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4/09-10 : Creator@Clipping - 참을 수 없는 광고의 무거움, Craig Davis 색목인(色目人), 아시아 광고를 논하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Creator@Clipping -
참을 수 없는 광고의 무거움, Craig Davis
  색목인(色目人), 아시아 광고를 논하다
 
이 현 종 CD | CR1팀
hjlee@lgad.lg.co.kr
 
너무 늦은 축하가 미안해서, 양초와 하이타이 등을
잔뜩 사 들고 인사를 갔었지,
13평 임대아파트에서 13평 아파트로 이사 간 집으로,

쉰 셋 나이에 처음 제 집에 살아본 안주인은,
종아리까지 걷어 보이며 불평불만이었지,
석 달이나 지났어도 부은 것이 안 풀린다고,
괜히 넓은 집사서 다리만 아프다고,
청소하기도 힘들다고,평수는 같아도 크기는 엄청 다르다고.

그녀의 그 어불성설(語不成說)의 화법이 이따금씩
내 두통을 쫓아주며 메아리치곤 하지.

유안진, <13평의 두 크기>

5층까지 걸어 올라간 집은 방 하나에 거실이 전부였지만, 서른 살 나이에 얻은 신혼집으로는 감지덕지였다. 그때 돈으로 전세금이 2,0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총각 살림에 그 정도 돈 모아 그래도 13평짜리 전셋집 하나 마련했으니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그 집에서 몇 십 명 집들이까지 치러내고 - 사실 일거에 치르기는 절대로 불가능한 규모인지라 시차를 두고 치렀지만 - 그 집에서 애도 낳아 키우고, 봄·여름·가을·겨울을 맞이하기를 몇 차례, 그리고도 몇 해가 흘러서야 인근의 24평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퇴직금 중간정산 덕으로 17평짜리 전셋집에도 잠깐 머물러봤지만…. 그리고 28평…… 온갖 평수를 전전하며 도착한 지금의 아파트는 30평.
집을 사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 아파트 평수 늘려 가는 일이 마치 인생의 평수를 늘려 가는 일인 양 허겁지겁 사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이 나라에 사는 소시민들의 삶이란 것이 다 요모양 요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나만해도 운이 좋아 이 나이에 집이라도 한 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아내에게 생색내는 꼴이 딱해 보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집사고 파는 일에 한번도 개입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집도 어떻게 샀는지 모르겠다. 가끔가다 들려주는 아내의 무용담에 그냥 멍청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만 끄덕거릴 따름이다.
어쨌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먹고사는 일은 그야말로 처절한 전투다. 프랑스 작가 가르 메르메라는 사람이 쓴 <유로스코피>라는 책에서는 ‘유럽공동체에서 살려면 이렇게 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나름대로는 3년 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라고 하니 꽤나 그럴 듯 하게 들린다. “일은 룩셈부르크에서 하고(임금이 가장 높다), 차는 독일제를 타고, 집은 영국에 장만하고(주택에 딸린 가구와 장식이 가장 좋다), 포르투갈에서 살다가(기후가 가장 좋다), 프랑스에서 죽는(수명이 가장 길다)것이 가장 좋다.”

그러면 광고는 어디서 하는 것이 좋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다 ‘유럽 어디든 우리나라보다야 낫겠지’ 하는 생각에 피식 생각을 접었다. 적어도 광고가 ‘표현의 자유’라는 범주 안에서 서식할 수 있는 환경만으로도 처참하게 부러울 따름이기 때문이다. 광고 하나 하는 걸 갖고 무슨 형사범 취급하며 온갖 심의 잣대로 난도질당하는 기분은 씁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혹여 영화들이 칸에서 갈채를 받을 때엔 기죽은 서자처럼 뒤편에서 그들의 영광을 지켜보는 모습은 또한 얼마나 쓸쓸한가. 상 받으려고 광고하는 건 아니지만, 시장에서 박수 받고, 게다가 상이라는 보너스까지 두둑이 챙긴다면 그 또한 기쁨이요 즐거움 아니겠는가. 하기야 아시아광고제에만 가 봐도 태국이나 싱가포르 광고들에 밀리고 치이는 걸 보면 뭔가 단단한 오기가 발동해야만 할 것 같다. 특히 태국이라는 나라의 광고들은 아이디어나 완성도에서 서구의 그것들에 전혀 손색이 없으니, 이 나라의 크리에이터들이 주목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론 토착기업이 적은 그 나라에서 다국적 광고회사들의 점령이 광고환경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중국이라는 거대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아시아 광고계의 질적 성장은 결코 좌시할 대목이 아닌 듯싶다.
이쯤에서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사의 아시아 지역 ECD로 활동하고 있는 크레이그 데이비스(Craig Davis)를 만나보는 일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현실화할 수 있어야 해요”

이 지역에서 제가 하는 일은 이 지역 광고회사들이 세계적 수준의 광고물들을 만들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과거에는 싱가포르만이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칸국제광고제 같은 데서 수상도 많이 하게 되고요.
그리고 이 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데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발견해내는 자질은 있지만 현실화시키는 데 있어 어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정말 탁월한 광고회사와 평범한 광고회사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생각을 현실화하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에 있는 듯합니다. 좋은 사람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광고회사들은 많이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아이디어가 사장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훌륭한 광고회사들은 그 일을 해낸다는 것이지요. 제 역할도 바로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발견해내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낫겠네요, 모든 일을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화할 수 있을 때까지 단순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사람들이라든가, 프로세스 때문에 복잡해지거든요. 저의 대부분의 시간은 전략서를 단순화하고, 기대 반응도 단순화하고, 일하는 방법도 단순화하고, 아이디어도 단순화하는 데 쏟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기 위해선 결과물, 혹은 자극이 단순해야 합니다.


의사 결정만큼 힘든 일도 없다. 특히 리더의 의사 결정은 그대로 조직의 성패로 이어진다. 영화감독의 경우 영화 한편 찍는 동안 평균 108번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그야말로 백팔번뇌다. 그러면 광고 한 편이 온에어될 때까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을까? 올바른 아이디어가 선택되어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까지의 우여곡절…… 어떻게 보면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보다 광고주를 설득하는 일이 더욱 까다롭고 거친 일이다. 이래저래 광고는 ‘설득의 미학’인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최상의 솔루션은 종종 그 문제에 목이 걸려 있는 당사자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어지곤 합니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분야라면 어디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대체로 문제 당사자보다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주는 일반적으로 마이크로해지기 쉽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그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일쑤다. 너무 많이 아는 게 병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매크로한 의사결정자를 만나면 의외로 일은 쉽게 풀린다. 안 되는 수 백 가지 이유보다 되는 한 가지 이유를 찾아보라.
불필요한 부분은 다 제거하고 문제의 핵심만을 보세요.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자르고 말하면 결국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보통,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디어는 고인 물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광고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특정 클라이언트에 너무 오래 매달려 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브리프 작성도, 광고주도, 사람들도 계속 순환시키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신선한 방법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안주하게 되고 게을러집니다. 따라서 조직은 유연해야 하며, 늘 같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 지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생각이 깊으며 인간적으로도 훌륭합니다. 만일 저희 쪽에 큰 기회가 왔거나,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생기면 이 지역에서 너댓 명이 마카오나 홍콩, 혹은 싱가포르 같은 데서 모입니다. 보통 서너 명은 정규 멤버이고, 매번 한 명 정도 새 사람을 받습니다. 태국의 Judee (Jureeporn Thaiddumrong), 말레이시아의 Edmund Choe, 그리고 K.C. Arriwong 같은 이들이 정규적인 멤버지요. 그리고 한 사람 정도는 싱가포르나 홍콩·중국 같은 데서 구합니다. 하지만 그 때 우리는 열정과 잠재력을 지닌 젊은 친구들도 그 프로젝트에 집어넣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지역의 베테랑들과 함께 일 해 볼 수 있는 멋진 기회를 갖게 만드는 것이지요.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지요. 그리고 며칠을 함께 보내며 수많은 솔루션들을 내놓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우리는 여러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환상적인 아이디어들을 갖고 나오게 되지요. 아이디어들은 굉장히 신선하며,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말이지요. 정말 멋진 방법 아닙니까. 제 생각엔 크리에이티브 보드 같은 딱딱한 방법보다 이 방법이 훨씬 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들에서, 그리고 많은 광고회사에서 광고를 잘 만들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도 연구하고 프로세스도 만들어내고 있다.
컨설팅 회사의 조언도 받고, 자문교수단도 구성하고, 첨단 조사기법이라는 것들에도 의존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이 때때로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돈 값을 못하는,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프로세스 과잉으로 작용해 조직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과거에 모 기업에서 TFT까지 구성하며 광고 프로세스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다. 내 생각을 조금 거칠게 표현했는지 몰라도 그 조사원에게 충고하기를,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보다 프로세스를 하나라도 줄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덧붙여서 “광고를 잘 만들기 위해선 감성과 이성의 함량이 충분한 의사결정자들을 적소에(예를 들어, 광고주의 마케팅 팀장, 광고회사의 전략팀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위치시키고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즉 먼저 적임자를 구하고 적임자를 구했으면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따라서 적임자를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며, 가장 많은 돈이 드는 일이다.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범벅이 돼야죠”

전 정말 프로세스를 싫어합니다. 반복은 똑같은 결과만을 낳기 때문이지요. 뒤섞어야 돼요. 하는 일도 섞고, 사람들도 섞고, 장소도 섞고요. 이 중에서 장소가 제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라면 아마 당신의 주제는 컵이나 접시 같은 것들이겠지요. 하지만 남프랑스에서 그린 것과 쿠바 같은 데서 그린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우리 일도 계속해서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사람들도, 팀의 라인업도, 담당 광고주도…. 그래야 더 신선하고 흥미로운 솔루션들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세스의 노예가 되면 어느새 습관이 돼버리고, 아웃풋은 점점 따분하게 되겠지요. 당신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변화를 주세요. 그리고 변화는 밖에 있습니다. 멋지고 열정적인 세계들은 밖에 있거든요. 당신은 그 곳에서 모든 자료들을 모아야 돼요. 모든 곳에서 아이디어의 소스를 얻어야 합니다. 영화·음악·연극·미술·패션·건축…. 인간이 표현해내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영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배우는 학생처럼 행동해선 안 되고, 자연스럽게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걸으세요. 머리를 치켜들고, 그리고 늘 긴장하고 깨어 있으세요. 고민이 있으면 앉아 있지 말고 다른 짓을 하세요. 잠을 자거나, 동네를 돌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웃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진전이 없습니다. 앉아서 머리 굴리는 일은 그만 멈추세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세요. 마음속의 얘기들을 일단 꺼내 놓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얘기일지라도 뭔가 흥미로운 걸 만들기 위해서는 그게 첫 번째입니다. 일단 여기서 나가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돌아다니세요. 입만 열면 세계적인 아이디어를 얘기하는 그런 천재는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이것저것 탐구하고, 많은 아이디어도 내놓고, 그러다 나중에 다시 와서는 그들 아이디어들 속에서 뭔가 발견하고 ‘야 이거 재미있는데’ 하며 진짜 보석을 발견해내는,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에겐 그 방법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열심히 고민하면 백 개의 아이디어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그 중 두세 개는 정말 괜찮은 걸 겁니다. 하지만 처음 두세 개에서 그런 행운을 기대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열 개 정도는 누구나 쉽게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열 개는 좀 더 내기 어렵겠지요. 그리고 20개에서 30개, 혹은 40개쯤 낼 때 비로소 흥미로운 안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쯤 돼야 예상 가능한 것들, 혹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조합들이 안 보이기 때문이죠. 그 곳을 통과해야 마침내 남들이 안 해본, 전혀 예상치 못한 영역의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의 일은 바로 그런 영역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지요. 뭔가 친숙한 것들은 대체로 따분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광고가 너무 성실하다.” 이는 꽤 오래 전 일본 광고계에서 나온 자성의 소리다. 그 나라 특유의 민족적 성실성이 광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정석적이거나 정직한 광고가 너무 범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모 광고인이 매질처럼 내뱉은 소리다. 그는 결론적으로 광고가 좀더 비(非)성실해질 것을 권유한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본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미디어로 볼 때 광고는 막간이요, 논외라는 얘기다. 광고를 보기 위해 TV를 켜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는 뉴스보다 더 새로워야 하고,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어야 한다.

신문 한번 보세요. 매일 같이 엽기적인 조합들, 가공할만한 이야기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지고 있잖아요. 반면에 광고에서의 조합은 너무 순해요. 자극도 약하고요. 극복해야 될 문제입니다. 무엇과 경쟁하고 있는지를 클라이언트들이 똑바로 알 필요가 있어요. 전 지금 클라이언트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 타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진짜 그들이 경쟁해야 하는 것은 뮤직 비디오나 영화·TV뉴스·신문, 어떤 때는 그림이나 연극까지…… 이런 것들이 정말 그들의 경쟁상대라고 말씀드립니다. 보통 그런 것들이 광고보다 훨씬 더 살아 있고 재미있거든요.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려고 신문이나 잡지를 사지 않습니다. 뉴스를 보려고 사는 거지요. 말 그대로 ‘뉴스’라는 것은 ‘새롭다’라는 뜻 아닙니까. 광고가 뉴스와 경쟁하려면 광고 역시 ‘new’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음~정말 좋은 아침이군. 자, ABC방송국에 새로운 광고 캠페인이 뭐가 나왔는지 좀 볼까?”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광고는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지 그들의 가슴을 터치해야 합니다. 그들을 울리고 웃기고, 어떻게든지 그들의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그게 어려운 문제지요.

일본 얘기를 잠깐 했는데, 그럼 한국 광고는 어떤가? 눈썰미가 좋은 민족인지라, 우린 확실히 빨리 배우고 빨리 익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광고제작 여건을 보면 이 만큼의 품질이 나오는 것이 기적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득한 면이 없다. 그 조급함이 너도나도 빅 모델 모셔오기 경쟁으로 치닫게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은 ‘소통과 배려’라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러기에 광고시간은 소비자가 즐겨야 할 시간이 아니라 내가 누려야 할 시간이라는 고압적인 발상이 ‘전파 찌라시’들을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광고는 프로모션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말의 진의를 빨리 파악하는 기업일수록 결국 시장에서 성공한다. 그리고 우리의 광고는 여전히 정직하다. 불확실성보다는 익숙한 확실성에 표를 던진다. 오랜 세월 집단적 동질성에 안주해온 우리의 피가 낯선 조합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너무 진지해지지 말고 웃으세요”

작년에 Judee에게 물었던 적이 있어요. 왜 태국 광고가 그렇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지.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하는 거였어요. “아마 사람들이 진지한 걸 싫어해서 그런 것 같아요.” 와~정말 맞는 말 아니에요? 즐거운 걸 좋아하고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들…. 저도 그런데, 전 아무리 어려워도 그냥 웃거든요. 그러니까 광고회사 사람들이 그렇고, 또 실제 일반 사람들도 그러니 좋은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아시아의 다른 지역 사람들은 좀 무거운 것 같아요. 너무 세상을 진지하고 무겁게 생각해서 그들의 어깨가 쳐져 보여요. 그래서는 좋은 광고가 안 만들어집니다. 웃어야 돼요. 가볍게 생각하고 많이많이 웃으세요.

크레이그는 대부분의 호주 광고인들처럼 87년에 AWARD를 졸업하고 3년 정도 One Man Agency를 운영하다, 99년도에 사치 앤 사치 싱가포르의 ECD로 스카우트되어 지금까지 사치 앤 사치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크리에이티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금 태국과 더불어 중국의 젊은 광고인들이 갖고 있는 열정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의 굶주린 열정은 마치 록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그것과 같다며, 중국의 야망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광고도 온실 속에서 서둘러 나와야만 한다. 지금이 어느 땐가. 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