수요를 창조하면서 새로운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학습 목표를 세워서 과제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각 분야의 전문가나 각종 지식이 있는 곳에서 새로운 지식을 수집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기계발 활동은 일정 부분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과 함께 근로자들이 생각하는 자기계발 목표는 일단 기존에 많이 거론된 자격증이나 어학 공부 등 획일적인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그러한 학습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각종 학습시장이 점차 성숙되면 근로자의 자기계발 패턴도 좀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취미활동과 관련이 있는 분야의 학습을 통해 부업을 모색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며, 퇴직 후의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고학력 직장인들의 학습활동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계발과 관련, 직장인들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전문적인 학습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주목되는데, 예를 들어 회사원이라면 자신의 경력 관리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조직 통솔 리더십,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 향상 등 보다 구체적이며 맞춤식 형태를 띤 학습활동을 강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5일제에 따라 늘어나는 여가활용 양태는 크게 ‘노는 문화’와 ‘자기계발을 통한 재충전의 문화’ 등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으나, 각자의 성향으로 어느 부분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둘 것인지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임시직·파트타임근로자·SOHO 근로자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인데, 만약 출세지향적인 정규직 근로자라면 야근이나 주말·휴일 근무도 보수 없이 자발적으로 할 것이다. 또한 정규직이면서 전문성을 키우려는 사람은 외부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의 계발에 주력할 것인데, 이와 같이 개인별로 차별화된 경력 코스를 일찍 결정해 이에 맞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차별적으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개인이나 회사 조직 입장에서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반면에 취미생활에 삶의 목적을 두고 장기휴가를 즐기면서 필요할 때만 일하겠다는 라이프스타일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는 결국 소비행태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직장인은 레포츠나 취미생활에 열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유력한 소비계층으로 등장할 수 있다. 또 직장을 가진 주부의 경우 자기계발이나 패션·미용 관련 소비에 치중할 것이다. 그리고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신종 서비스나 외식산업도 크게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결국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 속에서 소비자는 차별성과 자신의 기준에 맞는 고급화를 요구하게 될 것인데, 주5일 근무제의 도입과 함께 즐거움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소비를 긍정하는 의식이 강해지면서 소비를 통해 자기를 주장하거나 자아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