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06 : 광고제작 현장 - LG전자 ‘X-canvas’ TV-CM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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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 있어 볼수록 빠져든다!
 
 
 LG전자 ‘Xcanvas’ TV-CM
 
박 동 명 대리 | 기획9팀
dmpark@lgad.lg.co.kr
 
국어사전에 ‘착각(錯覺)’은 ‘잘못 보거나 듣거나 느낀 것’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 우리는 왜 가끔씩 잘못 보거나 잘못 듣거나 하는 착각을 할까? 아마 그 대상이 현실(또는 실제상황)이라고 믿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를 사람으로 착각했다’고 한다면 나무의 모습이 정말 사람의 모습을 닮았거나 오히려 더 사람다운 모습이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즉 착각을 일으키는 힘은 ‘리얼리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제작된 LG전자 엑스캔버스광고는 이러한 ‘착각’이란 코드를 활용하였다. 그럼 이제부터 그 ‘착각’이 나오게 된 이야기와 ‘착각’이 TV-CF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알아보자.
 
Back to the Basic!
   
 
2001년 PDP(벽걸이형 TV)가 나오면서 엑스캔버스는 유저에 맞춘 프레스티지(prestige)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어 2002년에도 유저의 명확한 정의(모호한 ‘당신’에서 ‘가치의 차이를 아는 당신’)를 통해 유저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전략의 광고를 집행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엑스캔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 수준은 생각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었다.
따라서 2003년 엑스캔버스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였다. 특히 경쟁 브랜드 대비 낮은 TOM(top of mind)도 문제이지만, 엑스캔버스가 어떤 종류의 브랜드인지 모르는 - TV 브랜드? 축구용품 브랜드? -, 즉 브랜드 정체성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판단되었다. 마침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의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로 ‘대화면 TV’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디지털 방송에 따른 ‘디지털 TV’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시장에서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지면서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TV’에서 ‘이제 가질 수 있는 TV’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감이 점차로 약해지게 되었다.
이렇게 불과 1~2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현재의 상황에서, 향후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대화면 TV시장에서 엑스캔버스 브랜드가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내린 결론은 ‘기본으로 돌아가라!’ 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라고 했던가! ‘TV제품 광고답게’, ‘고급스럽지만 이해하기 쉽게’, ‘편익이 전달될 수 있게’라는 기본을 정하고 그 기본에 충실한 광고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나온 컨셉트가 바로 ‘실감 체험’이다.
 
 
솔거의 <노송도> & ‘Feet On XCANVAS’
솔거의 <노송도(老松圖)>는 신라시대에 황룡사에 그려졌다는 작품으로, 새들이 앉으려고 하다가 부딪쳐 떨어졌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사실적인 그림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그림 속의 공간(TV화면)의 사실감이 현실의 공간(TV바깥의 공간)에 영향(실감)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실감체험’이란 컨셉트를 이런 착각의 - 새들이 그림 속의 나무를 실제의 나무로 착각- 구도에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또한 크리에이티브 소재는 대화면 TV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영화감상’에 있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스펙터클한 영화와 같은 느낌의 볼거리를 제공해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영화를 전공했던 박성민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처음의 콘티보다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져 착각의 코드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모델은 국내 최고의 배우이면서 엑스캔버스의 모델이었던 한석규를 재기용하였다.
엑스캔버스가 표현할 ‘착각의 노송도’는 ‘Feet On XCANVAS’로 명명되었다.
그런데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장면 중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 아찔한 고층건물의 난간에서 악당들에게 쫓겨 탈출을 시도하던 장면이 있는데, 이것이 이번 엑스캔버스 광고의 스토리 전개에서 핵심이 되는 비주얼 소스가 되었다.
고층 난간에서 떨어질 듯 말 듯 아찔하게 움직이는 발과 그 아래의 모습.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운드. 이 모든 상황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때 카메라가 빠지면, 영화 속의 발이라고 생각했던 그 발은 엑스캔버스를 보던 한석규의 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시청자로 하여금 엑스캔버스에서 보여주는 화면이 너무 생동감 있고 리얼하기에 TV밖의 상황과 하나가 된, 양자간의 인터랙션이 이루어져 따로 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 결합된 하나의 모습으로 느끼게 만들고, 또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반전을 통해서 ‘실감 체험’이라는 컨셉트를 전달하는 것이다.
 
호주에서 보낸 설 연휴 3일
이 광고의 성패는 발이 배경과 얼마나 사실적으로 합성되어 보여지는가에 달려 있었다. 이에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흔히 SF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모션컨트롤(motion control)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또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건물에서 찍은 발과 실내에서 발을 찍는 각도, 카메라 움직임의 시간 등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산되었다. 그래서 광고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고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찔한 건물의 배경은 실제로 <매트릭스>를 촬영한 호주 시드니에 있는 그 건물로 하였다.
그리고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하기도 한 촬영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바로 ‘발 촬영’을 위해 난간에 서있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현지 코디네이터가 용감하게 나섰다. 하지만 몇 번의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발이 별로라는 감독님의 말에 현지 코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결국 멋진 발(?)을 가진 조명감독이 최종 낙점되었다(다소 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해줬던 조명감독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렇게 하루에 걸쳐 무사히 건물 난간의 발 촬영을 끝내고 한석규가 집안 소파에 기대어 엑스캔버스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현지 건물에서의 발 촬영 이야기를 듣고 조금 미안해했다는 후문이다. 또 한석규는 호주에 가족을 동반해서 촬영 후 3주간 여행을 한다고 하니 그 따뜻한 가족 사랑이 부러웠지만, 그의 목소리를 따야 하는 제작진들에게는 호주에서의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이렇게 보낸 호주에서의 3일은 바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설 연휴와 겹쳐 현지에서 제작진들은 고향 쪽을 향해 절을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이후 CG작업에는 꼬박 4주가 걸렸다. 발의 합성 부분, 휴대전화 떨어지는 부분, 헬기, 건물 뷰(view) 작업 등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이상으로 CG작업에 많은 공과 시간이 투여되었고, 그 결과로 할리우드도 울고(?) 갈 정도로 높은 완성도의 그림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CG를 감상하는 것도 이 광고를 보는 또 다른 맛일 것이다.
 
‘볼수록 빠져듭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리고 우리는 ‘한편의 영화와 같은 CF를 만들기 위해 3개월간 그렇게 뛰었나보다’.
어느 광고인들 제작하는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부족하겠는가마는, 이번 엑스캔버스 광고에는 특히 더욱 더 많은 정성과 땀이 들어갔다. 그러한 정성과 노력을 광고주도 알아주었고, 시청자들에게도 회자되고 있다.
‘볼수록 빠져듭니다’ 라는 카피처럼 광고를 보면 볼수록 빠져들어 이 광고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그래서 엑스캔버스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럼 다음 광고에서는 또 어떠한 착각을 보여줄지 함께 기대해보자.
Posted by HSAD