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4/09-10 : Ad Review - 일본 민방연합 올림픽 광고 성냥불같은광고, 양초불 같은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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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Review - 일본 민방연합 올림픽 광고
 
  성냥불 같은 광고, 양초불 같은 광고  
최 재 용 CD | CR2팀
jychoi@lgad.lg.co.kr
 
몇 년 전부터 칸국제광고제는 키치(Kitsch)적인 광고들의 손을 자주 들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세계의 크리에이터들은 그런 키치적인 광고들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크리에이티브들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갑니다. 소비자의 인사이트(Insight)보다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거나 도저히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광고만이 가치 있어 보이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우리들이 항상 회의시간에 떠드는 말들은 다음 말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뭐 좀 튀는 거 없어? 임팩트 있는 비주얼 좀 찾아봐, 카피도 필요 없이 비주얼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는 게 좋은 건데….”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나 분명 트렌드는 있습니다. 그 트렌드를 무시하는 것은 그 시대, 그 분야에서 무시당할 원인을 제공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리는 변하지 않듯이 우리가 광고를 만들 때도 변해서는,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품을 만드는 것도, 사는 것도 사람일진대, 우리는 가끔 사람을 잊습니다.

이번 광고는 좀 오래된 광고입니다. 일본 민영방송연합의 올림픽 중계방송 공동광고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역민방처럼 일본의 각 지역 민영방송이 올림픽 시즌을 맞아 올림픽 경기를 자신들의 방송을 통해 보아달라는 내용의 광고입니다.
첫 번째 광고는 규동(쇠고기덮밥)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이 이번 여름엔 바빠서 고향에 못 갈 것 같다는 전화통화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반복되는 삶에 지친 듯한 젊은 직장인이 거래처 사람에게 쩔쩔매며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대도시의 무료하고 더운 여름밤의 모습이지요. 그러던 중 TV에서 중계되는 유도경기에서 일본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응원의 손짓을 보내며 기쁨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여학생과 짧은 미소를 나눕니다. 이어지는 카피, ‘올림픽이 없었다면 평범한 여름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광고는, 한밤중에 갑자기 조깅을 하겠다고 나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이 ‘4년 전에는 수영장을 열심히 다니더니’ ‘늦었는데 밤에 또 나가요 아빠…’하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줍니다. 이 중년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카피, ‘올림픽이 없었다면 평범한 여름이었을 것이다’가 모든 것을 설명해줍니다.
휴가도 못 가고 지쳐있는 젊은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의욕을 잃어 가는 중년의 남자에게 올림픽은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니라 삶의 활력소가 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이야기하고, 당신의 여름을 지난 몇 년 간의 여름과는 다르게 바꿔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도 올림픽 때문에 많은 분들이 밤잠을 설친 늦여름을 보냈을 것입니다. 지난 2002년도 월드컵이 없었다면 평범한 여름이었겠지요. 처음엔 ‘야~’ 하고 놀라지만, 두 번째는 시시한 성냥불처럼 확 피어올랐다 꺼지는 광고가 아닌, 보면 볼수록 더 생각나고 빠져들게 되는, 은은하게 타오르는 양촛불 같은 광고가 바로 이런 광고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